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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인천지하철 2호선, 이동편의법은 아무 역할도 못했다
2호선 모든 역이 위험지대 될 가능성
이동편의법 사각지대 넓어 장애인 불편 해소 못한다
등록일 [ 2016년08월19일 13시46분 ]

지난 7월 30일 개통된 인천지하철 2호선이 운행 한 달도 안 돼서 ‘고장철’, ‘사고철’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의 위험성이 개통 전후 숱하게 지적돼 왔고, 최근에는 어린아이의 발이 승차장과 열차 사이에 빠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지하철이 이 상태로 계속 운영될 경우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이 더 큰 사고를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 교통약자의 안전한 교통수단 이용을 보장해야 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이동편의법)은 2호선 개통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호선 독정역 유아 발 빠짐, 법령 위반이 불러온 사고
 

장애인 승차장 적정 기준인 5cm를 초과한 인천지하철 2호선 열차-승차장 간격. ⓒ인천장차연

MBN 등 언론의 보도를 보면 지난 10일 오전 11시 31분 인천지하철 2호선 독정역(인천 서구 백석동)에서 여성 승객과 아동 2명이 열차에 타던 중 2~3세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 1명의 발이 승차장과 출입문 사이 틈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여성 승객이 끌고 온 유모차도 틈에 끼어 빠지지 않았다.
 

사고를 본 승객들은 즉각 스크린도어와 출입문이 닫히지 않도록 몸으로 막은 채 아이를 구출했다. 그러나 유모차 바퀴가 빠지지 않아 승객들은 비상스위치를 눌러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이 사고의 여파로 열차 운행이 12분간 멈췄다. 승객들의 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인천지하철 2호선 운영 주체인 인천교통공사는 13일 이 사고가 우발적으로 발생했으며, 독정역의 승차장과 출입문 간격은 도시철도건설규칙에 정해진 대로 최대 7.5cm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동편의법 시행규칙 별표 1 ‘이동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을 보면 장애인용 승차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최대 5cm다. 도시철도건설규칙도 해명과는 달리 안전하게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승차장과 최소 5cm(곡선 구간 제외)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되어있다. 즉, 인천교통공사는 장애인의 안전과 열차 운행의 안전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법적 기준 5cm를 무시한 것이다.
 

게다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이틀간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27개 지하철 역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독정역의 승차장, 열차 사이 간격은 8~9cm으로, 인천교통공사의 해명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나머지 26개 역사 중에서도 이동편의법의 기준을 지킨 역사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정역에서 일어난 사고는 어느 역사에서든 반복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과정, 이동편의법 이행 안 돼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과정에서 이동편의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정황은 여기저기에서 발견됐다. 이동편의법은 교통사업자가 기준에 맞게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1조). 그리고 교통행정기관은 교통수단, 여객시설이 면허, 허가 인가 등을 받을 때 법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심사할 의무가 있다(12조). 만약 교통사업자가 이동편의시설의 기준을 어겼을 경우 교통행정기관은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29조).
 

그러나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건설 과정에서 별도의 기준 적합성 심사가 진행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자체적으로 각 부서에서 지역 장애인단체와 점자블록, 점자 촉지도, 엘리베이터, 방송시스템, 승차장 간격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인천시 교통정책과 등에 인천지하철 2호선 기준 적합성 심사에 대해 문의했으나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기준 적합성 심사를 담당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물론 인천시 장애인복지과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지역 장애인단체와 인천지하철 2호선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모니터링을 진행하긴 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과는 이동편의법을 담당하는 부서가 아니므로 기준 적합성 심사와는 무관했다. 모니터링 결과 또한 인천교통공단이나 도시철도건설본부에 권고하는 수준으로, 이행 의무를 지울 수도 없다.
 

또한 이동편의법을 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한 교통수단, 여객시설에 대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17조의 2)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강제 조항이 아니라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 지하철 역사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인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교통공단이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1일까지 진행한 시운전, 시설물검증시험에서도 이동편의법에 명시된 장애인 편의시설을 검증하는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시운전, 시설물검증시험 결과를 토대로 인천지하철 2호선이 안전하다며 운행을 허가했다. 사실상 인천지하철 2호선이 운행을 개시하게 된 과정에서 이동편의법에 명시된 교통약자 안전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장차연이 2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지하철 2호선 편의시설의 총체적 문제를 규탄했다. ⓒ인천장차연

장애인이 체감하는 위험 요소, 이동편의법 사각지대에 있어
 

그뿐 아니라 이동편의법은 인천지하철 2호선 이용 과정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느끼는 위험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장차연의 전수 조사 보고서를 보면 인천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 거의 전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예컨대 엘리베이터의 경우 27개 역사 중 3개 역사를 제외하고는 개폐 시간이 20초 이내, 인천시청, 인천대공원 등 10개 역사는 문 열리고 닫히는 시간이 10초에 불과했다. 열차는 환승역 30초, 일반역 20초 후에 자동으로 문이 닫히도록 설정됐다. 상대적으로 승하차 시간이 긴 교통약자가 문에 끼이는 사고를 겪을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지하철역에서 피신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체 대피 시설이 없었고, 선로 대피로도 27개 역사 모두 폭이 30cm에 불과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그뿐 아니라 열차 내 장애인석도 안전봉이나 휠체어 고정장치 등 장애인들이 열차 안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설비가 전혀 없었고, 장애인화장실 비상 스위치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누르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물론 이동편의법 시행규칙 별표 1에는 도시철도차량과 광역전철, 승차장이 갖춰야 할 편의시설이 명시돼 있다. 광역전철은 자동안내 방송시설, 전자문자 안내판, 교통약자용 좌석, 수직손잡이, 출입구 통로 등을 갖추어야 한다. 도시철도 승차장은 바닥 기울기(100분의 1 이하), 바닥 재질, 점형블록, 승차장과 차량 간격, 스크린 도어 설치 등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장차연 전수조사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이러한 규칙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설령 지하철 개통 전에 이동편의법에 근거해 기준 적합성 심사가 이뤄지고 그에 대한 시정 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여전히 장애인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지하철 2호선 전수조사를 진행했던 장종인 인천장차연 사무국장은 “철도나 저상버스는 휠체어석과 같은 규정이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도시철도에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도시철도와 관련해 이동편의법에 장애인 편의시설 조항이 비어있다는 건 문제”라며 “장애인이 지하철에 탑승하고 하차하는 동선에 있는 모든 편의시설에 대해 법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사무국장은 “이동편의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강제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규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 처벌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사후적으로 편의시설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국토교통부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은 후 (지하철을) 개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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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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