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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홈이 탈시설로 가는 과정'이라던 서울시, 거짓말이었다
체험홈 퇴소자 절반 이상이 시설로 돌아갔다
거주인 10명 중 3명은 3년 이상 거주, 시설화되는 체험홈
등록일 [ 2016년08월26일 21시12분 ]

장애인거주시설이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홈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탈시설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서울시가 수립한 '탈시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탈시설 목표 인원 600명 중 1/3이 넘는 230명의 시설 거주인들을 체험홈으로 자립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체험홈이 실질적인 자립생활 거주 형태인지를 두고 장애계는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해왔다. 벗어나야 할 대상인 시설에 탈시설 단계를 맡기는 것이 자립생활이라는 목적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체험홈에서는 시설이 여전히 체험홈 거주인을 관리하는 데다, 체험홈 거주인은 자립생활에 필요한 복지 수급비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실증적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비마이너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가 2011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집계한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체험홈의 거주인 현황을 입수, 그 내용을 분석해 봤다.
 

2011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서울시 체험홈 퇴소자 현황. 126명이 체험홈에서 퇴소했고 그 중 53.2%는 시설로 복귀했다. (자료 출처 : 서울시, 비마이너 재구성)

체험홈 퇴소자 126명, 그 중 53.2%가 시설로 돌아간다
 

장애인전환지원센터를 관리하는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체험홈은 “장애인생활시설 거주자 중 자립생활 희망자를 대상으로 6개월에서 24개월 동안 지역 사회 내에서 거주하면서 자립생활을 처음 경험하는 곳” 즉, 자립생활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2011년부터 2016년 5월까지 265명의 시설 거주인들이 체험홈에 입주해 생활했고, 126명이 체험홈을 퇴소했다.
 

그러나 퇴소자들의 이후 거취를 보면 서울시복지재단의 설명처럼 체험홈을 자립생활 형태로 보긴 어려웠다. 퇴소자 중 원래 거주하던 장애인거주시설로 간 인원은 65명, 다른 거주시설로 간 인원은 2명으로, 퇴소자 중 53.2%는 시설로 돌아갔다.
 

시설 복귀 인원을 연도별로 보면 2011년 9명, 2012년 10명, 2013년 5명, 2014년 5명, 2015년 23명, 2016년 5월까지 14명이다. 서울시가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시작한 2013년 이후에도 48명에 이르는 인원이 도로 시설로 돌아갔다.
 

반면 퇴소 인원 중 자립으로 볼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간 인원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자립생활주택으로 간 인원은 19명, 완전하게 자립한 인원은 11명으로, 그 비율은 23.8%에 그쳤다.  그 외에 다른 체험홈으로 이주한 4명, 공동생활가정 12명,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3명이 있으나 이들은 거주시설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거주 형태로 이주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이에 더해 체험홈이 거주인에게 충분한 자립생활 경험을 제공하지 못 하는 정황도 수치로 드러났다. 퇴소자 중 15.1%인 19명은 체험홈 거주 기간이 6개월 이하로, 서울시복지재단이 설정한 자립 경험 기간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 중 다시 시설로 복귀한 인원은 13명에 이르렀다.
 

2011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체험홈 거주인들의 거주 기간. 139명 중 42명, 30.2%가 3년 이상 장기 거주자다. (자료 출처 : 서울시, 비마이너 재구성)

거주인 10명 중 3명은 3년 이상 장기 거주, 시설화되는 체험홈?
 

퇴소자뿐 아니라 현재 체험홈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거주기간을 통해서도 체험홈이 시설화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시설 운영 체험홈에 거주하고 있는 인원 139명의 평균적인 거주 기간은 20.8개월로 서울시복지재단이 밝힌 자립 준비기간 24개월 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거주인 개개인으로 보면 체험홈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인원도 상당했다.
 
현재 체험홈 입주자 중 입주 기간이 3~4년 사이인 거주인은 21명, 4~5년 사이인 거주인은 13명이었고, 5년 이상 체험홈에 거주한 인원도 8명이나 됐다. 거주인 중 3년 이상 장기 거주인의 비율은 30.2%에 이른다. 여기에 3년 이상 체험홈 거주 후 퇴소하고 다시 시설로 복귀한 사람(2명)까지 포함하면 총 44명이 진전된 자립생활 주거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장애계가 시설을 비판하는 근거 중 하나는 거주인들을 장기간 지역사회와 격리시킨다는 점이다. 체험홈 또한 시설보다는 지역사회와 가깝기는 하나 여전히 시설 관계자가 거주인들의 자립생활을 관리, 통제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여기에 체험홈이 자립 중간 단계가 아닌 장기간 거주 형태가 된다면 시설과의 차이가 또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된 체험홈 대신 공적 지원체계 확대 필요해
 

장애계는 시설 운영 체험홈이 자립생활 중간 단계로 자리잡게 된 이유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시설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와 복지부의 경우 체험홈을 시설 기능보강사업비로 마련하고, 인력과 운영도 시설이 담당하므로 별도 예산이나 탈시설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노력이 줄어든다. 또한 복지부는 2013년부터 5년간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통해 시설 소규모화(30인 이하)를 추진하고 있으며, 체험홈은 이 방향성에 들어맞는다.
 

시설 입장에서도 체험홈은 시설 퇴소 인원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거주인 인원수에 따라 지급되는 보조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지자체 정책에 맞게 자립생활을 지원한다는 명분도 챙기고 다수의 체험홈으로 시설 자산을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시설에 체험홈을 맡긴 결과 장애인 당사자들의 탈시설 자립생활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체험홈이 장애인을 다시 시설로 돌려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시설 그 자체가 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체험홈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의 탈시설 5개년 계획도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를 바 없게 됐다.
 

조아라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체험홈을 탈시설로 보는 서울시와 복지부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되었다”라며 “탈시설 명목으로 시설 운영 체험홈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은 공적 지원체계를 확대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활동가는 “정부와 서울시는 탈시설을 하려는 이들이 시설에서 벗어나 본인 명의의 주거에서 살거나, 시설이 아닌 자립생활주택, 탈시설 정착금 같은 공적 지원체계를 이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당사자가 시설과의 권력관계에서 벗어나 권리의 주체로서 활동지원서비스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 지역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위한 자립생활주택 1000호 확충을 촉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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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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