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에추가 RSS에 추가
| Mobile icon 모바일모드 | 위치별광고안내 | 로그인 | 회원가입
2017년07월28일fri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뷰 펼침
HOME 뉴스홈 > 기고ㆍ칼럼 > 마이너의 서재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당신들의 세상’에서, 언젠가 나는 포르말린 병에 담기게 되겠죠”
뇌병변 장애인이자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
야코브 노셀의 날카로운 질문 담은 ‘내추럴 디스오더’
등록일 [ 2016년10월07일 16시26분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야코브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처음 만나면 본능적으로 충동을 느껴요. 빨리 도망쳐버릴까 아니면 죽여버릴까. 그런데 오늘 저녁은 참 평화롭군요. (좌중 폭소)”

'내추럴 디스오더' 포스터
 
야코브 이에스코우 윤 노셀. 뇌병변 장애인이자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인 28세 청년이 만든 이 자전적 연극의 도입부는,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갈채로 시작한다. 2016년 EBS 국제다큐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내추럴 디스오더(Natural Disorder)”는, 야코브가 연극을 만들어 덴마크 왕립극장에 올리는 1년간의 과정을 따라간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은 곧 야코브가 자신의 존재를 걸고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순례의 여정이기도 하다. 장애인이면서도 동양인으로 살아온 그는 평생 정상-비정상의 경계를 따라 걸어왔다. 그리고 이 경계를 걸어오며 가졌던 세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든다. 첫째, 나는 살 권리가 있는가. 둘째, 나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갖고 싶은가. 셋째, ‘정상성’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가장 처음으로 그가 한 것은 ‘내가 얼마나 비정상인지’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뇌를 스캔해본 결과, 야코브의 뇌는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한 아주 적은 부분이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뇌에 비하면 5퍼센트가 될까 말까 하는 그 작은 공백 때문에 야코브는 혼자 양말을 신기 힘들고, 걷다가 넘어지고, 그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리고 그 작은 공백 때문에, 그는 ‘정상 사회’에 발을 들이는 것이 도무지 허락되지 않는다. 뇌 스캔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야코브의 얼굴 위로 허탈함과 자조가 흐른다. “내가 ‘정상’ 같아 보이냐”라고 묻는 물음에 사람들은 웃으며 “그렇다, 당신을 그렇게 ‘아파’ 보이지 않으니까”라거나, “중증 장애와 경증 장애는 좀 다르지요”라고 태연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가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오려고 할 때, 예를 들어 기자가 꿈인 야코브가 언론사 몇 군데에 지원서를 넣었을 때, ‘정상’의 세계는 “지원서에는 결함이 없지만, 당신의 장애 때문에 기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그의 코앞에서 문을 걸어 잠근다.
 
야코브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웃으며 그를 ‘관용’하면서도 정작 그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순은 언젠가 단순히 문을 걸어 잠그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원치 않을 때는 언제건 그를 ‘죽여버릴’ 거란 것을. 그는 200년 후에는 이 세상에 흑인도, 동양인도, 알비노도, 성적인 매력이 없는 사람도,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언을 연극에 도입한다. 그의 예언을 구현한 애니메이션에서, 야코브 자신은 포르말린 병에 담겨 거리에 전시되어 있다. 마치 수백 년 전, ‘괴물이 바꿔치기한 아이’로 간주되고 살해되어 포르말린 병에 담긴 장애아들처럼. 그래서 연극 도입에 그가 넣은 대사를 그저 농담으로만 받아들여 폭소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그의 영악함에 감탄하면서도 이내 마음이 서늘해진다.
 
다큐에서 한 철학자는 야코브의 이러한 역할을 ‘궁중 광대’에 비유했다. 인쇄물 유통이 자유롭지도 않았고 문맹률도 높았던 시절, 광대는 추악하거나 위험한 진실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특권을 쥐고 있었던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 우스꽝스러운 농담과 분장으로 번뜩이는 칼날을 감추고 있는 광대는, 주변에 늘 적이 많았다. 철학자는 야코브가 바로 이 역할을 물려받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꽤 괜찮은 ‘시민’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은 본능-‘다른 것’에 대한 반감, 끝내는 ‘죽여버리고’ 싶어 하는-을 들추어내는 존재라는 것이다.

'내추럴 디스오더' 중. 예고편 캡처.
 
그리고 그의 칼날은 ‘정상인’들만을 향하지 않고, 그의 내면을 향하기도 한다.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라는 야코브는, “만약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면, 나는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극에는 그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편지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너를 벌써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장애가 있다면,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진다.
 
“만약 네가 너무 많은 난관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인생을 바라지 않는다면, 아빠처럼 태어나라고 말하지 않을게.” 야코브는 아이가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을 때 노정되어 있는 수많은 난관을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난관을 마주하며 이 아이도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필연적으로 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벌써부터 사랑하는’ 아이에게, 이 난관들을 마주하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즉, 아이의 장애를 알고 낙태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칼자루를 쥐여주는 행위이다. 야코브는 한참을 머뭇거리며, 반쯤 울고 반쯤 웃으며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야코브는 어떤 답을 내렸을까.
 
그러나 연극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그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는지 아닌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사상과, 그럴듯한 ‘에티켓’이 사람들의 본질을 가리는 이 ‘정상’의 세계에서, 야코브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했으니까. 자신이 던진 질문의 무게에 짓눌리기도 하고, “당신들의 세상은 지긋지긋”하다며 분노하기도 하면서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흔들림을 세상에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오롯이 홀로 견뎌내고 기어이 무대에 오른다. 거대하고 웅장한 극장 무대에서 한 마디씩 불분명하게 뱉어내는 그의 대사는, 광대의 노련한 칼날이 되어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장애 이슈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내추럴 디스오더가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하지만 시놉시스만 보고 또 하나의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한’ 서사는 아닌지 내심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걱정이 부끄러울 만큼, 영화는 야코브의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별의 먼지’일뿐인 인간이,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범주를 끊임없이 가르는 그 허무한 ‘치졸함’과, 나는 이 범주를 깨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상’이 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되뇌는 야코브의 내적 갈등을 성실하게 더듬어간다. 무거운 주제를 풀어가면서도 끝내 야코브와 ‘당신들의 세상’ 간 화해의 가능성을 산뜻하게 보여주는 마무리는,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이 야코브에게 보내는 조용한 응원같이 느껴진다.
올려 0 내려 0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약자가 없어야 강자가 없다”던 박현과 나누고 싶은 소설, ‘우상의 눈물’ (2016-12-27 17:38:31)
헤이트 스피치를 향한 일본 시민들의 ‘카운터’ 펀치, 우리가 배울 점은? (2016-09-02 14:40:19)
Disabled People News Leader 비마이너 정기 후원하기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
기고 칼럼 기자칼럼

기고 작은이미지
스웨덴의 장애인권리협약과 탈시설을 향한 여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6월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스웨덴 발달...

앉아 있어도 벌금, 누워 있어도 벌금, 벌...
[카드뉴스] 장애인 성폭력사건 언론보도...
숨겨진 감각축제 ‘페스티벌 나다’를 ...
포토그룹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