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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가 비도덕적 진료 행위? 바로 그 ‘낙태죄’를 폐지하라!
복지부, ‘낙태=비도덕적 진료행위’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
시민사회단체, “사회를 거대한 번식장으로 취급하는 조치” 분노
등록일 [ 2016년10월17일 17시15분 ]

인공임신중절 처벌을 강화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에 시민사회단체는 낙태를 범죄시한 형법상 ‘낙태죄’를 드디어 폐지해야 할 때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9월 22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의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위반하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포함하고, 이를 행하는 의사는 최대 12개월까지 자격 정지할 수 있다고 입법 예고했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 1항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에만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 행위’라며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다. 이에 산부인과 의사회는 입법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모든 낙태 시술 중단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입법예고안은 ‘낙태’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또다시 불러일으켰다. 이에 ‘성과 재생산포럼’ 구성원들은 17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예고안을 철회하고 나아가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성과 재생산포럼은 장애여성공감, 공익인권변호사 희망을만드는 법,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등 단체와 개인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과 재생산포럼’ 구성원들은 17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복지부의 시행령·시행규칙 철회와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성과 재생산포럼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임신중지’가 죄로서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의료법 개정안에서 해당 항목이 삭제된다 하더라도 이미 형법상 낙태죄가 존재하고 있으며, 낙태죄가 존재하는 이상 법과 현실의 모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 시 시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의사들의 태도 역시 “‘낙태죄’의 존재로 인해 발생한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여성들만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라며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법으로는 인공임신중절을 엄격하게 금지해놓고는 국가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해온 역사에 기반을 둔다. 국가는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할 땐 임신중절을 조장하다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반대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갈피 없는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몸을 통제 대상으로만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나 태아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10대 임신의 경우엔 출산 여부에 대한 여성의 의사가 더욱 쉽게 무시” 되었음에도,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채, 사실상 생명과 삶을 가장 많이 무시해 온 국가가 도덕과 법을 내세워 여성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 온 것이 바로 낙태죄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백영경 한국여성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에서 이제까지 낙태가 불법으로 존재하면서, 여성들은 이미 병원에서 보험 혜택 없이, 웃돈까지 내면서도, 심지어는 고객 대접조차 못 받으면서, 여성 몸을 존중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좋은 돈벌이 수단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수술을 받아왔다”면서 “한마디로 이제까지 여성은 임신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회의 이등 시민으로 존재해왔던 것”이라고 분노했다.
 

백 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조처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신하면 강제로 출산하도록 하려는 조치이며, 사회를 거대한 번식장으로 취급하는 조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 또한 “장애인의 생명을 침해한 수많은 폭력과 억압을 행사하고 공모한 국가가 생명을 이유로 또 다른 생명을 침해하겠다는 건가?”라며 “모자보건법으로 나라에 도움되는 모체와 태아를 관리하는 법만 있을 뿐, 국가는 단 한 번도 여성의 결정권으로 임신과 출산 문제를 인식해본 적 없다”고 질타했다.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건강에 대한 특별보고관에 의하면 임신중절처럼 여성만이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를 범죄화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면서 “이를 제공하는 의사를 처벌하는 것 또한 여성에 대한 차별이며 여성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라고 전했다.
 

류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매년 2200만 건의 안전하지 않은 인공임신중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4만 7000명이 사망하는데, 이 죽음은 비합리적인 법과 정책으로 일어나는 비극”이라면서 “따라서 국제인권법에서는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권을 인권의 하나로 보며 임신중절에 대한 제한이 적은 나라에서 오히려 임신중절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날 성과 재생산포럼은 “임신중지는 처벌하거나, 그 사유를 국가에 증명하고 허가받아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서, “진정 생명을 그토록 소중히 여긴다면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과 태어날 아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제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에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낙태를 둘러싼 기존 논의를 뒤집는 ‘생명권 vs 선택권 판 뒤집기’라는 주제의 포럼을 오는 25일 저녁 7시 창비서교빌딩 지하 2층 50주년 기념홀에서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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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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