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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정신보건법, ‘헌법불합치 지적 충분히 수용 못한다’ 비판 쏟아져
지역사회 복지지원 명시했지만 강제조항은 아냐
"이제 행정입원으로 강제입원되는 거 아니냐" 우려 제기되기도
등록일 [ 2016년10월19일 20시10분 ]

지난 9월 29일,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정신보건법 24조 제1항, 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전원 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긴 하나 즉각 법적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 상태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지난 5월,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미 해당 조항은 개정됐다. 그렇다면 과연 개정법은 헌법에 합치하는가? 1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선 패밀리링크 전국 강사회와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헌법불합치 결정에 비추어 개정 정신보건법 문제를 짚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1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선 헌법불합치 결정에 비추어 개정 정신보건법 문제를 짚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개정 정신보건법, 무엇이 바뀌었나

우선 개정으로 법 이름이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적 정의는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즉 중증 중심으로 제한됐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입원 대상이 ‘정신질환이 있거나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에서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수정됐으며, 입원 요건도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2명의 진단으로 바뀌었다. 입원 시 2주간의 진단입원 기간을 두는 내용이 추가됐으며, 최초입원 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개정법엔 신설된 조항도 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 당사자 동의를 받는 ‘동의입원’ 조항이 새로 생겼다. 또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두어 비자의입원 시 별도의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게 했다. 임의조항이긴 하나 복지지원이 명시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개정안, 기본권 침해 위험 여전해” 비판 쏟아져  

이러한 개정안이 과연 헌재가 지적한 부분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는가. 이날 전문가와 당사자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정신보건법 24조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은 인정했으나 기본권 제한에 관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위반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점,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의 동의 여부를 무시한 채 보호의무자 동의만으로 입원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헌재의 지적이 개정안에서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헌재는 문제의 조항이 "정신질환자 모두에 대해 판단능력 내지 입원에 대한 동의능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들의 의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지만, 개정안은 여전히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의 능력에 대해 정확히 심사하지 않은 채 ‘동의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개정안에서 입원에 대한 사전 고지와 불법적인 절차, 사법 심사를 받을 권리 등이 미흡한 상태로 있다면서 “기본권 침해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법에 명시한 지역사회 복지지원도 ‘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아닌 ‘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으로 되어 있어, 사실상 무력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는 결국 예산 문제”라며 예산에 대한 부담으로 정부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명확히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 소장 또한 추상적인 복지지원 명시는 “눈 가리고 아웅 하기”라고 질타했다. 조 소장은 “일본의 경우, 2013년 법을 개정하며 ‘퇴원 후 생활환경 상담원 제도’를 만들었다. 장기입원 방지를 위해 병원장에게 환자와 가족들이 입원 중에 나가서 어떻게 할지를 상담하고 도와주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면서 “시행령, 시행규칙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법에 실질적인 노력을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약화된 행정입원 요건, 이젠 ‘행정입원’으로 강제입원?
 

이날, 조성용 소장은 개정안에서 기존보다 입원요건이 약화된 행정입원(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 요건을 지적하며 “보안처분적인 성격을 가진 행정입원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대신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행정입원 조항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자·태해 위험이 있는 자를 발견한 전문의 또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입원을 신청할 수 있으며,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으면 최초 3개월 동안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 계속입원 필요가 있는 경우엔 추가 3개월까지 입원 후 퇴원시켜야 한다고 현행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선 계속입원 3개월 이후에도 6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경찰관이 정신보건전문요원에게 입원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조 소장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중에 헌법불합치 판결도 났다. 이를 대신해 앞으로 보호의무자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입원으로 처리하려는 것 아닌가.”라면서 “개정법대로라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줄고 행정입원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문제 된 상황이 또 다른 형태로 문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민간이송업체를 통해 환자를 체포·감금하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는 기존부터 형사처벌 대상이었으나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처벌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개정법은 이를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엔 헌재에 강제입원 위헌 소송을 냈던 박경애 씨도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박 씨는 재산 다툼으로 보호의무자인 자녀들로 인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됐다. 박 씨는 정신병원에서 당했던 참상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개정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씨는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지 지금도 앰블런스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두근하다”면서 “(강제입원으로) 전 재산 다 날리고 지금 자녀들을 존속 강제감금으로 고소해놓은 상태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고 있다.”며 조속한 폐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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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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