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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제 남고 최저생계비 원칙 사라진 '송파 세모녀법', 변죽만 울렸다
[인터뷰] 기초법 전면 개정 1년 평가...문진영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부터 듣다
등록일 [ 2016년11월07일 19시39분 ]
'송파 세모녀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던 지난 7월, 정부는 법 개정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최저생계비를 대신해 소위 맞춤형 개별급여와 중위소득을 도입하면서 수급자 수는 35만 명, 현금으로 지급되는 생계, 주거 급여는 5만 4000원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기초법 개정 이전보다 분명히 상황이 나아졌는데, 빈민들은 이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부양의무제를 비롯해 갖가지 이유로 수급자로 편입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수두룩하다. 급여 수준도 수급자들의 기초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데 불충분하다는 것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히려 기초법 개정으로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저생계비의 해체로 급여 기준과 급여량을 정부 부처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초법 개정 전부터 있었으며, 기초법 시행 이후 일정 부분 현실로도 드러나기도 했다. 시민사회와 함께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해온 문진영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기초법 개정 이후 드러난 문제점을 자세히 진단해 봤다.

 

문진영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개정 기초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현 시점에서 이 법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1999년 제정되고 이듬해 시행된 기초법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개편 방안은 매우 실망스럽다. 기존 기초법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인데, 먼저 비수급 빈곤층이 너무 많다. 각종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의 절대빈곤율은 전 국민의 8~9% 수준, 400만~450만 명이다. 그러나 수급자는 2~3%밖에 되지 않는데(2010년 3.1%, 2014년 2.6%, 통계청), 적어도 5%의 인원은 비수급 빈곤층인 셈이다.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과 과도한 재산의 소득환산율도 문제다. 이로 인해 110~120만 명(2010년 기준 117만 명, 보건복지부)가량은 기초법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은 급여의 방식만 기존의 통합급여를 개별급여, 잘게 쪼개 주는 것으로 바꾸었다.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지엽적인 부분만 바꾼 셈이다. 기초법을 다시 개정한다면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의 소득환산율 등을 바꿔야 할 것이다.
 

- 개정 기초법의 주요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맞춤형 개별급여’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수급자 수와 급여 수준이 확대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가?
 

일정 부분 개선된 점은 있기는 해도 법 개정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수급자의 수가 약 167만 명으로 2015년보다 35만 명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규 수급자 대부분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교육급여 수급자다(22만 3000명 증가, 보건복지부). 이들 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거라고는 1년에 약 3만 4000원(초등학생 기준) 정도로 생활상 큰 변화가 없다. 이번에 법 개정 과정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 덕에 10만 명 가까이 수급자가 늘긴 했는데, 그것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 효과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봐야 정확하게 할 수 있겠으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맞춤형 급여로의 개편 자체가 올바른 방향이었나 하는 점이다. 최저생계비 제도가 무력화되면서 수급권자들의 사회적인 권리가 후퇴할 수 있다.
 

- 맞춤형 개별급여가 수급자들의 사회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기존 기초법 7조는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해서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이 조항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도 이제는 사회권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개별급여로 방식이 바뀌면서 정부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급여 액수를 낮출 수 있는 재량형 급여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계급여만 중위소득 30%를 지급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을 뿐, 나머지 급여는 해당 부처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
 

개정 기초법은 시행 전부터 시민사회로부터 부양의무제, 추정 소득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불량품 종합세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 개별급여로 급여 방식이 바뀌면서 그 기준으로 상대적 빈곤선인 중위소득이 도입됐다. 최저생계비와 비교해 중위소득으로 수급자를 정하는 것이 적정한가?
 

국민 소득에 대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급여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위소득인데, 기초법과 같은 공공부조의 기준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공공부조 제도는 ‘(결핍된)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급자를 중위소득 기준으로 선정하면 소득분포상 일정 비율 이하의 소득을 가진 것과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을 동일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위소득은 국민경제의 등락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1997년 외환위기처럼 경제 위기가 오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빠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수급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중위소득도 같이 내려가기 때문에 수급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최근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는데, 상대적 빈곤선에 따른 기준이 과거 전물량방식(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 가격의 총합으로 급여 기준선과 수준을 정하는 것으로 기초법 개정 전까지 최저생계비를 측정하는 방식 – 편집자 주)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기본 욕구는 올라가는데 중위소득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점점 수급자의 욕구 충족이 어려워질 것이다.
 

거꾸로 1990년대 아일랜드가 국민소득이 거의 두 배 이상 늘어났는데, 상대 빈곤율은 거의 제자리였다(아이리시 패러독스). 보통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기본 욕구가 충족돼 공공부조를 받는 인구는 더 줄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 빈곤선을 공공부조에 도입하는 것은 제도 속성상 적합하지 않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공부조 선정 기준으로 상대적 빈곤선을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다.
 

- 중위소득을 근거로 하더라도 급여를 올리거나 수급 자격 기준을 완화하면 제기된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정한 급여별 수급 자격(생계 30%, 의료 40%, 주거 43%, 교육 50%)은 현행 최저생계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보나?
 

애초에 정부는 개정 기초법의 의료급여 기준을 과거 최저생계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2015년 최저생계비는 4인 가족 기준 166만 8329원, 개정 기초법 의료급여 기준은 168만 9013원이었다. - 편집자 주) 기초법 개정 전부터 수급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급여는 의료급여였고,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자 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기초생활보장 급여 기준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제 위기로 중위소득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급조건이 더 나아지긴 쉽지 않을 것이다.


생계급여 수급 기준선을 중위소득의 40% 정도로 대폭 올릴 수도 있겠지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부양의무자 제도를 개정하여 광범위하게 잔존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는 게 더 시급한 과제다.

-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가? 예전부터 중위소득이 정부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계속 해온 것으로 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중위소득 증가율을 근거로) 2017년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는 과정에서 2014~15년 농어가 소득은 포함하고 2013년 농어가 소득은 제외했다. 이게 석연치 않은데, 2013년 농어가 소득이 들어가게 되면 정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중생보위에 따르면 2013년 농어가 소득은 과거 통계와 연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중위소득 산정 과정에서 제외했다. 2013년 가계동향조사 중위소득 증가율은 농어가를 빼면 3.44%로 농어가를 넣었을 때 증가율 4.02%보다 낮았다. 그러나 2014년 중위소득 증가율은 농어가를 포함할 때 3.14%, 농어가를 제외하면 3.46%이었다. 2017년 기준 중위소득은 지난해보다 1.72% 올랐는데, 만약 2013년 농어가 가구를 포함하면 증가율이 2.1%로 올라간다. - 편집자 주)
 

또한 중생보위 인사들 대부분이 정부 관료와 같은 친정부 인사로 꾸려져 있다(2016년 중생보위 위원 17명 중 정부위원이 7명이며, 민간위원 10명 중 5명은 국책 연구소 연구원이다. - 편집자 주). 조작이라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통계적으로 몇 퍼센트라는 급여 기준선을 정부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최저생계비 책정의 경우 기본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구성하는 물품이 정해져 있어 상대적으로 자의적인 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2014년 빈곤단체 활동가가 중생보위 회의장 앞에서 "빈곤층의 최저생계비를 중생보위 마음대로?"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문진영 교수는 최저생계비가 중위소득으로 대체되면서 급여 기준선을 정부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 과거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낮은 수준의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 등 상대적 빈곤선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지금의 관점에서 이에 대해 평가한다면?
 

과거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상대적 빈곤방식이 가지고 있는 진보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빈곤 방식의 빈곤과 절대빈곤 방식의 빈곤은 개념상의 차이이고 측정방식의 차이인데, 이를 수준의 차이로 이해해 왔다. 지금까지 절대빈곤 방식의 빈곤선보다 상대빈곤 방식의 빈곤선이 높았으니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상대빈곤 방식의 빈곤선이 기본적인 욕구에 기초한 절대빈곤 방식의 빈곤선보다 낮아질 수 있으며, 실제 최근의 자료를 보면 이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절대빈곤 방식의 빈곤선은 계측연도(전물량방식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직접 측정하는 연도) 5~7%, 비계측연도(전년도 최저생계비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연도) 3~4% 정도 증가하였는데, 앞으로 중위소득 기준의 상대빈곤 방식으로는 2% 정도의 증가에 머무를 것으로 판단한다. 공공부조 제도의 원리와 상대적 빈곤이 정합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 그렇다면 상대적 빈곤이 기초법 같은 공공부조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가?
 

그렇다. 다만 기초법 개정 이전처럼 가구원 수 정도만 가지고 최저생계비를 책정하는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장애, 거주지, 가족 형태 등 64가지 기준으로 공공부조 기준을 세분화하고 있다. 한국도 땅값이 비싼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 장애인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다른 최저생계비를 책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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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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