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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박근혜에 대한 정신과적 분석, 불필요한 호기심’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데 정신과 전문의 견해 필요 없어”
등록일 [ 2016년11월23일 14시43분 ]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사진출처: 서천석 소장 페이스북)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 대통령에게 어떤 정신과적, 심리적 문제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불필요한 호기심’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몇몇 심리학자들이 박근혜를 정신박약, 발달장애 등으로 단정 짓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것과 대조적이다.


서천석 소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여러 방송국 등 언론에서 ‘대통령에게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지, 그의 심리는 어떤지 분석해달라’는 요청이 여러 차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서 소장은 “저는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도 “그가 하야해야 한다는데 있어서 정신과 전문의로서의 견해는 조금도 필요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근혜가 법률을 위반했고 그에게 맡겨진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 즉 그의 공적 행위에 대한 판단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서 소장은 “정신병자 운운하는 말들이 정신과 환자,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문제를 다 정신과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것은 “옛날 스타일”이라고 주장했다.


서 소장은 이어 “박근혜 씨의 심리를 궁금해하는 것은 그를 나와는 다른 존재로 여기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 혐오하는 것으로부터 자기를 분리하려 합니다”라며 “그래서 어떤 행위를 그저 혐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탈을 씌웁니다. 마녀라는 탈도 씌우고, 변태란 탈도 씌우고, 더러운 피를 가진 유대인이란 탈도 씌우고, 정신병자라는 탈도 씌우죠. 현대에 가장 많이 씌우는 탈이 바로 정신병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을 정신과적 진단이나 심리 분석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다 정신적 문제가 있게 된다”면서 “물의를 빚는 사람만 심리적 문제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서 소장은 “박근혜가 제 정신이 아닐 수도 있고,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박근혜가 정말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치료를 받으면 될 문제이고, 그것까지 국민들이 미리 걱정하고 준비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서 소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매체를 통해 파악한 박근혜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추정이라는 점을 전제로, 그가 ‘리플리증후군’일수도 있다는 주장을 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말한다. 서 소장은 박근혜 또한 10대 시절 갖게 된 자기애(narcissism)가 현실에서 적절한 좌절을 통해 현실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거짓된 자기만을 믿으며 마음의 평화를 지켜온 게 아닐까 추측한 것이다.


이 글이 공개되자 여러 언론에서 이를 인용해 서 소장이 박근혜를 ‘리플리증후군’으로 진단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는데, 서 소장은 언론의 이런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을 리플리증후군이라 ‘진단’한 적이 없다면서, “그 글에서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나만의 상상이며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여러 번 표현했다”는 것이다. 서 소장은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 대해서 진단이나 심리 분석을 하고 그것을 언론에 이야기하면 윤리 규정 위반”이라면서 “다들 왜 그렇게 대통령의 심리가 궁금한지 모르겠다”라고도 했다.


서 소장은 “그(박근혜)의 불법적 행위, 그를 이용한 자들의 불법적 행위, 멀쩡한 정신을 갖고, 아니 오히려 더 비상한 두뇌를 돌려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행위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그의 정신세계를 탐색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라며 글을 마쳤다.

 

서천석 소장 페이스북 글 전문


요즘 제게 많은 요청이 옵니다. 대통령에게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지, 그의 심리는 어떤지 분석해달라는 것입니다. 방송국 3개를 포함해서 손가락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에요. 물론 모두 거절했습니다. 저는 그런 분석이 불필요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가 하야해야 한다는데 있어서 정신과 전문의로서의 견해는 조금도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시민으로서의 견해면 충분합니다. 박근혜 씨는 법률을 위반하였고 그에게 맡겨진 책임을 방기해서 시민에게 모욕감을 주었습니다. 그의 정신세계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러한 공적 행위 때문에 그는 그만둬야 합니다.

어제도 어떤 기사에 제가 예전에 썼던 페북 글의 인용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대통령을 리플리증후군으로 진단했다고 나오더군요. 물론 저는 그런 '진단'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 제가 쓴 페북 글이 널리 퍼져 나온 일인데 제 글을 봤던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그 글에서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나만의 상상이며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여러 번 표현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저는 그가 궁금하지만 실제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고 썼습니다.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 어떤 성격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처음 그 글이 한겨레신문에 인용이 된 후 제가 페북에 항의의 글을 쓰자 기자 분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저는 왜 그 기사가 문제인지 설명을 드렸습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 대해서 진단이나 심리 분석을 하고 그것을 언론에 이야기하면 윤리 규정 위반이다. 그렇기에 글에 이 모든 이야기는 그저 나의 상념일 뿐이고, 책임있는 분석이 아님을 표현했다. 그런데 기사화를 하면 사람들은 내가 기사화에 찬성했고, 책임있는 분석을 한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비윤리적인 행위의 당사자가 되고 만다. 기자 분은 여러 번 사과를 했고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 기사는 이차 인용이 되면서 퍼져버리고 말았네요. 다들 왜 그렇게 대통령의 심리가 궁금한지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은 대통령이든 누구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 대해 누군가 '정신병자다,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듣기 싫어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만나는 정신과 환자 분들은 대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이상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일 뿐 이상한 사람이 정신과 환자는 아닙니다. 환자들은 오히려 대부분 무해합니다.

저는 정신병자 운운하는 말들이 정신과 환자,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들이 거기 일조한 면도 있어요. 모든 문제를 다 정신과적으로 설명하려 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방식은 옛날 스타일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모든 것을 정신과적 진단이나 심리 분석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렇게 설명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다 정신적 문제가 있게 됩니다. 멀쩡한 사람은 얼마 없지요. 어찌 보면 그 말이 맞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물의를 빚는 사람만 심리적 문제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하죠. "제 정신으로 그럴 수 있어? 미친 거지." 하지만 대개 사람은 제 정신으로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의식을 똑바로 가진 채 자신의 선택으로 엄청난 일들을 저지르는 것이 인간입니다. 겉으로 봐선 알아볼 수도 없어요. 여기서는 멀쩡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다른 공간에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박근혜 씨의 심리를 궁금해하는 것은 그를 나와는 다른 존재로 여기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 혐오하는 것으로부터 자기를 분리하려 합니다. 그래야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떤 행위를 그저 혐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탈을 씌웁니다. 마녀라는 탈도 씌우고, 변태란 탈도 씌우고, 더러운 피를 가진 유대인이란 탈도 씌우고, 정신병자라는 탈도 씌우죠. 현대에 가장 많이 씌우는 탈이 바로 정신병자입니다.

하지만 그런 탈을 씌우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잘못한 자를 단죄할 수 있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경계할 수 있어요. 박근혜가 하야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정신이 이상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가 저지른 온갖 불법과 책임의 방기 때문입니다. 그가 제 정신이 아니기에, 사이코패스인 누군가의 명령을 따라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멀쩡한 인간이 그런 일을 해서 더 문제인 것입니다.

물론 제 정신이 아닐 수도 있고,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가 그런 짓을 저질렀고 그러니 그 자리에 더 머물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문제는 차차 해결하면 됩니다. 그가 정말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치료를 받던지 하겠지요. 그것까지 국민들이 미리 걱정하고 준비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네요. 사생활보다 공적인 것에 충실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의 불법적 행위, 그를 이용한 자들의 불법적 행위, 멀쩡한 정신을 갖고, 아니 오히려 더 비상한 두뇌를 돌려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행위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그의 정신세계를 탐색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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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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