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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활보노동 개선의 열쇠는 ‘수가’뿐만이 아니다
활보 노동 개선 위해 바우처 제도, 낮은 수가 등 정부 차원 해결도 필요하지만
‘모두의 권리’ 함께 확보하기 위한 의지도 빼놓을 수 없어
등록일 [ 2016년11월28일 19시28분 ]
시행 10년 차가 된 활동보조 제도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매해 제기되는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활동보조인들은 정당한 노동자 권리를 확보하기 어렵고, 중개기관은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복지 누수'를 잡겠다며 부정 수급자 색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오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등이 공동주최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공적책임 강화와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이곳에서 활동보조 제도 관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제도를 바로잡고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공적책임 강화와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이룸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
바우처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총체적 문제...팔짱만 낀 복지부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활동보조 제도의 많은 문제가 '바우처 제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현행 바우처 제도에서는 중개기관 운영비와 활동보조인 임금이 한꺼번에 교부되고 있는 데다, 통상임금뿐 아니라 각종 수당까지 사전에 포괄하여 산정하는 '포괄임금제'가 시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로 인해 낮은 수가에서 운영비와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는 노동 시간 규제나 수당 미지급 등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이는 활동보조인의 정당한 노동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활동지원서비스가 진입장벽이 낮은 저임금 일자리로 인식되면서 중년의 경력단절 여성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대부분의 남성 장애인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동성의 활동보조인과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실장은 이러한 문제점들이 고착화되어가고 있음에도, 관리 책임이 있는 복지부는 "부정수급 색출" 외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낮은 수가로 인해 제공기관들이 임금문제에 있어 실제로 불법을 자행하지 않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도외시한 채 노동 감시만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실장은 복지부가 △민간중심 공급구조에 대한 공적 규제 강화를 통한 노동권 보장 △전자바우처 폐기 및 인건비 분리교부 △사회적 돌봄서비스 교육의 질 관리 등의 일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리고 특히, 활동 지원인력의 처우 개선과 활동보조 수가 현실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활동 지원인력의 열악한 처우는 높은 이직률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전문성 하락은 고스란히 이용자인 장애인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처우 개선은 당연히, 수가 현실화가 이뤄졌을 때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개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민용순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회장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복지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 회장은 "보건복지부 사업안내 지침에 따라 중개기관 운영을 했지만, 기관들은 노동법 위반 등으로 고소, 고발을 당하고 있다"라며 "국가기관이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낮은 수가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민 회장은 "기관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 활동보조인에게 시간당 6800원 이상의 수당을 지급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는지 복지부에 물었다. 복지부로부터 '중개기관 지정에 응모한 기관은 사전에 수입지출을 예상하여 응모한 것으로 생각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에 대해서도 '검토 중', '노력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민 회장은 "복지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니, 기관에서도 적자를 내며 계속 운영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사회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해놓고 정부는 공적인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다. 국가가 국민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 확보의 긴 싸움 이전에,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고미숙 전국활보노조 사무국장(왼쪽)과 김현민 노무사(오른쪽)
한편, 활동보조인의 노동권 악화의 책임이 복지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날 선 비판도 제기됐다. 고미숙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현재 활동보조인들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 지난 2010년,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진짜 사장 나와라'는 구호를 외치던 동희오토 소속 노동자들이 떠오른다"고 입을 열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했던 동희오토 소속 노동자들은 당시 사측으로부터 "우리도 기아차에서 주문받아 생산하고 단가 받는 입장이기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고 사무국장은 "수당을 요구하는 활동보조인들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늘 중개기관으로부터 '정부가 수가를 낮게 책정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듣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무국장은 "일부 활동 지원기관들이 수당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 시간을 제한하거나 임금체납 포기 각서를 받는 것을 보면, 하청업체의 생존 강구책과 닮아있다"라며 "그러나 이 사업을 수행하는 다수의 기관이 장애인 권리와 자립생활을 위해 투쟁해온 것을 알기에, 이런 곳에서 노동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라고 전했다. 그는 “만약 장애인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장애인의 권리를 유보해달라고 하면 이에 동의할 기관은 없을 것이다”면서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유보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민 노무사 역시 예산 확보가 완료되어야만 활동보조인의 노동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수당 미지급 등 앞서 지적된 문제들이 "복지부의 낮은 수가 책정으로 인한 기관들 나름의 자구책이지만,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활동보조 제도에 최종 책임이 있는 복지부와 근로기준법 위반을 예방하고 지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면서도 중개기관의 역할 역시 강조했다. 그는 "각 단체가 자기 편한 방식으로만 움직인다면 복지부나 기재부가 현행 제도를 굳이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기관이 근로기준법 준수와 이를 통한 활동보조인 노동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할 때, 활동보조 수가 인상 요구에도 정당성과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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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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