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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소식에 ‘축하합니다’ 대신 ‘낳으실 건가요’ 질문 받는 사람들
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 “장애 여성 엄마들의 삶 사례발표회” 개최
등록일 [ 2016년12월01일 19시31분 ]
"오늘 말씀하시는 분들 이야기 다 제 얘기 같아요. 저보다 한참 선배인 분들 이야기인데도 어쩜 이렇게 아직도 똑같죠"
 
1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여성생활문화연대 '파란'(아래 파란)이 주최한 '장애 여성 엄마들의 삶 사례발표회'가 열렸다. 장애 엄마들이 한 곳에 모여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에서 겪었던 고충을 풀어냈다. 장애 정도도, 장애 유형도, 나이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다른 '엄마'들은 고개를 깊이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장애 여성 엄마의 삶, 사례 발표회: '우리의 목소리에 날개를 달자'가 진행되는 모습.
 
"낳으실 건가요"부터 계단뿐인 학교까지...장애엄마들이 겪는 어려움
 
장애 여성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은 "축하합니다"가 아니라 "낳으실 건가요"이다. 사람들은 장애 여성이 양육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과 아이도 장애인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장애 여성의 임신을 축복하는 것이 아니라 "왜 피임을 제대로 안 했느냐"고 다그치거나 임신 중절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진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퇴짜를 맞기도한다.
 
김진옥 파란 협동사무국장도 임신해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이런 경험을 했다. 병원에서는 다짜고짜 "낳으실 거냐"고 물었고, "추천서를 써 줄 테니 큰 산부인과로 가라"고 했다. 김 국장은 "당시 씁쓸한 마음으로 추천서를 들고 강남에 있는 큰 산부인과에 갔다. 그런데 그곳도 장애인 화장실이나 높낮이가 조절되는 침대, 장애인의 몸에 맞는 정기검진 기계 등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임신 중 느끼는 불안감도 비슷했다. 장애 여성들은 '내 아이도 장애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내 자세가 바르지 않아 아이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등의 걱정을 임신 기간 내내 한다. 김 국장은 "장애 산모를 위한 자료가 있었더라면 더 안정된 마음으로 갓 태어난 아이를 만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문제는 더욱 구체화된다. 아이가 어려 손이 많이 필요할 때, 장애 여성들은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 자기 손으로 아이를 달래거나, 우유를 준비하거나, 목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 여성의 아이는 대부분 활동보조인이 돌본다. 그러나 아이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하지만, 활동보조인이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박지주 파란 대표는 "현행 제도에서 활동보조인 지원은 산전후 6개월, 80시간만 지원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부족한 활동보조 시간을 지적했다. 또한, 박 대표는 "아이가 자라는 게 6개월로 끝나는 것이 아닌데, 지원은 6개월에서 멈춘다. 아이들이 커서 돌아다니면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져서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데도 정책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가 자라나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 문제는 또 다른 양상을 띤다. 가정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작은 사회에서, 장애 엄마를 둔 아이들은 사회적 편견의 시선에 마주하게 된다. 함순옥 문화지대장애인나설때 부대표는 "아이가 한창 사춘기였을 때, 청소년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펑펑 울면서 상담을 안 받겠다고 했다. 상담사가 장애인 부모 아래서 크는 고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라며, "비장애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말실수'가 장애 부모와 그 자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등의 편의시설 미비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참관수업을 갔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일들, 저상버스가 오지 않아 아이의 발표회를 놓친 일 등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참석한 장애 여성들은 "완전 내 이야기"라며 박장대소하다가도 감정이 북받쳐 종종 눈물을 흘렸다.
 
장애 유형과 자녀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특수한 고민들
 
배현숙 씨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리고 세 아들의 엄마다. 자녀는 모두 청인으로, 배 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경험했던 특수한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기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해 아기 울음 알림 기계를 써서 키워왔다. 곧 말을 시작하고,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을 더이상 기계에 의존할 수는 없게 되었다. "큰아이는 역사를 재밌어하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나와 하고싶어했는데, 아이의 입모양만 보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삼국지'라는 단어를 보고서야 '아, 항우와 유방을 이야기하는 거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배 씨는 아직은 알고 있는 수준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이가 크고 점점 더 어려운 이야기를 하게되면 아이와의 대화가 잦아들지 않을까 염려했다.
 
신지은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의 아이는 7개월만에 태어났다. 공교롭게도 아이는 희귀난치성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신 씨는 "지금은 다행히 완쾌 판정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호흡기를 단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다"고 전했다. 신 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신체 움직임과 언어에 어려움이 있다. "비장애인도 아이 키우기 힘들겠지만, 부부가 모두 중증장애인인데다 아이가 아프기까지 해 더 많은 돌봄이 필요했는데도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전혀 없었다."
 
신 씨의 아이는 8개월이 되어서도 혼자 앉지를 못했다. 병원에서는 "부모가 모두 장애인이니 유전적으로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이때 지인으로부터 "엄마, 아빠 모두 장애인인데 애도 장애가 있으면 시설로 보내야지, 어떻게 키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 씨는 "나는 시설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그곳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안다. 애를 때릴 수도 있고 울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걸 다 아는 나에게 '아이를 시설에 보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장애 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은..."안정적인 지원과 연대"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정책위원.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장애 여성의 재생산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기 위해서는 장애 여성의 양육을 지원하는 '홈헬퍼'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서비스 대상이 저소득 기혼 장애 여성뿐만이 아니라, 비수급권자도, 미혼 장애 여성도, 비장애 여성과 결혼한 장애 남성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서비스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대신 서비스 필요성이 높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서비스 대상 기준 선정 시에는 자녀의 연령 기준을 넣되, 장애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도록 유연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시각, 청각, 발달 장애 여성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녀 학령기에 홈헬퍼 서비스 지원이 더 필요할 수 있으므로, 장애 유형과 자녀의 욕구에 따라 6세 이하 자녀가 아닌 초등학교 방과 후 지원까지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는 홈헬퍼 서비스를 받는 경우 이중수급을 방지한다며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다. 김 위원은 "대상과 서비스 내용을 확대하면 활동보조서비스와 병행해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김 위원은 홈헬퍼 서비스 외에도 △장애 여성을 위한 산전후 관리체계 구축 △모성권 관련 상담 지원체계 구축 △선택 가능한 사회적 돌봄의 활용 △장애 학부모의 물리적, 정보 접근성 확보 등이 이뤄져야 하며, 이때 다양한 장애 유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연대하면서 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 사회도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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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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