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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범죄’는 왜 뉴스가 되는가
장애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언론
‘정신질환자’라는 존재를 만드는 ‘정신병원’이라는 공간
등록일 [ 2016년12월07일 11시06분 ]

정신 질환에 대한 언론 보도는 크게 두 가지다. 정신건강에 관한 의학적 정보전달과 범죄 사건 보도가 그것이다. 사건 보도의 경우, 일회적 단신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난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도드라졌다. 여론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로 인한 범죄’라고 인식했으나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를 ‘정신질환자 범죄’1)로 규정했다. 이후 언론에선 ‘부산 묻지 마 각목 폭행’, ‘수락산 살인사건’ 등의 유사 흉악 사건 보도가 잇따랐다. 언론은 범행 정황과 피의자 특정 상태를 근거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라고 보도했다. ‘정신질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엔 “정신 병력은 확인되지 않았다/확인 중이다”라는 문장을 덧붙여 정신질환과 범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관련기사 : 언론은 어떻게 ‘정신질환자 범죄’를 만들어냈는가?)
 

‘정신질환자 범죄’는 매번 보도될 때마다 일상을 벗어난 기이함으로 충격을 준다. 그러나 한편, 이런 뉴스는 이제 흔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신질환자 범죄는 대체 왜 뉴스가 되는가. 언론은 이를 왜 보도하며, 이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장애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언론


‘정신질환자 범죄’ 기사는 누가 쓸까. 대개의 경우, 해당 기관을 출입하는 사회부 기자가 쓴다. 주류 언론사 기자들은 경찰서, 국회, 검찰 등 각각의 출입처가 있으며, 출입처 내 기자단을 만들어 정보를 취한다.
 

즉, ‘정신질환자 범죄’ 같은 사건·사고에 대한 첫 번째 발화지는 수사기관일 가능성이 크다. 수사기관 브리핑 내용을 기자들이 받아쓰는 거다. 하지만 단어 선택에서 드러나듯, 수사기관은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발달장애(지적·자폐성장애)와 정신장애에 대한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일례로 작년 10월에 있었던 마포구 정신장애인 사망 사건의 경우, 경찰은 처음엔 ‘정신지체’라고 발표했다. 정신지체는 발달장애인을 일컫는 과거 용어로 많은 수사기관이 여전히 이 단어를 사용한다. 이에 발달장애인 사망 사건으로 인식한 장애인부모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다음날 경찰은 부랴부랴 ‘조현병’이라고 정정했다.


수사기관이 잘못 브리핑해도 언론이 제대로 확인해서 쓰면 된다. 하지만 언론도 ‘장애를 앓는’, ‘정신지체로 거동이 불편한’ 등 잘못된 경찰 브리핑을 수정 없이 그대로 보도한다. 기자도, 최종 데스크에서도 이러한 표현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나의 출입처엔 수십 개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한다. 기삿거리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기자는 ‘그들’과 친해야 한다. 권력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주류 언론은 주류 이슈와 밀착된다. 장애 문제 같은 소수자 이슈에 고민하고 사유할 필요성은 갖기 힘들다.


텍스트의 바깥, 콘텍스트(맥락)를 구성하는 것들


고민하지 않고 사유하지 않을 때, 언론은 사회 편견에 기댄 보도를 하게 된다. 편견(prejudice)은 이미 사회적으로 주어져 있는 통념이다. 정신질환자는 바로 그 편견에 둘러싸인 대표적인 존재이며, ‘정신질환자 범죄’는 그 편견이 낳은 필연적 결과다.
 

[제목] 강남 '묻지마살인'처럼 부산 각목폭행범도 정신분열증
“서울 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처럼 부산에서 각목으로 여성 2명에게 무차별 폭행한 50대 남성도 정신분열증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6.5.26 연합뉴스 보도)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며칠 뒤, 부산에선 ‘부산 묻지 마 각목 폭행 사건’이 보도됐다. 경찰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 소행이라고 결론지으며 부산 사건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조현병으로 인한 증상이었을까? 당시 보도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2000년에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2012년,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아야 했지만 받지 않았다. 구청은 그에게 자활에 참여해야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급’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이조차 거부하면서 결국 작년 7월 생계급여 40만 원을 삭감당했다. 그때부터 그가 받게 된 수급비는 주거급여 11만 원뿐. 그는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16만 원의 셋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는 사건 발생 나흘 전, 굶주림에 집 근처 상점에서 바나나 1개를 훔치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그리고 6월 25일, 가로수를 지지하던 각목을 뽑아 길 가던 20대, 70대 여성을 폭행했다.
 

지난 5월 25일 일어난 ‘부산 묻지마 각목 폭행’ 사건 관련한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화면
“서울 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처럼 부산에서 각목으로 여성 2명에게 무차별 폭행한 50대 남성도 정신분열증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의 첫 문장은 사실(fact)이다. 그러나 사실이 곧 진실(사건의 실체)은 아니다. 때로는 사실관계의 의도된 조합이 사건의 실체를 감추기도 한다. 이 사건에서 ‘정신질환’을 지우고 읽는다면 어떨까. 극심한 빈곤으로 인한 분노가 더 크다.


뉴스에 보도된 사실이 의미를 갖는 것은 텍스트의 바깥, 콘텍스트(맥락) 덕분이다. 행위자에게 정신질환과 같은 장애가 있는 경우, 그에 대한 편견이 콘텍스트로 작동한다. 기자는 이를 고려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달리 배치할 수 있다. 사회적 편견과 그 편견에 따른 언론의 무반성적 보도 행태는 때로 서로 (악)순환하며 부정적 편견을 강화시키곤 한다.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정신질환자라는 존재를 만든다

사회적 중요성과 공익성, 특이성이 상호작용할 때 뉴스는 만들어진다.2) 정신질환자 범죄는 ‘정신질환’이라는 요소의 특이성으로 가산점을 얻는다. 정신질환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다. 그러나 언론에서 정신질환자로 명명될 때, 그의 다양한 존재 조건은 정신질환이라는 단 하나의 속성에 함몰되어 버린다.


사람들 인식에서 정신질환자는 ‘사회 속’에 있지 않다. 그들은 ‘정신병원 내’에 존재한다. 정신질환자는 정신병원이 존재함으로써 의미화되는 존재다. 정신질환자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와 같은 단순 병리적 증상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정신병원이 가진 장소성을 불러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이 특정 공간에 집단 수용되는 이유는 지역사회 복지시스템의 부재도 있지만 그에 앞서 사회적 동의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서 정신질환자는 주로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가해자로 그려진다. 고로, 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해(치안 유지) 정신질환자는 정신병원에 가둬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얻으며, 정신병원 존재 또한 그 해악성에도 불구하고 긍정된다.


지역사회엔 분명 자기 관리하며 잘 살아가는 정신질환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야말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이는 뉴스 가치가 낮다. 언론은 수백 개의 사건 속에서 보도할 사건을 택해야 한다. 대다수 언론은 소수자 이슈에 있어 기존 편견을 혁파하기보다 이에 기대어 보도한다. 따라서 이들은 보도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진짜 미디어의 힘은 보도하지 않는 데 있다.”3) 그래서 대다수 사람에게 정신질환자는 자기 이웃이 아닌 충격적 사건 속 행위자로서만 각인되어 있다.
 

박근혜 삶을 ‘정신분석’? 가십성 소비일 뿐

유명인의 삶과 연결될 땐, 이는 가십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본인은 밝힌 적도 없는데 언론이 전문가 발언을 더 해 기사로서 다루면, 그것은 신뢰까지 얻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통된다.


현재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박근혜의 심리·정신적 상태를 분석한 기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김형태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지켜본 박근혜가 20대부터 엄청난 불안과 의존 심리를 갖게 되었고, 오랜 은둔생활로 인해 최측근 몇 명을 빼고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심리·정신적 상태를 비정상적 행위(대체 정상이란 뭔가?)를 설명하는 결정적 단서로 사용한 것이다. 이는 이제껏 이해되기 힘들었던 박근혜 행적에 대해 어떤 알리바이를 제공하면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기도 한다. 실제 많은 이들이 이에 호응했다.


그러나 전문가가 어떻게 단 한 번의 대면조차 없이 이토록 쉽게 ‘진단’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진단이 옳다고 한들 이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윤리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즉, 언론은 전문가 발언을 의도적으로 캐스팅해 보도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듯하나, 실제 이는 최소한의 윤리성, 학(學)으로서의 엄밀성을 잃은 진단이고 가십일 뿐이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할 뿐이다.
 

언론 보도와 정부 정책, 그 행간 읽기

이러한 보도 행태는 정신질환자를 내 이웃의 자리에서 지우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이데올로기 재생산에도 복무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동안 정신질환자 범죄 관련한 보도가 폭증했다. 그 시기 때마침 정신질환자 범죄가 증가한 걸까? 아니면 이슈가 되니 관련 보도가 증가한 걸까.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기준으로 한 달간(5.17~6.16) 네이버에서 ‘정신질환’으로 검색된 기사만 3237건에 달한다. 한국언론재단 카인즈(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에 등록된 매체 41개(조·중·동 제외) 대상으로는 동일기간, 동일 검색어로는 473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반면, 강남역 사건 발생일을 기점으로 그 전 한 달 동안(4.17~5.16)엔 네이버에선 886건, 카인즈에선 166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사건 하나가 이슈되면, 언론사는 추가 취재를 통해 후속보도를 한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인터넷 매체들은 조회 수를 노린 어뷰징 기사를 반복 생산해낸다. 어뷰징 기사들로 인해 비대해진 보도량은 사건의 심각함을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당장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불러온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프레임을 구성하기도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이창재 법무부 차관은 충남 공주의 치료감호소를 방문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2월부터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인에 대해선 개정된 ‘치료감호법’에 따라 치료명령제를 시행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는 지난 2일부터 시행됐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경찰이 ‘정신질환자 범죄’ 프레임으로 바꾸려고 하자, 당시 포털사이트에선 ‘정신질환자 혐오를 조장한다’는 댓글이 쇄도했다. 여론이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경찰 의도를 읽고 경계하며 비판한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 인식은 분명 변했다. 변화된 인식은 강제입원 조항(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 바탕엔 강제입원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정신장애인 당사자 그룹의 힘이 컸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변화된 사회적 여론과 이들을 여전히 격리·수용하여 관리하려는 정부 정책이 경합하고 있다. 언론은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사를 통해 여론을 만들기도 한다. 정신질환자는 언론에 어떠한 모습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보도되지 않는 모습은 무엇인가. 그때 정부는 어떤 정책을 제시하는가. 이 둘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각주]
1) 범죄사건 보도 시, 대다수 언론이 ‘정신질환자’라고 표현하는 것을 고려해 이 글에서는 정신장애인 대신 정신질환자라는 표현을 쓴다.
2) 조윤호,  『나쁜 뉴스의 나라-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한빛비즈, 2016, 73~82쪽
3) 같은 책, 151쪽



* 이 글은 12월 7일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최로 열린 '정신장애인의 왜곡된 이미지,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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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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