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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훈련센터’ 개소로 서울 특수교육, 한발 더 전진하겠다
1년 3개월 진통 끝에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개소, 조희연 교육감의 소회를 듣는다
등록일 [ 2016년12월16일 10시44분 ]

3년 4개월이 걸렸다. 2013년 8월, 서울에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교육기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마침내 문을 열기까지. 1년 3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9월, 공사의 첫 삽을 뜨고 마침내 문을 열기까지.


2016년 12월 15일,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아래 센터)가 서울 제기동 성일중학교 내에서 문을 열기까지 거쳐 온 진통의 시간들이다. 센터 설립 계획이 세워진 것은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이었지만, 이를 매듭짓는 책임은 후임인 조희연 교육감에게 맡겨졌다. 발달장애인 직업훈련기관 설립은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만은 장애인시설을 허락할 수 없다’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 여론은 1년 넘게 그 염원의 실현을 가로막았다.


센터 설립을 막으려는 지역 주민과 하루라도 빨리 센터 설립을 서두르라는 장애인부모단체의 서로 대립되는 요구를 모두 받아야 했던 서울시교육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요구를 조율하면서 센터 설립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 교육청은 장애인단체, 지역주민, 학부모, 교직원과의 간담회 및 면담을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총 21회에나 진행했다. 이 중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나선 것만도 8차례나 된다. 그리고 올해 막바지에 드디어 그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달 초 센터 개소식을 앞두고, 서울 특수교육 발전의 큰 산을 넘게 된 조희연 교육감을 직접 만났다.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 특수학교 증설 등 서울 특수교육의 산적한 현안에 대한 비전과 계획에 대한 입장도 들었다. 아래는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1년 넘게 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갈등을 겪어야 했는데, 이제 문제가 어느 정도 원만히 해결된 듯하다. 그간의 소회를 간단히 말씀해 달라.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렇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공식적인 여섯 차례의 설명회 및 간담회, 성일중학교 학부모·학생·교직원들과의 면담, 그리고 장애학생 학부모와 교육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 담당자들이 모두 참여한 끝장토론 등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결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교육청은 그간 학부모, 학생, 교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성일중학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센터 설립은 지역 주민과 장애학생 학부모, 학교 구성원 의견 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친 모범적 사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초반에는 많이 반대하셨지만 나중에 가서 잘 받아들여주신 지역 주민들게 개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 결론적으로 마무리가 잘 되어 다행이지만, 지역주민과 장애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중재역’을 자처하신 교육감님의 태도는 자칫 양쪽 모두로부터 비난을 살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왜 저렇게 설립이 늦나?’하고 느끼시는 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청 입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경청하면서 합의에 도달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민주적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 모두의 동의하에 박수 받으며 센터를 개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으나,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노력 자체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했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했다.


사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4년 동안 이런 센터 설립은 물론이고 특수학교 증설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교육청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특수교육 중기 발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의 반대도 있었지만 헌법과 특수교육 관련 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장애인은 ‘완전하게 차별없는 교육’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한 것이었다.


- 이번 센터 설립 논란은 다른 장애인 관련시설이나 특수학교 설립 논란과 비교해도 여러 가지 짚어볼 대목들이 많은 것 같다. 지역주민들의 반감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았나?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는 지역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 해당 지역은 오랫동안 지역발전에 소외된 지역이므로 개발을 통한 지역발전을 이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낙후된 지역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특수학교를 설립하려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장애인과 특수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일 것이다. 센터 설립을 위한 주민설명회 및 토론을 거치는 과정에서 장애인을 두렵고 위험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일부 주민은 “혈기왕성한 장애인은 성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다더라”며 “여학생들이 사고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라는 발언까지 했다. 게다가 ‘장애인과 중학생은 공존할 수 없다’는 현수막까지 게시된 것을 보며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라도 우리 교육청이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장애학생과 함께 생활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연히 해소될 것이며, 서로 공감하며 협력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큰 산을 넘었지만 전체 서울 특수교육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과제가 더 많다. 이미 14년만에 처음 새로 지으려 하는 강서구 특수학교도 주민 반대에 부딪쳤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 반발은 서울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일중학교 문제도 그랬듯이 특수학교 신설 문제도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함께 참여하는 방안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또한 설립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파악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익시설 설치 및 특수학교 시설을 활용한 주민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주민의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면 주민 친화적인 특수학교 설립이 가능하지 않겠나.


- 교육감께서는 선거 과정에서는 ‘소규모 특수학교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현재 증설 계획이 나와 있는 세 곳(강서와 서초강남, 동부권)의 특수학교는 소규모라 보기는 어려운데, 별도로 ‘소규모 특수학교 증설’ 계획이 나온 바 있나?


현재 서울시 관내 특수학교는 총 29개교다. 이 중 유치원 과정 특수학교는 3개교이며, 나머지는 모두 유·초·중·고·전공과가 함께 있는 학교다. 3세부터 전공과까지의 학생들이 하나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한 것이다. 또한 일부 학교는 두 가지(지적, 지체) 이상의 장애영역의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어서 교육과정 운영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학급과밀과 원거리 통학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 설립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래서 가장 시급한 강서와 동부 지역에 지적장애 특수학교를 신설하려는 것이다. 또한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학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강이남 지역을 위해 서초구에 지체장애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학교들이 설립되면 과밀과 원거리 통학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후에 학교마다 특성을 살려 학교를 재구조화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유치원 과정의 특수학교와 진로 및 직업으로 특성화한 고등·전공과 과정의 특수학교 등 소규모 학교가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 제기동 성일중학교 내에 설치된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 얼마 전 페이스북에 지역주민 반대에 부딪힌 특수학교 설립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치면서, 우리 사회에 앞으로 ‘다문화적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셨다. 어떤 의미인가?


창의성을 단지 과학 기술 과목이나 정보화와 관련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현재 우리 사회가 이전과 달리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문화-다인종적 상황은 과거에 '단일 민족'적 상황에서는 길러질 수 없는 새로운 창의적 사고와 협동적 인성을 이끌어내는 계기와 그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민족-인종적 측면에서 ‘낯선’ 차이들이 존재하는 현 상황을 우리는 새로운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환경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장애인 문제도 그렇다. 만약 비장애인만이 사는 세상이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이 있다면, 후자에 사는 학생이 전자에 사는 학생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가 새로운 창의성의 계기이자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행위는 미래지향적인 행위가 아니며, 미래지향적인 창의성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의 이러한 반대 행위는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의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면서 교육청의 재량권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 때문에 장애학생 교육을 포함한 ‘다양성 교육’, ‘창의성 교육’이 잘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들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부담은 2012년 1603억 원에서 2016년 6082억 원으로 무려 4479억 원이나 늘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교육사업비(교육복지비 제외)는 5098억 원에서 올해 3758억 원으로 무려 1340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건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특히 올해는 안전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017년 예산 가운데 내진보강 291억 원(전체 해소에 필요 예산 7154억 원), 석면해소 195억 원(전체 해소에 필요 예산 3600억 원)을 편성하였다. 앞으로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매년 편성한다고 가정하면, 서울의 모든 학교에 내진 보강을 완료하기까지 24년이 소요되며, 모든 석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약 18년이 걸리게 되어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양성 교육’, ‘창의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끊임없는 관심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 끝으로,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한 서울시교육청의 구상을 듣고 싶다.


저는 취임 초기부터 “태어나는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며 교육불평등 해소를 강조해왔다. 그런 취지에서 지난 10월 말에는 전 세계 유수한 학자와 교육실천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교육불평등 문제’와 ‘사회적 정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울국제교육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은 한 마디로 ‘정의로운 차등’ 종합 계획 수립이다. 아직 논의 중이긴 하지만, 예를 들자면 다른 조건이 같다면 형편이 더 어려운 학교에 시설 예산의 혜택을 더 준다든지, 학급당 학생수 배정에서 차등을 둔다든지, 상담사 배치에서 우선 고려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또한, 서울의 불평등 지도 작성을 기본으로 다양한 불평등 해소 정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대학서열화 및 입시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적어도 학교가 사회불평등을 교육불평등으로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 여러 정책적 노력을 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협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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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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