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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삶을 벗어날 최소한의 공간 '쪽방', 안정적 지원대책 시급해
쪽방 주민들, 서울시에 ‘5년짜리 시한부 쪽방’ 아닌 안정적인 주거 대책 촉구
등록일 [ 2016년12월20일 18시16분 ]

동자동 쪽방 1130여 명 중 서울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저렴쪽방은 전체 주민의 10%에 불과한 111호. 이를 도형으로 만든 모습.


쪽방 주민들이 서울시에 안정적인 주거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16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홈리스기획단)은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저렴 쪽방’은 ‘시한부 쪽방’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쪽방은 좁고 낙후된 공간이지만, 노숙인들이 거리를 벗어날 수 있는 최초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서울시 또한 이러한 중요성을 인지해 2013년 7월부터 ‘저렴한 쪽방임대 지원사업(아래 저렴쪽방)’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쪽방상담소를 통해 기존 쪽방 건물을 임차하여, 건물을 개보수한 뒤 기존 월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기간은 5년으로 23~28만 원이었던 월세를 기존의 70% 수준인 16~18만 원으로 낮춰서 받는다.
 

하지만 실제 거주자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홈리스기획단이 저렴쪽방에 사는 주민 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방 크기, 건물관리, 화장실, 취사시설, 단열, 세면시설, 방음 등 세부항목에 대해 ‘만족’보다는 ‘불만족’ 혹은 ‘차이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거주자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자활근로 참여자로 월 소득이 최저임금 50%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주거비도 절대 싸지 않다. 주거비는 15~18만 원 이하가 62%로 가장 많았으며, 18만 원 초과도 26%에 달했다. 15만 원 이하는 12%에 불과했다. 홈리스기획단은 “최근 리모델링한 쪽방은 18만 원을 초과한다”면서 “공공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렴쪽방은 공공임대주택보다 점유공간 대비 주거비 부담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거주자 평균 연령대는 중장년층으로 50대가 가장 많았다.

홈리스기획단이 저렴쪽방에 사는 주민 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방 크기, 건물관리, 화장실, 취사시설, 단열, 세면시설, 방음 등 세부항목에 대해 ‘만족’보다는 ‘불만족’ 혹은 ‘차이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동자동 쪽방에 사는 김성호 씨는 자신이 사는 곳이 ‘저렴쪽방’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주변 쪽방들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난방 관리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저렴쪽방 계약 기간이 5년이란 이야길 듣고선 ‘이후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거리에서 쪽방으로 들어오며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눈비 피할 수 있는 잠자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쪽방에서 계속 살고 싶진 않습니다. 돈 모아서 쪽방에서 월세방으로, 월세방에서 전세방으로 가고 싶습니다. 저렴쪽방을 관리하는 곳이 쪽방상담소인데,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사회복지사입니다. 저렴쪽방에 사는 동안 복지상담 등을 받아 삶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1년간 살면서 어떤 복지상담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김 씨는 ‘저렴쪽방’이 ‘복지쪽방’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격만 싸다고 저렴 쪽방의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니다. 사실 가격도 평당 임대료로 따지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일시적으로 주거가 필요한 사람에겐 단계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머무는 사람을 위해선 좀 더 사람 살만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저렴 쪽방’은 ‘시한부 쪽방’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역, 영등포역 등 대형 역사 주변에 있는 쪽방은 현재 도시 미관과 개발 등을 이유로 헐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작년 10월, 남대문로5가 쪽방에 사는 주민들도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나야 했다.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에 따르면, 당시 퇴거위협에 처한 쪽방 주민은 260여 명으로 실제 이중 100여 명 가량이 퇴거당했다. 박 활동가는 “이들은 건물주 또는 관리인에게 구두로, 혹은 부착된 공고를 통해 퇴거요청을 받았다. 퇴거 이유도 개발 때문이 아닌, 건물이 낡았으니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면서 “내가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이사비는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쪽방 건물이 하나 헐리면 주변 쪽방 월세가 일시적으로 인상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때에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났다. 박 활동가는 “당시 21만 원짜리 쪽방에 살던 고령의 기초생활수급자는 쪽방 구하기가 어려워 주변에 공과금 포함 35만 원인 방으로 들어갔다. 쪽방 지역을 벗어나면 복지지원을 받을 수 없을까 봐, 결국 그 돈을 부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홈리스기획단은 서울시에 쪽방 지역 개발 규제 강화와 서울시 혹은 SH 등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안정된 주거공간 마련을 촉구했다.
 

홈리스기획단은 “서울 쪽방 지역 대부분은 대형 역사 주변에 있어 지속해서 개발로 인한 퇴거 위협을 겪고 있다”면서 “개발 승인 이전에 서울시 차원에서 쪽방 지역 주민에 대한 사전 대책을 수립하도록 강제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 건물을 한시적으로 대여해 제공하는 저렴쪽방은 결국 건물주 건물을 공공의 돈으로 수리하고, 공공의 돈을 다시 사인의 주머니에 넣는 것”이라면서 “민간 건물 매입은 당장엔 투여되는 금액이 크지만 장기적인 면에선 공공 지출을 공공의 수입으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쪽방 지역 내 임대료를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쪽방 지역 개발 시, 빈곤한 주민을 위한 서울시 매뉴얼을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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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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