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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 처우 개선의 방법은 ‘수가 인상’뿐인가요
각종 수당 미지급 등 문제 해결에 '수가 인상' 이상의 대책 필요
공공성 담보되는 전달체계 개편 '시급'
등록일 [ 2016년12월22일 16시41분 ]
익히 알려진 것처럼 활동보조인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가뜩이나 허술한 교육으로 인해 제대로 배운 것이 없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데, 노동의 대가는 낮고 육체적으로 힘든 데다 감정노동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활동보조인의 노동권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 현재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목소리는 '수가 인상'이다. 그러나 활동보조제도의 복잡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수가 인상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활동보조인들이 활동지원 수가가 법정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알리고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16년 기준 복지부에서 지급하는 활동보조 시간당 수가는 9000원이다. 그러나 이 중 중개기관이 4대보험료, 퇴직금, 활동보조 코디네이터 임금 및 운영비 명목으로 25% 가량을 공제한 나머지 75%를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한다. 이 비율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24~25% 수수료를 떼는 기관이 80.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즉, 대부분의 활동보조인이 6750원에서 6800원가량을 시급으로 받는 것이다.
 
2016년 법정 최저시급은 6030원으로, 언뜻 보기에는 활동보조인 시급이 이보다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근로기준법 상 반드시 지급해야 할 주휴수당(일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시간을 개근한 노동자에게 평균 주1회 이상 유급휴일에 지급해야 하는 급여)이 빠져있다. 하루에 여덟시간을 일한다면 40시간 시급이 아니라 48시간 분량의 시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의 경우 이를 받지 못한다. 최저시급을 받는 사람이 주 40시간을 일하면 받는 주당은 28만9440원이지만, 시급이 6800원인 활동보조인은 27만 2천 원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르면, 일정 시간 이상 노동을 한 노동자에게는 ‘연장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연장 수당은 시급 통상임금의 50%이다. 하지만 9천 원 선에서 빠듯하게 계산되는 시급에서 연장수당까지 챙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기관들은 애초에 근로 시간을 제한한다. 즉,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한선인 209시간까지만 활동보조인이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활동보조인이 한 달 최대 수입이 142만1200원으로 정해진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활동보조인 평균 임금은 85만 원 가량에 불과했다.
 
고미숙 활보노조 사무국장은 “활동보조인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이 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러한 시간제한은 수당 미지급과 별개로 또 다른 형태의 노동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고 국장은 “생계유지를 위해 이보다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한 활동보조인들은 기관 여러 곳에 등록해 일을 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거의 한 달 내내 활동보조 일을 하는 셈이 된다. 이동 시간도 이동 시간이거니와, 이용자 간에 시간 등을 조정하는 것까지 계속 일에 매여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활동보조 노동자 뿐만 아니라 중개기관들도 복지부가 지급하는 낮은 수가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현재 바우처방식으로 지급되는 수가는, 각종 수당과 중개기관 수수료 등이 한 데 묶여 있다. 이 안에서 기관 운영비나 보험료, 퇴직금 등을 제하고 나면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 기관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수가가 올라가는 것이 곧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활동보조 제도 초반에는 활보 수가가 최저임금의 약 두 배로 매우 높았지만, 활동보조인에게 제공하는 ‘실질 시급’을 제외하고 남는 부분을 딱히 처우 개선을 위해 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태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사무국장은 "2011년 활동보조인 제도가 공식적으로 법제화되기 전까지는 시범사업 정도로 진행이 되어왔다. 제도가 급하게 마련되고 시행되다보니, 복지부에서 내려온 사업 지침에 근로기준법 준수가 명시되지 않았고, 기관들도 제도 초기에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복지부가 제공한 지침을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준수에 관한 내용은 없고, 활동보조인에게 적어도 수가의 75%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침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지침에 넣었다. 김 국장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하면서 수가는 거의 동결상태였다. 법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지 않은 채 지침을 만드니, 기관들을 모두 '범법자'로 만들거나 운영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실제로 2017년에 기관 반납을 예정한 중개기관이 몇 군데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지역사회 장애인들을 만나는 거의 유일한 접점이 활동보조중개기관이었기 때문에 자립생활센터들은 운영이 힘들더라도 중개기관을 유지하려고 애써온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운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앞으로도 기관 반납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수가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아예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의 제도 변경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수료가 떼이지 않으므로 수가 9000원(2017년 수가는 9240원으로 결정되었다)을 온전히 활동보조인이 가져갈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제안이다.

하지만 김철 연구실장은 이러한 복지부의 발상이 활동보조 제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며 우려했다. “지금도 복지부는 모든 책임과 운영을 중개기관에 맡겨둔 채 감시만 하고 있는데, 직접 계약제로 가게 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공공성이 모조리 사라지고 제도는 완전히 시장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활동보조인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노동자 이탈이 확산되면 서비스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고미숙 활보노조 사무국장은 활동보조인이 처한 많은 문제가 고용 불안정성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현행 '바우처' 방식이 아닌 '월급제'를 주장했다. 고 사무국장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 판단한다면, 일정 정도를 월급으로 지급하고 이후 추가적인 부분은 서비스 제공자와의 계약 방식으로 지급하는 제도가 맞다고 본다"면서 "그렇게 되면 바우처제도로 인해 각종 수당을 못 받는 현상은 물론, 부정수급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김 연구실장은 전달체계 개선을 강조하며 “공공성이 지금보다 강화되고, 궁극적으로는 지자체가 활동보조인을 직접 고용해 파견하는 제도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 일단은 공적 전달체계를 시험적으로 운영해봐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실장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행정처분을 받아 활동이 중지된 기관이 있다면, 그런 곳을 지자체가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인수해서 운영해 보면서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활동보조 노동의 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많은 활동보조인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민간의 중개기관과 활동보조인에게 책임 떠넘기기식 대책이 아닌,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의 책임있는 대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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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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