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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설립 둘러싸고 또다시 시작된 님비, 이번엔 강서구다.
“장애인시설 많은데 또 장애인시설? 지역균형발전에 어긋나”
간담회 시작부터 논란… 반대 목소리에 놀라 사라진 교육부 차관 찾아 삼만리
등록일 [ 2016년12월28일 20시40분 ]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간담회가 예정된 허준박물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설립 반대를 외치고 있다.
허준박물관 앞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외치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앞두고 또다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강서구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에 이미 장애인 복지시설이 5개나 있는데 특수학교가 들어오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맞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설립이 예정된 공진초 인근 아파트 단지엔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들이 줄줄이 붙어있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허준박물관 1층 회의실에서 ‘강서 교육 현안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엔 교육부, 김성태 새누리당 국회의원(지역구 강서구을), 서울시 교육청, 서울시의회,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추진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등이 참석했다. 비대위 측 주민 150여 명은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애초에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아래 부모연대) 등 장애인 학부모 대표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교육부가 알린 내용과 다른 자리가 됐다’며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앞서 지난 8월 31일,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내 공립 특수학교 신설 부지로 (구)공진초 이적지를 일부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안)’을 행정예고했다. 공진초가 마곡지구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이적지 일부를 이용해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2013년 11월에 한 차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일부 주민 반대로 부지 확정은 지연됐다. 그러던 중 올해 김성태 의원이 (구)공진초 이적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설립하는 안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 끝에 현재 강서구 특수학교는 공진초 이적지를 부지로 지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아래 중투위)에 올라간 상태로, 오는 30일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중투심에서 통과하면 교육부는 특수학교 설립 예산을 배정하면서 본격적인 설립에 들어간다. 이날 간담회는 그 발표를 이틀 앞두고 급작스럽게 열린 것이다. 간담회가 열린 허준박물관은 공진초 이적지와 300m 거리에 있다.
 

시작부터 논란… 반대 목소리에 놀라 사라진 교육부 차관 찾아 삼만리

간담회가 예정된 오전 10시 이전부터 허준박물관 입구는 사람들로 붐볐다. 비대위 주민들은 “양천구에 안 되는 지적장애학교, 강서구 유치 웬 말인가?”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또 다른 주민들 손엔 “지역 불균형 조장하는 특수학교 설립, 즉각 철회하라”, “강서구 동의 없는 중투심 기습상정, 웬 말이냐?”, “조희연의 독선행정, 강서구가 죽어간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강서구가 봉이냐?”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날 간담회는 정시에 시작하지 못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에 당혹스러운 듯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회의할 수 있나.”라고 지역주민들에게 되물었다. 


이에 비대위 소속 한 주민은 “현실을 하나도 모르니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 아니냐. 교육부는 실상 모르지 않냐.”며 항의했고, 다른 주민은 “이런 식으로 하니깐 최순실 사태가 나는 겁니다.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도 안 들으려고 합니까.”라고 소리쳤다. 


비마이너 취재 결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애초 이 간담회는 교육부-비대위 대표-장애인학부모 대표-김성태 의원 등 소수만 모여 논의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6일 강서구 소속 한 구의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부 주관으로 (구)공진초 자리에 국립한방의료원 건립 주민 공청회가 열리니 지역주민 모두가 참석해서 지역 주민이 바라는 국립한방의료원이 생길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게다가 공진초 인근 아파트엔 당일 오전 9시까지 모이라는 벽보가 붙기도 했다. 사실상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이었다.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관계자는 28일 오후 비마이너와 통화에서 “대표자 3명만 오라 했는데 약속한 바와 다르지 않나. 만약 오늘 그 자리에 우리가 나갔다고 생각해봐라”라며,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원활한 의견 수렴은커녕 심리적 위축감에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한 자리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모연대 측은 교육부에 “금요일 중투심 결과를 앞두고 이율배반적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불참 의사를 공문으로 보냈다.


이런 주민들의 고조된 분위기를 등에 업은 김성태 의원도 교육부 관계자를 향해 “지역주민들 목소리도 안 듣고, 여러분들 하고 싶은 대로 편안하고 조용한 곳이 어딨나. 민원 있는 곳이 시끄럽지.”라면서 “어느 나라 교육부 차관이고 공무원이에요. 빨리 나오시라고 해요. 차관 어딨어?”라고 윽박질렀다.


결국 간담회는 일반 주민들 모두가 참여한 채로 진행됐다.

비어있는 ‘장애인 학부모 대표단’ 자리

반대 주민들 “이미 장애인시설 많은데 또 장애인시설이라니 지역균등에 어긋나”
 
김성태 의원은 공진초 이적지엔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김 의원의 공약이기도 했다. 강서구 가양동이 구암 허준 선생의 탄생지로 공진초 인근에 허준박물관과 대한한의사협회, 구암공원 등이 있기 때문에 한방의료원 설립에 최적지라는 이유를 댔다. 또한, 2014년 강서구청이 7억 3300만 원을 들여 공진초 이적지 앞에 허준테마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올해 보건복지부에선 국립한방의료원 타당성 연구용역 예산으로 2억 원을 편성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며 “한방 의학 중심이 되어야 하기에 복지부도 용역 실시한 건데 장애인 부모들이 복지부 공무원 찾아가서 얼마나 괴롭혔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여기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분들이 정말 못 할 짓 많이 했다”며 비어있는 장애인 학부모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대위 수석부위원장이라고 밝힌 전아무개 씨는 “공진초 앞이 영구임대단지다. 여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받는 취약계층이 산다. 이런 시설 들어올 때마다 한 번도 목소리 낸 사람이 없었다. 강서구엔 가장 많은 오염물 처리시설, 폐기물이 전국 최대다. 어느 나라에 이렇게 한 지역에만 기피 시설과 장애인 시설이 있을 수 있나. 이건 지역 불균형이다”라면서 “강서구가 만만하니 강서구에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28일 오전 10시, 허준박물관 1층 회의실에서 ‘강서 교육 현안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성태 새누리당 국회의원(지역구 강서구)이 발언하고 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대위 수석부위원장이라고 밝힌 전아무개 씨가 강서구는 한방의학특구가 되어야 한다며 준비한 지도를 통해 이영 교육부 차관에게 지역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케이팝 열기로 SBS 공개홀 있는 곳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옵니다. 매일 같이 중국 관광버스가 서요. 강서구가 취약계층 많다 보니 서울 25개 중 재정자립도 꼴등입니다. 그나마 관광객들 오면서 지금 관광지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장애인학교를 지나게 될 텐데 이런 자리에 장애인학교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 세계 어디에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역사적 현장에 특수학교가 들어선 경우는 없습니다. 여긴 관광지로 개발하고 알려야 하는, 의무적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여긴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특수학교 들어오는 거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전아무개 비대위 수석부위원장)

전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에 현장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해당 지역에 이미 장애인시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서구엔 교남학교(발달장애인 특수학교)를 비롯해 공진초 이적지 반경 500미터 내에 늘푸른복지관, 기쁜우리복지관, 보훈직업학교, 그라나다 보호작업센터 등 5개 이상의 장애인복지교육시설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인근 양천구, 영등포구, 금천구 등엔 특수학교가 없어 강서구가 이 지역 장애학생들까지 소화하느라 힘들다는 것이다.
 

김성태 의원 “대체부지 제안했는데…” vs 장애인부모연대 "멀쩡한 학교부지 놔두고 왜 옮겨야 하나" 


이날 김성태 의원은 “대체부지를 제안했는데 장애인 부모 측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 의원은 “제가 정치하면서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장애인들 한방 치료받으면 얼마나 좋나”면서 “자기네 특수학교를 위해 이를 무산시키는 것은 두고두고 원성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김 의원은 마곡지구에 설립 예정인 농업박물관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제안했다. 그러나 관련법에 변전소 등이 있는 부지엔 학교 설립이 금지되어 있어 이는 무산됐다. 이에 김 의원 측은 그보다 아래쪽 부지를 현재 대체 부지로 제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장애인부모연대 측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학교 자리에 학교 짓겠다는 건데, 멀쩡한 학교 부지 두고서 왜 우리가 그쪽으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강남과 중랑구에 특수학교 2개 더 지어야 하고,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할 것이다. 처음 계획에서 물러나면 다른 일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또한 마곡지구 대체부지에 대해 “아직 정식으로 공문으로 온 게 아니다. 공진초 부지로 행정예고 하고 중투심에 올려놓은 상태”라며 공진초 부지를 기본 입장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150여 명가량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비대위 측은 “지난 2015년 양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계획했으나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철회된 것을 강서구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서울시교육청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13년도에 강서구에 설립계획 세웠는데 주민들은 지금처럼 반대 의견을 내며 지역 균형배치를 위해 양천구에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양천구엔 교육청 소유 부지가 없어서 양천구청에 설립 가능한 부지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구청 측에서 부지가 없다고 회신한 것"이라고 비마이너에 전했다.
 

반대 주민 등쌀에 한발 물러선 교육부 “내년 4월 중투심에서 논의할 수 있어” 
 
이영 교육부 차관(오른쪽)은 일부 주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에 현재 중투심에 올라온 심사를 내년 4월로 연기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왼쪽은 김성태 의원.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에 이영 교육부 차관은 “서울시 교육청과 장애인 학부모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청회 거치지 않거나 행정예고 기간 등 문제가 된 부분 있다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해달라. 서울시교육청도 다시 한번 논의하는 구조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면서 “내년 4월 중투심에서 추가적으로 논의 가능한 부분 있을 것 같다”며 사실상 현재 중투심에 올라온 심사를 내년으로 연기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김성태 의원은 “이번 중투심 결과는 서울시교육청이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이 없었기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그 해답은 내년 4월 중투심에서 대체부지 상정건으로 해결됐으면 한다”라고 못 박았다.

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된 공진초 인근 아파트 단지에 붙어있는 설립 반대 현수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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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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