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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정신보건법’ 둘러싸고 ‘정신의료계 vs 정신장애인 당사자’ 충돌
정신의학계 국회토론회 '강화된 강제입원 요건' 재개정 주장
정신장애인 당사자들 현장에서 강하게 항의
등록일 [ 2017년02월17일 15시24분 ]

16일, 정신의료계는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정된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개정’을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손피켓을 들며 항의하는 모습.


오는 5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법)’ 시행을 앞두고 정신의학계와 정신장애인 당사자 간에 격렬한 충돌이 시작됐다. 정신건강법은 현재의 정신보건법이 전면 개정된 법이다.
 

16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정된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개정’을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이 참석해 피케팅을 하며 “의사들의 주장은 인권이 아니라 ‘의권(의사들의 권력 유지를 의미)’을 위한 것”이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토론회는 1시 30분에 예정되어 있으나 토론회장은 시작 전부터 문 바깥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을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맨 앞에서부터 바닥에 앉았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10여 명은 토론회장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우리를 더이상 가두지 마라”, “입원치료 고집하다 정신장애인 다 죽인다” 등의 손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 강제입원 요건 다소 강화된 ‘개정 정신보건법’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은 이제까지 인권침해의 주범으로 꼽힌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었다.
 
개정법에선 일명 강제입원 조항이라 불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대해 입원 대상이 ‘정신질환이 있거나(or)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에서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and)해야 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입원 요건도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의 진단으로 바뀌었다. 이때 전문의 1명은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혹은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여야 한다. 입원 시 2주간의 진단입원 기간을 두는 내용이 추가됐으며, 최초입원 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이 외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두어 비자의입원 시 별도의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게 했다. 임의조항이긴 하나 복지지원이 명시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이러한 사회 인식 변화를 반영한 듯,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당사자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현 정신보건법 24조 제1항, 2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16일, 정신의료계는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정된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개정’을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엔 많은 인파가 몰려 단상 앞 바닥에까지 사람들이 앉았다.

- 정신의학계 ‘재개정’ 주장… ‘강화된 강제입원 요건’ 문제 삼아    
 

그러나 이에 대한 정신의학계의 해석은 달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의학계는 ‘정신건강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정신보건법 대책 TFT(대책팀)’를 꾸린 상태다. 
  

이명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는 강제 입원 대상이 ‘정신질환이 있거나(or)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에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and)하는 것으로 바뀐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이사는 “세계보건기구 및 UN 권고안에서도 ‘또는(or)’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and)’로 적용하면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 시기를 놓쳐 결과적으로 자·타해 위험성을 초래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강제입원 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인의 진단이 필요한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지정의료기관 제도는 국공립 병원의 부족 및 국공립 병원 정신과 전문의 부족에 의한 것”이라면서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문제를 또다시 민간정신의료기관 전문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원적합성 심사를 원칙대로 제대로 한다면 의사 2인 진단에 외부 의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필요도, 국공립 의사 1인을 고집할 이유도 없고, 나아가 반드시 의사 2인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면서 “이는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에서 할 일”이라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현재 강제입원 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불필요하고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개정안에서 바뀐 점은 아니며 기존부터 있던 제도다. 김 교수는 “보호자 요건이 우리나라처럼 까다로운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보호자 2인 요건은 1인으로 변경하고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거나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원적합성 심사와 같은 다른 인권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정신과 의사 입장에선 입원 절차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처벌이 가혹해져 진료보다 서류 작업에 신경 써야 할 형편”이라면서 “절차 위반에 따른 벌칙 조항도 지나치고, 4년 수련을 받은 정신과 전문의가 매년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 “어느 의사도 환자 강제입원시킬 수 없어… 그런데 왜 정신과 의사만 가능한가?”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만 이에 대해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입원 대상 요건을 or에서 and로 바꾸는 것은 정부가 입법예고할 때부터 집어넣었던 거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바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치료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성은 전문가 판단을 존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로 시간을 소비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외부 의사에 진단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신 교수는 “다른 나라는 국공립병원 혹은 국가 지정 병원만 강제입원시킨다. 민간 병원에선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인데 민간에 줬다가 지금 조금 회수해온 것이다. 그에 대한 상실감이 병원, 의사 등에 많다. 권력 간의 권한을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어느 의사도 자기 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없는데 왜 정신과 의사만 강제가 가능한지, 이 의미를 정신과 의사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 교수는 “의사는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평가하는 주체다. 다른 나라는 이를 분리해놨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구분하지 않고 있다 보니 의사 스스로 입원을 결정하는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진단하고 결정까지 하는 것은 검사가 판사가 되는 것과 같다. 의사는 진단까지 하고 결정에 대해선 법원 등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항규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경기남지부장은 발제 내용에 정작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이야기는 없다며 갑갑해했다. 이 지부장은 배우자가 20여 년간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당사자 복지, 가족 복지 이야기하는 전문가가 있나? 있으면 말 좀 해달라”면서 “살인사건 하나 나면 조현병 때문이라고 하는데, 택시기사가 살인하면 택시 다 없앨 것인가? 우리를 위한 인권은 어디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성토했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도 정작 이 법의 취지는 외면당하고 있다며 아쉬운 기색을 표했다. 차 과장은 “입원에 관련된 부분만 조명해줬는데 이 법은 정신장애인 복지에 대해 근거를 마련한 법이다. 여기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향후 예산이 들어갈까 걱정된다.”면서 “정신보건법 주인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다. 이들 목소리가 커지고 의료계와 소통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미흡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강제입원 결정을 외국처럼 법원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복지부 측도 “저희 입장도 같다”고 동의를 표하면서도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다. 법 시행 후 인프라가 마련되면 이후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목소리는 어디? 격렬한 항의 쏟아져 
 

이날 플로어에선 ‘정신의학계’ 중심으로 꾸려진 자리에 대한 격렬한 항의가 쏟아졌다.
 

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이 법을 둘러싸고 당사자와 의사들 간의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법 적용을 받는 사람은 당사자인데 왜 당사자는 안 불렀나.”라고 항의했다.
 

신 사무국장은 “한 동료는 8년간 병원에서 나오지 못했고, 또 다른 사람은 35시간 강박당한 상태로 사망했다. 이게 정신의학계가 주장하는 치료인가?”라면서 “입원 기간이 한국은 262일이고 이탈리아는 14일이다. 한국 의사가 이탈리아 의사보다 무능함을 증명하는 건가. 치료라는 목적으로 가두지만 말고 당신들의 능력을 탓하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정신과 의사들에게 질의하며 항의하고 있다.

15년째 조현병을 앓는 딸과 산다는 한 어머니는 “애 아빠는 차 타고 낭떠러지 가 죽자고 한다. 이렇게 15년을 버텼다. 왜 환자와 보호자 의견은 털어놓기도 힘들고, 들어주지도 않는가.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면서 “퇴원하면 어디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등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인권 존중하며 봐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계에 종사한다고 밝힌 한 참여자는 “전국에 있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며 한 사람당 80~100명을 돌보고 있다. 하루에 다섯 명씩, 밥도 안 먹고 하루 8시간씩 일한다고 해도 한 달에 한 번도 방문 못할 정도다. 개정된 정신보건법 취지가 환자들의 탈원화라면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현장 만들기 위해 정신보건전문요원 확대가 필요하다. 병원 간호사들도 한 사람이 80~100명씩 돌보고 있어 치료는커녕 수용과 격리 역할밖에 못한다”면서 인력 확대와 전달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환자, 노동자 등이 모두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복지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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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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