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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폐지하고, 탈원화를 촉진하라
정신장애인 탈원화 반대하는 정신의학계에 보내는 반론
등록일 [ 2017년02월20일 20시08분 ]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송승연입니다.


저는 지금 이 상황을 단순한 정신의료계와 당사자집단 간의 갈등의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수구와 개혁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는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인권과 비인권의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의 상식과 인권은 헌법에 기반합니다.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기본권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강제로 입원시켜 놓고, 퇴원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정신병원의 현실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입니다.


2016년에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신보건법이 20년 만에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된 것이며, 헌법재판소에서 강제입원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저희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완벽한 법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완벽하지 않은 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한 정신의료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요? 2017년 6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 강제입원 절차가 보다 강화됩니다. 그리고 강제로 폐쇄병동에 들어가 있는 정신장애인 8만 명 중 절반인 4만 명이 지역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지금까지 강제입원은 너무나 쉬웠고, 퇴원은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반대로 된 것입니다.


송승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강제입원이 어려워짐으로써, 가족은 피해를 받고, 정신과의사는 환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주장 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있습니다. 바로 강제입원 당하는 주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인 것입니다. 왜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 않습니까? 그들은 생각할 권리도, 결정할 권리도 없는 존재입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어디가 아플 때, 질병이 생겼을 때, 강제적으로 병원에 갑니까? 물론 아닙니다. 암이 걸리든, 이가 아프든, 감기가 걸리든, 자발적으로 병원에 찾아가서 치료 받습니다. 요새는 입원도 오래하지 않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중환자실의 경우 평균 입원 기간은 7~8일입니다. 가능하면 집에서 치료 받도록, 외래치료를 이용하도록 권유받습니다. 그러나 강제입원은 최초부터 6개월이라는 장기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또한 강제입원이 치료의 목적보다는 격리의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강제입원은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자율성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자기결정권은 강제입원 전에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누군가 강제입원이 되면, 그 사람은 강제투약 등 입원된 의료기관에서 결정하는 치료방법을 수용해야만 하고, 의사가 처방하는 약물을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투약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환자 본인이 스스로 치료방법 및 시기, 입원병원 등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강제입원이 정신장애인의 신체의 자유를 인식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제한한다고 보았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인신구속을 위해서는 ‘적법 절차 원칙’,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근거로 엄격한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신체자유를 통제하는 인신구속이라는 것은 영장 없으면 할 수 없는, 굉장히 법적으로 사용하기 까다롭게 되어 있는 수단입니다. 그러므로 부당한 강제입원으로부터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의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강제입원에서는 이러한 절차들이 전혀 없습니다.


정신장애인이 극악한 범죄자인가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범죄자와 달리 국가나 사회에 해악을 끼친 바도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강제입원은 이런 정신장애인에게 법률적으로 체포, 구금이 가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 변호사들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할 기본적 권리인 것이며, 헌법재판소 또한 강제입원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결내렸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주장합니다. 강제입원을 폐지하라. 그리고 탈원화를 촉진하라.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정신장애인을 국민에서 배제하지 마라. 이것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원하는 평범한 바람일 뿐입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에서 나와 지역사회로 가도 인프라가 없으므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신장애인 상당수가 다시 병원이나 시설로 돌아가거나 혹은 노숙자, 범죄에 따른 교도소 재소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정신병원에서의 폐쇄, 격리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요? 걸핏하면 약주고, 묶고, 코끼리 주사로 잠재우고, 약에 취하게 하고, 두들겨 패고, 사회와 단절시키고. 이것이 과연 좋은 삶인가요? 누구에게 풍요로운 삶인가요? 정신과의사인가요? 아니면 정신장애인 당사자인가요?


그들은 지역사회 인프라가 구축된 후에야 탈원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 그렇다면 지금처럼 주구장창 병원에만 있으면 그 언젠가 인프라가 구축될 것인가요? 지금까지 20년 동안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해달라고 요청, 요청해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이제는 급작스럽게 변화될 것인가요?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도대체 왜 인프라를 만들지 않았나요? 반대로 인프라를 만들어서 내보낼 생각은 왜 안 했나요? 이것은 결국 병동을 채우자는 것 밖에 더 됩니까? 결국엔 환자 많이 만들자는 것 밖에 더 됩니까?


지금처럼 가만히 있는다고 인프라가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은 지금까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배제의 대상이었습니다. 모래 속에 얼굴을 묻는 타조처럼, 그들은 정신장애인을 폐쇄의 공간에 집어넣어놓고, 보이지 않는다고 외치지만, 모두가 그것을 못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의도적 외면일 뿐입니다. 정신장애인이 이 세계와 단절되어 있으면 문제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우선 나와서 외쳐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정신장애인 인프라의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인프라를 만들지 않을 수 없게끔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사회 내 삶을 모두 정신장애인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마십시오. 이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장애인 복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퇴보가 아닌, 진보의 역사를 원합니다.


서울대학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님. 진정으로 정신장애인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탈원화 촉진에 앞장서 주십시오. 강제로 입원시키지 말고,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자의입원을 우선적으로 시행하십시오. 역사상 처음으로 정신의료계에 당사자가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싸움은 다윗이 이겼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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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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