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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왔나?
[비마이너 7주년 토론회 토론문④] 차별적 동원과 범죄화로 점철된 박근혜식 복지
등록일 [ 2017년02월21일 13시10분 ]

지난 2월 14일 진행된 비마이너 7주년 기념 토론회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원하는 새로운 나라, 어떻게 만들까?>에서 발표된 토론문을 필자들의 허락을 얻어 순서대로 게재한다. 현재의 촛불항쟁이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드는데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지에 대해 독자들과 더욱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 이전 토론문 보기 >>

▷ 역사 속 도시하층민 항쟁이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 (하금철 비마이너 편집장)
▷ 촛불시위, 민주주의는 어디에?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 박근혜의 '복지국가'를 탄핵하라! 복지를 '민주화'하라! (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을 대거 앞세우고 당선된 장본인이다.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요구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알려진대로 복지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는 그 자체로 탄핵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중대한 문제다. 박근혜가 무너지는 지금, 박근혜의 지난 4년을 돌아보고, 박근혜 없는 세상에서 가난한 이들의 삶이 나아지기 위한 우리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자.

예정된 실패,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박근혜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대빈곤선 도입으로 최저생계비 현실화
-개별급여 도입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로 사각지대 해소


이 내용은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기초법 개정운동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던 바와 형식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박근혜정부가 공약을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적었다. 현재 빈곤정책의 바깥으로 밀려나있는 사각지대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전폭적인 예산확대 없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행방안이라고 거론된 일부 안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기초법 개정방안으로 연구된 결과에 불과했다. 즉, 행정부에서 이미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내용을 박근혜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리고 2014년 12월, 기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한계는 명확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은 ‘부양의무자기준 등 족쇄로 인한 사각지대’, ‘낮은 보장수준과 선정기준’ 이었지만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빈곤선 도입과 개별급여 시행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주요 급여인 생계, 주거, 의료급여에서 기존과 대동소이한 선정기준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법의 진짜문제는 건들지 못하고 형식은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었으니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었다. 심각한 빈곤상황과 연일 계속되는 생활고 비관에 따른 자살을 고려할 때 더 나쁜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가난한 이들을 대하는 방법


박근혜정부가 가난한 이들을 대하는 방식은 기초생활보장법의 문제로만 파악할 수는 없다. 당선 다음 날 도시락을 싸들고 창신동 쪽방 지역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을 방문한 일이나, 탄핵안 가결 직후엔 ‘시국이 어수선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이었’다며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고 각별하게 챙겨 봐주실 것을 당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당선 후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경범죄 처벌법을 개정해 구걸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들고,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며 제1호 과제로 부정수급 근절을 들고 부정수급 통합콜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 두 가지 박근혜를 우리는 함께 생각해야 한다.


탄핵 가결 직후 열린 국무총리 및 부처장관 간담회에서의 박근혜 모두발언 모습. 청와대 영상 갈무리

◯차별적 동원


우선 박근혜 정부에서 보였던 가난한 이들에 대한 태도는 ‘차별적 동원’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박근혜는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나, 온정적인 상징이 필요할 때마다 가난한 이들을 동원해왔다. 보편적인 보수주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당선 직후나 탄핵 직후 가난한 이들을 찾거나 언급했고, 기초연금 개악안을 통과시킬 때도 ‘더 어려운 노인’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위 20%를 제외시켰다. 그러나 정작 기초생활수급노인에게는 기초연금만큼 기초생활수급비를 빼앗고, 이들도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집단으로 포장해 차별의 문제를 비가시화했다.


청와대의 구체적인 지시로 어버이연합이니 엄마부대가 행동해왔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때문에 송파 세모녀가 죽어간다’는 주장을 한 적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공방을 놓고 기초법 개정안, 이른바 송파 세 모녀 법이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들은 송파 세모녀법이 실제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세모녀를 구하지 못하는 세모녀법이 통과되었다.


◯낙인과 범죄화


정치적 영역에서 차별적 동원이 이뤄졌다면, 정책과 행정의 영역에서는 낙인과 범죄화가 관철되었다.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경범죄처벌법은 구걸행위에 대해 즉결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이었다. 구걸자는 비구걸자의 통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즉결처분이 가능해졌다. 주거지가 불분명한 노숙인 등의 경우 인신구속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조항임이 분명했다. 이는 시민의 영역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낙인적 조치였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첫 번째 개혁과제로 ‘부정수급 근절’을 들었다.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지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박근헤의 대통령의 말은 ‘박근혜는 싫지만 저 말은 인정. 부정수급자 다 조사해서 감옥 보내야 한다’는 베스트 댓글로 칭찬받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부정수급에 대한 국민 토론방’이 생겼고, 사람들은 어떤 임대아파트엔 외제차가 있더라, 어떤 수급자 집엔 에어컨도 있더라 등의 글을 올렸다. 이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국민권익위는 ‘부정수급통합콜센터’를 만들었다. 복지이용자면서 해외여행을 갔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조사대상이 되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해외여행을 가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다만 정부가 바라는 것은 ‘기초생활수급자(내 세금으로 먹고살면서)가 해외여행을(나도 못가는 해외여행을) 다닌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분노다. 통합콜센터의 활동결과 실제 부정수급의 대부분은 병원장, 시설장 등 권력형 비리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부정수급을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신호에 따라 사회에서 ‘예비범죄자화’ 된 것은 가난한 이들과 복지수급자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초 다음 아고라 온라인 토론 등을 통해 부정수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반복지 공세에 나섰다.


박근혜 기조대로 열일한 사회보장심의위원회와 ‘예산 효율성’


일관되게 가난한 이들과 복지수급자를 동원하거나 공격한 박근혜정부의 행보는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통해 관철되었다.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정부 아래서 그들이 일관되게 추진한 것은 어떻게 하면 복지재정을 절감할 것인가? 라는 정책기조였다. 이완구 전 총리는 인선 직후 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서 ‘복지재정을 3조 절감하자’며 ‘수급자를 더욱 매섭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와 사회보장심의위원회의 눈에 복지는 낭비였다. ‘예산 효율화’를 위해서는 복지재정을 줄여야했지만, 실제 이것을 줄이는 것은 많은 반발에 부딪히기 때문에 티 나지 않는 손질이 중요했다. 그들은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복지를 빼앗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 결과 사회보장심의위원회는 각 지방정부에게 권고안을 내렸다. 지자체의 장수수당, 활동보조서비스 추가 이용시간 등을 제한하겠다는 칼을 뽑아든 것이다.


이들의 예산 효율성에 따르면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기초생활수급자인 자립생활을 하는 장애인은 아주 효율이 떨어지는 사람이 된다.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유를 서슴지 않았다. 복지 이용자는 그렇게 사회의 짐으로 낙인 찍혔다.


박근혜 이후, 가난한 이들의 삶은 나아질까?

 
정말 우리사회의 복지지출은 과도할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국제적 평균으로 언급되는 OECD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말은 더 많은 복지재정을 지출할 여력이 있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인 공공부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초생활보장법 등 선정기준과 보장수준 향상)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빈곤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빈곤사회연대는 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진 이후 줄곧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주장하며 활동해왔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현재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가장 넓은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독소조항이라는 점에서,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이 현재 가장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어떤 요구보다 긴급하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초생활의 권리를 전 국민에게 보장’했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까지 평가기준에 포함시키는 가혹한 선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해체한다는 점에서 공공부조의 기본을 바로 세워 사회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난이라는 위협을 가족과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의 책임으로 바꿔 가난한 가족들이 빈곤의 문제를 나누어 가져야하는 (함께 가난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박근혜가 가난한 이들에게 가졌던 두 가지 위선적 태도(온정주의와 낙인)는 사실 한 가지 태도나 다름없다. 가난한 이들은 통제 가능할 때 동정과 영감의 대상이 되지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욕망을 드러낼 때 악마화 되기 때문이다. 약한 자에게 온정을 줄 수 있다는 보통 사람들의 확신은 누구에게 온정을 줄 것인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잔인함과 결국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박근혜의 복지정책을 떠받든 것은 누구에게 ‘내 세금’이 쓰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는 ‘보통 사람들’의 확신이었다. 이것을 바꾸는 것이 청와대의 박근혜뿐 아니라 ‘우리안의 박근혜’를 몰아내는 진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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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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