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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외침, ‘가두는 게 인권? 의사들은 각성하라!’
정신건강복지법상 강제입원 요건 강화에 반대하는 의료계 향한 당사자 반격 시작
“‘환자 인권위해 필요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우리가 원하는 건 지역사회 자립”
등록일 [ 2017년02월22일 17시00분 ]
시행을 앞둔 정신건강복지법상 강제입원 요건 강화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정신장애인을 '사회 불안 요소'로 표현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에 반발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의료계에서 정신건강복지법에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의료계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강제입원 존치입장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2016년 5월 국회에서 통과된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입원 요건과 입, 퇴원 절차가 기존의 `정신보건법`에 비해 강화되었다. 입원 대상이 ‘정신질환이 있거나(or)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에서 두 요건을 모두 충족(and)해야 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또한, 입원 필요성 판단을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이 하며, 이때 전문의 1명은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혹은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여야 한다. 최초입원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이 외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두어 비자의입원 시 별도의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게 했다.
 
개정안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가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복지법 TFT`를 구성, 강제입원 요건이 엄격해져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되며, 현재 입원 환자의 50%가량이 법 기준에 맞지 않아 퇴원해야 하는데 사회적 준비가 덜 되어있기 때문에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몇몇 의사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안 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게` 되면 사회적 위험요인이 증가하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거나 글을 썼고, 이는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월 16일에는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주관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최한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의료계는 이 자리에서도 `환자의 치료권이 침해될 수 있다`, `절차가 필요 이상으로 까다로워졌다` 등의 주장을 하며 강화된 강제입원 조항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에 정신장애인당사자들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태도와 이를 여과 없이 사회에 전달하는 언론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박인숙 바른정당 국회의원과 권준수 정신건강복지법 TFT 위원장, 데일리메디, 닥터스뉴스(구 의협신문), 의학신문 등 정신의료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언론사를 피진정인으로 진정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강제입원 개혁을 저지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과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김도희 변호사(왼쪽)와 정현석 활동가(오른쪽)가 진정서 제출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정현석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현재 개정안도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법"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더욱 인권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려고 한다"고 개정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정 활동가는 "그런데 이렇게 겨우 한 걸음 뗀 법을 다시 원위치로 되돌려 놓으려는 의사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환자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의사라면 가둬두기만 하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나는 이미 강제입원 반복으로 20대 청춘을 보내버렸다. 앞으로의 시간들 역시 그렇게 잃을 수 없다.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표 한국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의사 한 명이 살인을 저지르면 모든 의사를 다 격리해놔야 하나. 마치 강제입원을 통한 격리만이 사회 안정성 증대의 열쇠인 양 이야기하는 일부 의사들의 주장은 전문가 집단의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여러 사회, 경제적 지표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일 것"이라며 "지역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므로 강제입원 요건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당사자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김도희 서울시사회복지공익센터 변호사는 "개정안 반대 의견을 가장 앞장서서 피력하는 권준수 서울대 신경정신과 교수의 글을 쭉 읽어 보았는데, 정말 문제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권 교수의 글을 보면 정신질환자의 `인권보장`, `양질의 치료를 받을 권리` 등을 근거로 들며 강제입원 요건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곧 정신질환자를 손쉽게 사회에서 격리하고 배제되도록 두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권위를 가진 권 교수가 정신장애인을 `길거리의 시한폭탄`이나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불미스러운 사건` 등의 부정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공포감을 조성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정신장애인을 범죄자와 등치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0조에서는 `가족ㆍ가정ㆍ복지시설 등에서의 차별금지`를, 제37조에서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금지`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단체들은 의료계에 "정신질환자의 `인권보장`과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둔 치료받을 권리`, `양질의 치료를 받을 권리`,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 실현에 뜻을 함께하는 정신과 의사들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인권위 배움터 한쪽 벽에 '강제입원 옹호하는 권준수 씨는 업자입니까 교수입니까?', '병원치료 죽는 치료, 지역치료 사는 치료', '가두는 게 인권이냐 의사들은 각성하라!' 등의 문구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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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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