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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개정 정신보건법은 어떻게 ‘논란’으로 만들어졌나
정신의료계의 스피커가 되는 언론들
의사 입을 통해서만 그려질 뿐… 의도적으로 삭제되는 정신질환자 목소리
등록일 [ 2017년03월14일 14시48분 ]

5월 30일 ‘개정 정신보건법(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 아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복지부-정신의료계-정신장애인 당사자’ 간의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핵심 쟁점은 기존 법보다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한 부분이다. 이에 정신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 정신의료계는 지난해 5월 국회 통과 전부터 “졸속입법은 안 된다”며 반대해왔는데, 올해 1월 초부터 그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이들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중심으로 정신보건법대책TFT(위원장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꾸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 언론이 그들의 스피커가 되었다.
 

뉴스 포털사이트에서 개정 정신보건법, 정신질환자 등 관련 키워드 검색 시, 확인되는 의료계 언론사는 대략 12곳 정도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성명 하나를 발표할 때마다 열 개가량 되는 언론사가 일제히 이를 받아쓰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해당 사안이 노출되는 양은 실로 크다. 개별 언론사별로 보면(‘개정 정신보건법’ 혹은 ‘정신보건법’으로 검색) 올해 초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메디파나는 27개, 의협신문은 16개, 데일리메디는 13개 등의 관련 기사가 확인된다. 이들은 일제히 “논란이 되고 있다”며 ‘개정법의 위험성’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나 사실, ‘논란’은 ‘개발’되고 ‘만들어지는 것’에 가까웠다.
 

여기에 비의료계 언론사들도 목소리를 보탠다.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이 정신의료계 입장에 무게중심을 둔 심층 기사를 내보냈으며, 권준수 교수는 자신이 필진으로 있는 한국일보에 2월에만 두 차례에 걸쳐 개정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칼럼을 실었다. 지난 2월 16일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개정 정신보건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던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지난 2월 매일경제에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친 ‘정신보건법’ 개정”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다.
 
정신의료계 입장을 담은 언론 보도들


개정 전 법에 따르면, ①환자가 정신질환으로 입원할 정도로 치료가 필요하거나 ②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 둘 중 하나(or)의 요건을 충족하면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오는 5월 30일부터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and)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기존에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진단만 있으면 가능했던 강제입원이, 개정법에서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함께 ‘서로 다른 병원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일치된 진단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여기서 전문의 2명 중 1명은 국공립병원 의사이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민간병원 의사여야 하며, 2주 안에 진단을 내려 입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김창윤 교수를 비롯한 정신의료계는 정신질환자는 병에 대한 자각이 없어 주변에서 개입해야 하는데, 변경된 요건으로는 조기 개입을 놓치게 되어 환자와 환자 가족은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이들은 강제입원 대상 요건을 기존대로 두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것으로(or)하고, 보호자 동의는 오히려 개정 전 법보다 완화된 1인 동의만 받으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서로 다른 병원 의사 2인의 진단 등을 없애고 외국처럼 사법기관에서 입원적합성을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정신의료계의 입장은 지금껏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됐던 강제입원을 제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건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주장에 궁극적으로는 독립적인 사법기관이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이는 최종적 목표일 뿐 그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제입원의 폐해를 제어할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 10여 개에 달하는 의료계 언론, 학회 목소리 그대로 받아 보도


개정 정신보건법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점은 지난해 9월 29일, 정신보건법 강제입원 조항(24조 제1항, 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재 판결 다음 날인 9월 30일, 의료계 언론 메디파나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위헌, '악용 근절' 환영 속 우려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다. 메디파나는 이 기사에서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줄임말로 사실상 강제입원과 같은 의미)을 통한 빠른 사회 복귀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정신과 전문의 등의 입을 빌려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후 자연스레 초점은 개정 정신보건법으로 옮겨진다. 그해 10월 25일, 메디파나는 “개정 정신보건법 두고 논란‥ 환자인권vs가족인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개정법으로 인해 ‘환자 인권과 가족 인권이 충돌한다’는 식의 구도를 만든다. 이 기사에서 한 정신과의사는 “강제입원 조항 자체를 없애는 것은 이들(환자 가족)의 괴로움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계 언론들은 올해 초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덩달아 바빠졌다. 앞서 지적했듯 올해 초부터 10여 개에 달하는 의료계 언론이 일제히 정신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보도 형식을 보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성명을 내면 언론들이 받아썼고, 이후 복지부 의견을 덧붙인 기사를 보도했으며, 이어선 이를 반박하는 학회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가 반복됐다. 여기에 종종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로 대변되는 환자 가족들의 목소리가 정신의료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 보도 양이 증가하면 해당 사안은 마치 ‘문제로 보이게’ 된다.


# 의사 입을 통해서만 그려질 뿐… 의도적으로 삭제되는 정신질환자 목소리 


이 보도 속에서 정신질환자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정신과 의사들도 법 적용을 받는 대상이긴 하나, 이 법의 당사자는 정신질환자라고 할 수 있다. 법 조항 하나로 이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정신병원이 될지, 지역사회가 될지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보도 속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의사들의 주장 속에서 ‘우려와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질 뿐이었다.
 

“한 예를 들면, 20대 남자 환자가 '사방에서 나를 감시한다'는 피해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면서 층간 소음을 본인을 해치려는 시도로 오해, 윗층 사람들을 칼로 위협하다가 보호병동에 입원한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2주가 경과하도록 2번째 의사의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아 퇴원 조치되는데, 증상이 일부 약화될 뿐 망상과 환청이 여전하고 타해의 위험성 또한 그대로여서 가족들이 환자를 24시간 감시하면서 환자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는 형편이 된다.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현 상태대로 강행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의협신문, 「[기고] 정신보건법 개정안, 인권보호법인가 인권침해법인가?」,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 위원장, 2017.02.14)  
 

이 기고에서 권준수 교수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고, 만성화로 가게 된다면 이는 한 개인에게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상황으로도 커질 수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가끔 언론에 나오는 정신질환에 의한 피해 등이 그것이다.”라며 지난 5월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소환한다. 이는 애초에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 범죄’로 인식되었으나 이후 경찰청 등의 언론 브리핑으로 ‘정신질환자 범죄’로 만들어진 사건이었다.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자 범죄로 몰고 가는 언론 보도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사회 기저에 깔린 정신질환자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그들 주장의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그렇게 정신질환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의사 입을 통해서만 기사에 등장한다. 의사에게 정신질환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실재하는 인간이 아니라 그저 ‘치료 대상(환자)’이고,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어야만 하는 존재였다. 의사들은 ‘전문가 권위’를 이용해 끊임없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고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정신의료계는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정된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개정’을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당시 현장에서 항의 피케팅을 하고 질의응답 시간에 공식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목소리는 의료계 언론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의료계 언론은 이를 아무 비판 없이 보도한다. 이들의 편중된 보도는 의도적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은 정신의료계의 재개정 요구에 반발하며 토론회장에서 피케팅을 하고 질의응답 시간에 공식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의료계 언론 어디도 이들 목소리는 보도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그러나 이마저도 발언의 본질을 짚진 못했다) 토론자로 참석해 의료계 주장에 대해 반박했던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주장도 일절 싣지 않았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이들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
 

# 왜 유독 강제입원 조항만 문제 삼는가? 
 

정신의료계의 반발 때문인지 복지부도 ‘서로 다른 정신과 의사 2인의 진단’에서 예외 상황을 두는 등 하위법령에서 결국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정신의료계의 주장처럼 강제입원은 정말 치료에 효과적인가. 2013년 한국의 정신의료기관 평균 재원 기간은 176일이며, 정신요양시설은 3655일로 평균 10년이 넘는다. 반면 이탈리아는 13.4일(1998년)이다. 치료가 제대로 됐다면 퇴원해야 하는데 왜 한국만 유독 입원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긴 걸까?
 

환자와 환자 가족의 인권 충돌 여부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왜 이 둘의 인권은 부딪히는가? 이는 가족이 정신질환자인 가족을 돌볼 의무, 부양의무 때문이다. 가족들은 부양의 한 방식으로 강제입원을 택한다. 그 충돌 이면엔 정신병원 감금이 부양의무를 해소하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끔찍한 현실이 있는 것이다.


강제입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 이 법엔 임의조항이긴 하나 정신질환자의 복지지원도 명시되어 있다. 현재 법엔 없는 내용이다. 이는 정신질환자가 처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거둔 작은 성과였다. 즉, 논의는 정신장애인이 처한 현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신의료계 목소리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법의 본질은 가리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만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89개에 달하는 법 조항 중에서 왜 유독 강제입원 조항만 문제 삼는가. 그것은 바로 병원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 아닌가? 최소한 언론이라면 이것부터 묻고 따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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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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