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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육장 희망원, 국가 수용시설 폐지 1호로 만들자’는 제안에 복지부는 ‘침묵’
희망원 관련 긴급토론회 열렸지만 복지부는 ‘횡설수설’
대책위 “복지부, 희망원 사태 해결에 의지 없음을 확인할 뿐” 분노
등록일 [ 2017년04월04일 20시22분 ]

대구시가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아래 유지재단)에 민간 위탁해 운영해온 대구시립희망원. 수용인원의 1/4 사망 등으로 희망원 전 원장 신부가 구속되는 등 유례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 책임 회피’에 복지부도 올라탔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와 비리 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정의당 국민건강복지부(본부장 윤소하 의원) 주최로 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대구희망원대책위는 복지부에 희망원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국비 투입으로 희망원 기능을 전환한 뒤 국가 수용시설폐지 1호로 만들자’는 등의 방법을 제시했지만, 복지부는 침묵으로 응답할 뿐이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와 비리 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정의당 국민건강복지부(본부장 윤소하 의원) 주최로 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거액의 비자금, 천주교대구대교구로 들어갔지만, 검찰 “천주교와 관련 없다” 발표


희망원은 1958년 12월 31일, 대구시에서 설립하여 운영해오다 1980년 유지재단이 대구시로부터 운영권을 수탁받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산하엔 노숙인과 장애인 수용시설 4개가 있으며, 1150여 명의 생활인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
 
희망원의 실체는 끔찍했다. 2010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6년 7개월 동안 309명의 생활인(전체 정원의 26.9%, 연평균 46.9명)이 사망했다. 2015년 기준 국내 1000명당 사망자(5.4명)의 7.5배에 달한다. 사망자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 의문사였다. ‘사고에 의한 외인사’로 추정되는 다수의 사망 원인은 아무런 조사 없이 단순 병사로 처리됐다.
 

내부규정을 통해 음주, 도박, 무단외출 등의 ‘금지행위’를 한 생활인에 대해선 시설 측이 만든 윤리위원회를 거쳐 ‘심리안정실’이라는 감금실에 강제 격리했다. 2010년~2016년까지 생활인 302명이 총 441회에 걸쳐 평균 11일, 최장 47일까지 강제 격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거주인에겐 터무니없는 낮은 임금으로 집안일을 시키고 성추행을 가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지적장애인을 창고로 데려가 과녁으로 세워놓고 경품사격용 공기총으로 쏘고, 생활인들이 장애로 금전관리가 안 된다며 종사자가 허위서류를 작성해 돈을 편취하기도 했다. 생활지도를 이유로 신체적 체벌 등 가혹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졌고, 시설거주인 중 ‘동장’을 뽑아 동료 거주인들을 통제하도록 했다.


국고보조금을 허위 청구하고 급식비를 횡령하는 등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희망원은 2011년~2016년까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생활인 177명에 대한 생계급여를 허위로 청구해 6억 5700만 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으며, 대구시 달성군청은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이를 지급했다. 또한, 희망원은 급식비 단가 조정 등으로 5억 8000만 원 상당의 급식비도 횡령했다.
 

희망원은 처음엔 이러한 사실을 부정했으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원장 등 간부 24명이 사표를 제출하고 잘못이 사실로 밝혀지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원장 신부 등 7명이 구속기소 되고 16명이 불구속기소된 현재까지 사표가 수리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조민제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검찰은 비자금이 천주교대구대교구 사목공제회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했지만 개인적 일탈이지 대구대교구와의 관련성은 없다고 밝혔다”면서 “대구대교구에 대한 명확한 수사를 하지 않으면 검찰 조사는 결국 꼬리자르기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희망원은 대구시가 37년 동안 민간위탁했지만 감시 소홀로 심각한 비리와 인권유린이 발생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좋은 법인’이 나타나면 또다시 민간위탁하겠다며 최근 민간위탁 공고를 강행했다”면서 “대구시는 지자체 공적 운영을 통해 수용시설을 폐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희망원이 수용시설이 아닌 다른 이용시설로 전환되는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책임자 처벌, 법인설립 허가 취소 등의 과제도 남아있지만 대구시의 태도는 비협조적이라고 질타했다. 대책위는 대구시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3월 30일부터 대구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 대구시, 민간위탁해서 책임 없어? “운영·관리 민간위탁한 거지, 공권력 위탁한 거 아냐”


김명연 상지대 법학과 교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대량의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해도 국가 책임이 추궁된 사례가 없다”며 이번에야말로 대구시와 유지재단에 대한 법적 책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희망원은 대구시가 설치하고 그 운영과 관리를 민간위탁한 것이지, 공권력을 위탁한 ‘협의의 위탁’이 아니다. 따라서 법 효과는 대구시에 귀속된다”며 대구시가 최종 책임자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설령 ‘협의의 위탁’으로 보더라도 대구시의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면서 “위탁운영 기간을 3년으로 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재위탁 여부를 결정함에도 1980년부터 현재까지 재위탁이 이뤄진 점 등을 감안하면 대구시의 감독상 과실을 입증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희망원 문제 해결의 최종 목적지 중 하나는 시설 생활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거주 문제와 관련해 서종균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기획처장은 탈시설 과정에서 지원서비스와 지원주택, 이 두 가지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처장은 “집을 구하거나 옮기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지역사회 자원을 확보하는 것 또한 간단하지 않다. 지역사회 정착 이후에도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적절히 조절 못 할 수도 있다”면서 “지역사회의 재정착과 주거 유지를 위한 ‘지원서비스’를 정책 프로그램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원주택을 “시설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지던 사람들에게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기회를 제공하는 수단”이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지원서비스가 결합된 ‘지원주택’이 시설 생활에 익숙한 중증장애인들을 자립생활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처장은 이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책위 “복지부, 희망원 사태 해결에 의지 없음을 확인할 뿐”


이날 복지부는 희망원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보다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을 설명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인철 보건복지부 권익지원과 과장은 “우리는 탈시설 방향으로 가고 있다. 탈시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활동보조서비스, 연금제도 등 얼마만큼 필요한지에 대해 차후 진단해보고 총비용을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지 논의를 통해 합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국비 투입으로 희망원을 기능전환 모델로 선택해 국가 수용시설폐지 1호로 시행할 것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전향적인 태도로 나설 것 등에 대한 복지부의 답변을 재차 촉구했지만, 복지부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왼쪽) 조민제 대구희망원대책위 집행위원장, (오른쪽) 강인철 보건복지부 권익지원과 과장
복지부의 태도에 조 위원장은 “복지부가 희망원 문제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희망원 문제 해결에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희망원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불편한 기색을 토로했다.


조 위원장은 “차후 진단한다는데 그 차후는 대체 언제인가?”라면서 “복지부는 늘 예산 감당 안 된다고 하는데 10년 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이야기할 때도 복지부는 감당 못 한다고 했다. 수용시설 폐지할 힘 있는 제도, 복지부가 하나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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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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