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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횡령에 감금실 운영… 희망원 간부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희망원 전 원장, 국장 등에 대한 비리 혐의 2차 공판 진행
희망원 측 “임원들의 횡령∙감금실 운영 개입 증거 없어” 주장
등록일 [ 2017년04월05일 11시07분 ]

4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단독부(판사 황영수)는 대구시립희망원 배 아무개 전 원장, 여 아무개 수녀, 임 아무개 국장 등 7인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소송은 보조금 횡령 등 경제범죄 혐의에 관한 것이다.
 
이날 공판에는 희망원 생활인이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환자 가족과 희망원 내 '성요한의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었다.
 
법정에 붙어있는 공판 일정 안내문
생활인이 다른 생활인 간병… 결국 사망한 생활인, '희망원 책임이다 vs 아니다'
 
처음 증인석에 오른 A 씨는 지난 2013년, 항암 수술을 받기 위해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간병했다. A 씨의 아버지는 총 4차례 입원했고 이 중 두 번 희망원 거주인 이아무개 씨와 같은 병실에 있었다. 이 씨가 병원에서 사망한 2013년 9월 13일, A 씨도 아버지 간병을 위해 같은 병실에 있었다.
 
당시 이 씨를 간병한 것은 같은 희망원 생활인인 박 아무개 씨였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되었다. A 씨는 박 씨에 대해 "수건을 빨아다 주고, 매점에서 먹을 것을 사다 주는 등의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망 전날 이 씨의 건강 상태를 묻는 검사 측 질문에 "아빠도 나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병색이 짙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검사 측은 "이 씨를 간병하던 또 다른 희망원 생활인 박 씨가 이 씨 사망 당시 정신과 치료용 수면제를 먹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부에서 전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인이 또 다른 생활인을 돌보도록 한 희망원의 책임을 지적했다.
 
희망원 측은 "이 씨가 (간식으로 먹던) 빵이나 우유를 스스로 먹었느냐", "음식을 먹고 나서 구토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을 본 적이 있느냐" 등을 A 씨에게 질문하며 이 씨가 몸이 좋지 않았던 점을 증명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그러나 A 씨는 "음식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먹었다", "구토를 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을 보지는 못했다" 등의 답변을 했다.
 
부식비, 피복비 등 둘러싼 각종 횡령 의혹… 변호인단, "명확한 증거 있나"
 
두 번째로 증인석에 앉은 B 씨는 2014년 희망원 노조 설립 당시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때 노조원 몇 명이 B 씨에게 '이상한 자료가 있다'라며 찾아왔다. 이 '자료'는 희망원 식료품 유통업체인 '영식품'에서 수기로 작성한 '납품명세서'였는데, '사과 30박스를 40박스로 청구' 등의 글이 쓰여 있었다. B 씨는 이후 급식 식단표와 조리사가 작성한 업무 노트 등을 입수해 이를 납품명세서와 비교했다. 그 결과, B 씨는 식료품 허위 청구 사실이 있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임 아무개 국장도 알고 있었느냐"고 묻는 검사 측 질문에 B 씨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회계과장이었고, 희망원 회계 관련 설명을 할 때 임 국장이 대부분 이야기하는 걸 미뤄봤을 때 모를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B 씨는 "노조가 희망원과 단체교섭을 할 때도 '납품 내역에는 소고기라고 쓰여 있는데 실제로 생활인들이 드신 건 컵라면에 식은 밥이었다'는 발언을 했고, 그 자리에 임 국장도 있었으므로 납품 관련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원 변호인 측은 "임 씨가 급식비 횡령에 가담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느냐"라며 B 씨의 증언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2012년 당시에 임 씨는 회계2과장이었다. 당시 회계2과장의 업무는 예산 편성 및 결산, 예산 청구였고, 자금 집행은 회계1과장의 임무 아니었나”라며 임 씨가 급식비 횡령과 연관이 없다는 취지의 질의를 이어갔다.
 
"노조가 희망원 측에 생활인 피복이나 급식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을 하고 난 이후 질이 많이 높아졌다"라며 희망원이 피복비나 급식비를 횡령해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B 씨의 진술 조서에 대해서도 변호인 측은 "피복비와 급식비 지원 수준이 올라가서 좋아진 것 아니겠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피복비가 2013년 1만3천 원에서 2014년 1만8천 원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급식비 지원 단가도 2013년에 급격하게 올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B 씨는 "급식 수준이 좋아졌다고 체감한 것은 2014년 이후"라고 반박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컵라면'이 식사로 제공된 것 역시 "생활인들이 라면을 좋아한다고 하면 제공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컵라면과 식은 밥이 식단에 오른 적이 있었고, 이는 대구시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감사 대상이었으나 대구시가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희망원 변호인은 "라면이 제공되는 것 자체를 '인권침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 씨는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식단표에 소고기가 올라 있으면서도 컵라면이 나온 것이었다"라고 반박했다.
 
희망원이 국정 감사에 제출한 식단표(위)와 실제 식단표(아래). 제출용 식단표에는 실제 식단표에는 없는 소불고기, 소탕수육 등이 들어있거나 실제로는 콩나물국이 나왔으나 조갯살콩나물국으로 바뀐 메뉴가 들어있다. 김광수 의원 제공.
변호인단은 B 씨가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술의 객관적 증거'를 요구했다. 변호인 측은 B 씨에게 "'(회계 담당이었던) 여아무개 수녀가 연말에 지인의 횟집에서 수천만 원어치 회를 사서 특식으로 제공했다'고 진술했는데, 실제로는 350만 원 상당에 불과했다"라며 "급식비는 꼼꼼하게 확인했으면서 왜 횟값은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진술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B 씨는 "회계 관련 자료는 일반 직원들이 거의 접근하지 못한다"라며 "횟값은 '특식'으로 분류되어 부식비 회계에 포함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 밖에도 변호인단은 "횡령한 급식비를 원장 신부 등 임원들이 개인 용도로 썼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객관적인 증거가 있나", “2016년 국정감사 당시 희망원이 제출한 부식물 구매명세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진술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명확한 근거가 있나” 등의 질의를 하며 B 씨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B 씨가 실제로 접한 증거자료는 이중장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들뿐이었고, 나머지 진술은 다른 직원들에게서 들은 의혹을 제시한 것 아니었나"라고 되물었다. 진술 확인이 두 시간 가까이 길어지자 판사가 "공소 사실과 관련 있는 사실에 관한 신문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활인 격리하던 '심리안정실', 전 원장과 국장 "개입했다 vs 안 했다"
 
희망원에는 총 세 개의 격리실이 있는데, 'D동(신규동)', 'E동', 그리고 '성요한의 집'에 각각 하나씩 있다. B 씨는 "E동에 있는 격리실은 전염병이 있는 분들을 격리하는 공간이고, 신규동에 있는 격리실과 성요한의 집에 있는 격리실은 각각 다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진술했다. B 씨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수용 시설인 '성요한의 집' 특성상, 거주인을 긴급히 분리할 필요가 있어 '심리안정실'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생활인을 '생활재활교사'가 격리한 후 계장(현재는 팀장)에게 보고하면 계장이 격리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해 지시한다.
 
신규동에 있는 심리안정실에 대해서 B 씨는 "긴급하게 분리해야 하는 경우에도 사용하지만 대부분 '징계'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신규동 심리안정실에 누군가 격리조치를 할 때는 '윤리위원회'가 소집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진술했다. B 씨에 따르면 성요한의 집 심리안정실은 윤리위원회가 운영되지 않다가 국가인권위로부터 지적을 받은 후인 2015년부터 윤리위가 소집되었다.
 
'심리안정실 운영에 대한 배 전 원장과 임 국장의 개입 여부'를 둘러싸고 희망원 변호인단과 검사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변호인 측은 B 씨에게 윤리위원회 구성에 배 전 원장이나 임 국장이 포함되어 있는지 묻자 B 씨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심리안정실 운영 대장이 기록되면 매 건마다 배 전 원장이나 임 국장에게 보고가 되는지"에 대한 변호인의 물음에도 B 씨는 "그건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변호인 측은 "생활인 격리는 생활재활교사가 우선적으로 판단하게 되지 않나"라며 심리안정실 운영에 대한 배 전 원장과 임 국장의 책임에 선을 그었다.
 
이에 검사 측은 '희망원 규칙 위반에 관한 규정'을 제시했다. 이 규정에는 '음주 행위를 한 경우 1~2주간 보호조치 한다',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가한 생활인은 1~2주간 보호조치 한다' 등의 조항이 담겨있다. 검사 측은 "이 규정은 2012년 배 씨가 최종 결재한 문서로, 배 씨와 임 씨가 심리안정실 운영 매 건마다 개입하지는 않았더라도, 구조상 규정을 만들어 놓고 운영하는 것 아닌가. 또한, 심리안정실 운영 대장이나 사건경위서 등을 결재하면서 일 년에 몇 명이 어떤 사유로 이곳에 격리조치 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나"라며 배 전 원장과 임 국장이 심리안정실 운영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4월 26일 오후 2시로 정했다. 이날엔 변호인 측 증인인 희망원 의무팀장 고 아무개 씨가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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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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