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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둘러싸고 ‘장애계-복지부’ 온도 차 재확인
장애계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 위해 권리보장법 필요”
복지부 “장애인복지, 아무도 시혜라고 생각 안 해” 몰이해 보여
등록일 [ 2017년04월11일 19시40분 ]

적폐를 청산하고 새것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 장애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을 폐지하고 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법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존엄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보장하고 ‘필요한 만큼 필요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장애계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가칭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아래 제정연대)' 주최로 열렸다.
 

장애계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 변화를 담아내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지난 1월 24일 양 의원이 장애계와 함께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에는 장애인 권리침해 방지 및 권리 옹호, 장애 판정·복지서비스의 결정 및 제공절차, 장애인복지서비스, 복지서비스 제공기관 및 제공인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권리보장법에선 기존 장애인복지법이 의료적 기준으로 장애를 정의한 것과 달리 사회적 기준을 담고 있다. 권리보장법에 따르면 장애란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차이 등의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제정연대 측은 장애에 대한 획기적인 개념 전환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장애판정체계를 도입하고, 장애등급제를 완전 폐지하여 기존의 행정편의주의적인 장애등록 제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권리보장법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정책실장은 “기존 제도가 의학적 손상만을 기준으로 ‘장애’를 판정하는 것이었다면, 권리보장법은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가 중심이 되어 장애에 따른 ‘복지서비스’ 필요 여부에 대한 판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정연대는 개인별 지원체계를 제안한다. 복지서비스 사정을 통해 장애인 개인의 개인별 지원체계를 수립하고 그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적인 복지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복지서비스 종류를 확대하고 복지서비스양과 예산을 확대하는 것과 이를 제공할 공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또한, 중증장애인들이 더는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가족이나 국가가 제공하는 ‘지원·자립·공공주택’에 거주하며, 장애인 당사자에게 국가의 공공서비스인 복지·교육·노동 등의 연계로 하루 24시간을 스스로 채워나갈 힘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득보장과 관련해서도 이 실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장애인 소득 보장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급여 수준의 경우, OECD 회원국 중 가장 지급액이 높은 국가는 덴마크로 월 340만 원 정도이며, 가장 낮은 국가는 한국”이라면서 “OECD 국가들의 월 지급액을 해당 국가 평균 소득으로 나눠보면,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비기여 연금의 평균소득 대비 비중이 평균 23.6%였다. 이중 덴마크가 50.8%로 가장 높고 일본은 19.8%, 한국은 3%로 격차가 현격했다”고 밝혔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 일상적인 차별과 배제, 혐오 등으로 인한 권리 침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게 다뤘다. 이에 권리보장법은 권리구제신청이 없더라도 권리침해 징후가 있다면 직권 조사가 가능하며, 이 경우 장애인거주시설도 협조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방문조사와 달리 사전공지 없이 조사가 가능하다. 피해자를 피해 상황 또는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고, 보복 등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신속한 보호조치도 규정하고 있다.
 

장애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한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법안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거주전환지원체계계획의 수립, 자산형성 지원 사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가)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렸다.

- 복지부 “장애인복지, 아무도 시혜라고 생각 안 해”

토론자로 나선 홍성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대선 후 국회가 활동을 재개하면 이 법안을 심의하게 될 것이다. 법의 제정 취지가 반영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홍 위원은 “법 규모도 크고 내용도 기존 체계를 정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국회에서 의원 중심으로 논의하게 되면 시간과 전문성의 한계로 공전할 우려가 있다”면서 “장애계 연대체와 복지부 실무자들이 연대해서 상시로 논의한 뒤 주요 쟁점을 정리해서 보건복지위 심의 테이블에 올리면 쟁점을 빠르게 정리하며 법을 심의할 수 있다”고 논의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복지부는 권리보장법 제정 배경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 이러한 제안을 무색하게 했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 임을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현재 장애인들이 서비스받는 것에 대해 아무도 시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장애등급제 폐지하려면 54개 법령을 고쳐야 한다. 장애인복지서비스 144개 중 등급 적용되는 게 70개인데 이걸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데만 4년 걸렸다. 그 과정에서 시범사업이 나온 것이며 복지부도 완전 폐지를 검토하다 보니 이렇게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임 과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아동 관련법은 2개, 노인 쪽도 2개인데 장애계는 관련법이 10개다. 장애인들이 법을 체감할 수 있도록 잘하는 게 목표여야 하는데 법만 만들어놓고 체감되지 못하니 권리보장법이 나온 게 아닐까 한다”며 정작 법안 발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권리보장법이 담고 있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개념에 대해서도 임 과장은 “현재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장애를 정의하는데 실제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고통받는 분들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문화적 차원으로 장애 개념을 넓히면 장애인 복지서비스가 넓고 얇아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하면 장애 영역에 노인까지 들어온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가 그렇게까지 성숙하진 않은 것 같은데 장애 개념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중·경증 단순화와 관련해서도 “오해하고 있다”면서 “등급 자체는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 장애계 “복지부는 편가르기식 복지 그만하라” 비판 쏟아져

이러한 복지부의 입장에 청중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조현수 전장연 활동가는 “홍 전문위원이 장애계와 복지부가 실무팀 꾸리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복지부와 관점 자체가 너무 달라서 갑갑하다”면서 “많은 장애계의 열망으로 과거 수많은 법이 제정됐음에도 제정 이후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시행령·시행규칙이 많은 것을 결정하고, 예산이 좌지우지하기 때문 아닌가. 이건 결국 정부 책임인데 법 제정의 의미 자체를 낮게 평가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등급제 전면 폐지를 염두에 두었음에도 4년간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장애판정체계기획단,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추진단 과정에서 대안이 논의됐음에도 시범사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장애종합판정체계 관련한 장애계 의견도 시범사업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충분히 반영된 것처럼 말씀하고 있다”며 복지부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윤경 전장연 활동가도 “과거에 복지부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중·경증 다 폐지하면 예산 이것밖에 안 되는데 경증이랑 나누어 가질래?’라고 물었다. 그런데 이제는 노인과 경쟁시키고 있다. 이런 줄세우기식, 편가르기식 선별적 복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질타했다.
 

이에 임 과장은 “전장연에선 제가 무조건 오케이하고 가져가겠다고 하는 걸 원한 것 같은데 제가 말한 부분은 국회 가면 다 나올 이야기다. 취지 알고 있으니 이걸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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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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