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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평등한 참정권? 장애인은 여전히 예외다
수화통역사 한 명이 TV 토론회 전체 통역… 누가 무슨 말하는지 구분 어려워
발달장애인 위한 ‘쉬운 공보물, 그림 투표용지’도 필요
등록일 [ 2017년04월14일 17시05분 ]

투표소에 들어가서 기표 도장을 찍는 행위만이 참정권의 전부는 아니다.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본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투표 관련 정보 습득조차 장애인에겐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벚꽃 대선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14일, 2017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선장차연)는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선거 날 이동 어려운 장애인, 차량 제대로 배치하라" 손피켓을 들고 있는 장애인 활동가  

대선장차연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도 여전히 투표소는 엘리베이터도 없이 2층에 설치되었고, 투표소의 선거사무원은 투표보조용구를 요청해도 찾지를 못했다. TV정책토론회는 수어통역과 자막, 화면해설이 제공되지 않아 시·청각장애인은 토론내용을 알 수 없었다.”면서 “장애인거주시설 안에선 선관위 직원 한 명 없이 자신들끼리 거소투표를 진행하고,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은 투표하는 날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 측에 장애유형에 따라 정당한 편의제공을 할 것을 재차 요구하며 △모든 투표소에 장애인 접근성 확보 △모든 선거 방송에 수어 영상과 자막, 화면해설 동시 제공 △모든 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선거공보물 제공 △투표 과정에서의 정당한 편의 제공 △투표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직접 참여에 대한 권리 보장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등을 담은 요구안을 선관위 측에 전달했다.

수화로 발언하는 함효숙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이날 함효숙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 활동가는 “방송사에서 토론회를 할 때 수화통역이 제공되지만 공중파가 아닌 일부 케이블방송사에선 자막만 제공하거나 그 또한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어제 후보자 검증토론회 때는 한 명의 수화통역사가 전체를 통역했는데, 그러다보니 지금 하는 이야기가 어느 후보자의 내용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함 활동가는 “수화통역 뿐만 아니라 자막도 후보자 간의 이야기가 오갈 때 어떤 후보가 하는지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선거 날 투표소 내부 안내인을 전문 수화통역사가 아닌 투표사무원으로 배치해 정확한 정보 전달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 공직선거법엔 청각장애인에 대한 수화통역이나 자막이 의무사항이 아닌 ‘할 수 있다’라는 임의 조항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함 활동가는 “‘제공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배려의 차원에서 제공한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장애인 참정권은 더는 배려의 일부가 아닌 당당한 권리로서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훈 한국피플퍼스트 전국위원장은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처음 투표했는데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지적장애가 있는데 선거공보물이 너무 어려워 후보자에 대해 알 수가 없었으며, 기표장에 들어갔을 때도 손떨림 때문에 제대로 도장을 못 찍었다. 아마 제 투표용지는 무효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에 사는 발달장애인의 경우엔 시설교사가 기표장에 함께 들어가 교사가 원하는 대로 기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쉬운 언어로 쓰인 선거공보물을 제작하고 그림 투표용지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정당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만 쉬운 공보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공직선거법 개정 전까지 발달장애인들은 쉬운 공보물을 못 받는 건가? 국회의원들에게 조속히 법 개정을 요구한다”면서 “발달장애인은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정보를 기억하고 이해한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 후보자 등을 그림으로 넣고, 투표장엔 공적 조력자를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전인옥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상임대표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투표 보조용구도 배치되는 등 과거보다 좋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기표 한 뒤 정확하게 했는지 확인이 어렵다”면서 “시각장애인도 확인할 수 있도록 투표용지를 ‘촉지’로 만들 순 없는지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벚꽃 대선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14일, 2017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선관위 측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날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에서의 참정권 보장이 84%를 넘고, 본투표에선 90% 넘게 모든 게 보장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투표날 되면 장애인들은 투표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중앙선관위 발표와 장애인이 피부로 느끼는 불편함은 왜 다른가”라며, 형식적인 편의제공이 아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김 대표는 “비장애인은 투표 장소 한 번만 바뀌어도 투표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장애인은 참정권 보장하라고 하면 과도한 욕심이라고 한다. 시설 사는 장애인도 거소투표하는 게 아니라 지역 투표장 나와서 투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때 차량 지원도 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번에도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장차연은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장애인참정권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후보자 선거운동, 후보자 토론회 방송, 사전투표와 본투표 등 선거 전반에 걸쳐 장애인 참정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장애인 참정권 보장 요구안을 전달하는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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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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