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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 모셔진 이름없이 죽어간 309명의 영정
420공투단, 15일 “대구시립희망원 사망자 추모 주간” 선포
“더 이상 가난해서, 장애인이라서, 시설 거주인이라 죽지 않는 나라 만들자”
등록일 [ 2017년04월15일 17시44분 ]
광화문 해치마당 경사로에 설치된 합동추모 분향소

세월호 3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광화문 광장을 찾은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경이 있었다. 광화문역에서 광장을 향해 난 길을 따라 늘어선 309개의, 이름도 얼굴도 없는 영정. 영정들 앞에는 '수용시설정책 폐지!'라는 문구가 담긴 영정이 놓인 단이 차려졌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 폐지해야 할 3대 적폐를 선전하기 위해 추모 주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420공투단은 '3대 적폐'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그리고 시설수용정책을 꼽았다.
 
광화문 광장에 놓인 영정들은 인권침해와 비리로 문제가 된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한 309명의 거주인을 의미한다. 420공투단은 "이 영정들은 비단 희망원에서 사망한 분들뿐만 아니라, '3대 적폐'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었던 모든 분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등급제로 인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친구를 잃었다"라며 장애 등급 3급을 받아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해 혼자 있던 중 지난 2014년 4월 화재로 사망한 故 송국현 씨 사례를 들었다. 이 소장은 "(故 송국현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도 모두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국가는 그의 장애를 '3급'으로 결정했고 결국 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등급이 같아도 장애유형이 다르고, 그에 따라 욕구도 다른데 서비스를 욕구가 아닌 등급에 따라 주는 '장애등급제'는 이제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경로는 다양한데,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딱 하나뿐"이라며 "이마저도 국가는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 활동가는 '약속해줘 부양 의무자 기준 폐지 선언'에 동참한 사람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소개했다.
 
"내 장애 때문에 자라는 동안에는 아버지 등에 업혀 살았는데, 딸이 자라니 이제는 딸 등에 업혀 살아가라 한다. 하지만 나는 딸을 '소득보장책'으로 낳은 것 아니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윤 활동가는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없어서, 더 이상 짐을 질 수 없어서 죽고 죽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이 가족도 비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얼마나 더 서로를 죽여야 이 제도가 사라질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우리 앞에 영정사진이 있는데, 희망원뿐만 아니라 다른 시설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맞아 죽고, 굶어 죽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죽어간 사람들에게 국가는 '네가 잘못했으니 죽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국가 제도 때문에 가난해서, 장애 때문에, 시설에 갇혀 있어서 사망한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이 잘못된 시스템을 반드시 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활동가는 "새로운 정부, 새로운 나라를 기다리며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장애인으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집이나 시설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우리의 이웃, 우리의 친구들과 어우러져 살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3대 적폐'가 가장 먼저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20공투단은 3대 적폐로 인해 사망한 이들을 위한 합동추모분향소를 15일, 17일, 20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광화문 해치마당 경사로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15일 오후 2시, 광화문 해치마당 경사로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사망자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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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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