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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장애인시설 찾아간 날, 장애인들은 ‘시설 폐지’를 외쳤다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선언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수용시설 정책’ 3대 적폐 청산 요구
등록일 [ 2017년04월20일 20시20분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선언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4월 20일은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했다고 발표한 날, 장애인들은 바로 그 ‘수용 시설을 폐지하라’고 광장에서 외쳤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선언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을 3대 적폐로 적시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이를 청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20공투단은 지난 4년 박근혜 정권의 임기 동안 3대 적폐는 한층 더 교묘해지고 심화되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권 시작 전인 2012년 8월 21일 시작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은 여전히 광화문역 지하도로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는 장애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중·경증 단순화를 골자로 하는 장애등급제 개편 3차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장애등급제를 완전 폐지하고 개인별 지원체계를 마련하라는 장애계 요구와 달리 사실상 ‘이름만 바꾼 장애등급제’에 불과하다.
 

이에 420공투단은 당일 현장에서 “적폐정권 박근혜 정권의 보건복지부는 4년 내내 말장난만 했고 또다시 말장난으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왜곡하고 장애인들을 기만하고 국민을 속였다”며 ‘긴급 논평’을 발표했다.

복지부의 기만적인 장애등급제 개편 3차 시범사업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무대에 올라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는 과거 장애계와 약속한 사안을 모두 무시했다”고 비판하며 “박근혜는 변소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거짓말 정권이었고 보건복지부는 그 거짓의 실행자였다”고 분노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부양의무제 또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완화되는 듯했으나 표면상의 변화일 뿐, 부양의무제로 인한 사각지대 해소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모든 대선 후보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어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인지는 다들 다르다”면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완전한 부양의무자의 삭제’다. 수급비를 받기 위해선 내가 가난한지에 대해서만, 내 소득과 재산만 보라는 거다. 이제부턴 ‘부양의무자 완전한 삭제만이 폐지다’라고 외치며 싸울 것이다”라고 외쳤다.

 

이날 무대엔 ‘근조 화환’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대구희망원에서 7년간 309명의 거주자가 사망했음에도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지 않는 대선 후보자들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다. 420공투단은 다음날 각 정당에 이를 전달하며 차기 대통령은 장애인 수용 시설 폐지를 1호 과제로 책임질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구 시청 앞에서 희망원 시설 폐쇄와 거주인들의 자립생활 지원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회장은 하루빨리 탈시설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외쳤다.
 

박 회장은 “우리가 그렇게 보기 흉한가. 우리는 비장애인처럼 두 발로 못 걸어 다니고 손발 마음대로 못 쓸 뿐이지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대체 왜 그렇게 가둬놓나”라면서 “희망원에선 외출했다가 조금만 늦어도 좁은 방 안에 사람을 가둬두곤 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죄지은 놈들(직원)이 장애인들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이는 희망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시설의 문제다. 그곳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우리의 동지다.”라면서 “제2, 제3의 희망원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그 시설들을 모두 없애고 탈시설 될 때까지 열심히 싸우자”라고 결의했다.

“죽음의 공간, 대구희망원을 폐쇄하라!” 외치는 참가자들
이날 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 맞은편, 광고탑에선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노동자 6명이 고공농성과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단식 중인 김혜진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공동대표는 영상전화를 통해 420공투단 투쟁에 힘을 보냈다.
 

김 공동대표는 “장애인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처해있다. 그렇다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 장애인을 둔 가족들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자본과 권력의 이해로 돌아가는 이 끔찍한 악순환의 고리를 이젠 끊어내자”고 말했다. 이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 노동3권 쟁취하자”고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한 장애인 활동가가 행진하며 세월호 광화문광장을 지나가던 중 맞은편 광고탑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집회 후 참가자 1500여 명은 보신각 방향으로 행진했다. 행진 도중 이들은 광화문 사거리를 한시간 가량 점거하며 도로에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등의 문구를 스프레이를 이용해 바닥에 새겼다.
 

행진을 마친 이들은 20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제15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식을 하고 1박 노숙을 한 뒤 21일 오전 9시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3차 시범사업 규탄 결의대회를 이어간다. 이후엔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정의당에 근조 화환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행진 도중 420공투단은 광화문 사거리를 한시간가량 점거하며 도로에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등의 문구를 스프레이를 이용해 바닥에 새겼다.
바닥에 새겨진 ‘희망원 폐쇄, 수용시설 폐쇄’
광화문 사거리에 새겨진 ‘탈시설’
광화문 사거리를 점거한 420공투단과 폴리스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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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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