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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이유로 구속된 군인, “나도 잡아가라” 촛불 든 시민들
200여 명 국방부 앞 촛불집회 참여, 구속자 석방 등 촉구
등록일 [ 2017년04월22일 02시20분 ]

촛불을 든 참가자들이 '성소수자 색출 중단하라'는 피켓을 든 모습.
 

“사랑이 무슨 죄냐. 나도 잡아가라!”

 

최근 육군이 현역 군인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색출하고 심지어 구속까지 한 사건이 일어났다. 200여 명의 성소수자 당사자와 시민들이 육군의 반인권적 처사를 규탄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군인권센터가 현역 군인 다수로부터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군 중앙수사단은 소셜네트워크(SNS) 상에 현역 군인이 동성간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확인하고 지난 2월부터 동성애자 군인을 찾아내는 수사를 진행했다. 군인권센터가 파악한 중앙수사단의 수사 대상은 40~50여 명이며, 이중 20~30여 명이 입건될 예정이다. 심지어 A 대위의 경우 지난 17일 육군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구속 영장을 발부받았다.
 

육군이 A 대위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군형법 92조의6으로, 동성 군인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항문성교 및 기타 추행)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성소수자와 인권단체는 이를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범죄화하는 조항이라고 비판해 왔으며, 유엔 등 국제사회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또한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수사 과정 녹음 파일에서 육군은 정당한 감청영장 없이 조사 대상자의 SNS와 연락처 등을 뒤져 또 다른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거나, 변호사 선임과 같은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등 하는 반인권적 수사 행태를 보였다. 게다가 A 대위는 최초 수사 동기가 된 동영상 게재와 유포와는 무관하게 단지 성적 지향을 이유로 구속됐다.
 

군인권센터는 이와 같은 수사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육군은 군 기강 확립 등을 위해 동성애자 군인들을 수사했으며, 장 총장의 지시나 반인권적 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200여 명의 성소수자, 시민들은 21일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참여해 촛불과 성소수자 군인 색출을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일부 참가자는 예비군 군복을 입고 “예비군인 나도 잡아가라”라고 외쳤다.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시민들이 육군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처벌에 항의하고자 21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모습. 참가자들이 '나도 잡아가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에서 활동하는 ㄱ 씨는 “군대에 있을 때 (생활관) 8명 중 3명이 게이였다. 만약 우리 부대에서 게이가 없으면 전투력이 발휘됐겠는가. 게이를 범죄자 취급하는 국방부가 게이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셈”이라며 “우리는 국가 안보를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혐오세력으로부터 지킬 것이다. 더는 같은 국민에게 총구를 돌리는 혐오세력에 안보를 맡길 수 없다.”라고 일갈했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동성애 집단을 색출하는 수사는 곧 모든 동성애자 군인과 성소수자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는가.”라며 “그런데도 대다수 대선 후보들은 우리의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92조의 6 폐지 요구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기독교 행사에 가서 동성애 반대를 떼창한다”라며 이번 사건에 무관심한 정치권을 비판했다.
 

남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당신들의 반인권을 감시하고 색출하겠다. 더는 성소수자를 잡아가지 마라. 잡아갈거면 민방위 5년차인 나도 잡아가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늘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은 “단지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구속을 시킨다면 어느 부모가 자식들을 군대에 보낼 수 있느냐”라며 “인권 후진국에서나 보이는 육군참모총장의 행위를 성소수자 부모들은 규탄한다. 색출해야 할 것은 반인권이지 성소수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늘 회원은 최근 A 대위에 대한 탄원을 낸 A 대위 부모를 지지하며, 앞으로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A 대위 부모는 지난 14일 탄원서를 통해 “제 아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많이 배우지 못해 잘 모르고, 갑자기 알게 된 사실에 혼란스럽긴 하지만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죄가 아니라는 거, 그게 부끄러운 일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라며 “자랑스런 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 아들을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만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꼭 책임졌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는 “50년 전인 1967년 영국은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을 폐지했고, 독일도 지난해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국가적으로 배상했다. 그러나 한국은 2017년에도 여전히 게이는 평등해선 안 된다는 법을 갖고 있는 나라”라며 “50년 전 영국이 폐지했던 법을 이제 우리가 폐지하자. 매주 금요일마다 국방부 앞에서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는 촛불을 들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촛불을 든 성소수자, 시민들은 국방부 주위를 행진하며 A 대위의 석방과 동성애자 군인 색출 중단, 군형법 92조의6 폐지와 장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와 육군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고 사과할 때까지 매주 금요일 국방부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성결혼 커플인 김승환 신나는 센터 대표(왼쪽)와 김조광수 감독(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예비군 군복을 입은 한 참가자가 '나도 잡아가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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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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