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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차별금지법 ‘사회적 합의 없다’? ‘합의 만드는 게 정치인 책무’
시민사회, 대선 후보 차별금지법 답변 공개… 진보 후보만 ‘적극 찬성’
등록일 [ 2017년04월25일 16시36분 ]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19대 대선 후보들의 차별금지법 질의 답변서를 공개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19대 대선 유력 후보들이 최근 사회 통합과 평등을 강조하면서 정작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엔 확답을 주저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들이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 금지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민중연합당 등에 보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질의서 답변을 25일 공개했다. 답변을 거부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질의서를 통해 차별을 예방하고 바로잡을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련 법과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적대감과 혐오로 인한 범죄가 발생하여 그 결과가 참혹할 뿐 아니라 차별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 피해자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이를 예방하고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라며 “혐오와 차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구제 수단을 마련하는 등 평등을 저해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엔 소극적으로 답했다. 문 후보는 “지난 10년간 차별 사유와 관련하여 이해를 달리하며 갈등이 있었던 만큼, 이해와 설득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밝혔고, 안 후보 또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두 후보의 입장은 차별금지법을 찬성했던 과거 입장에서 크게 후퇴했다. 문 후보는 2012년 ‘문재인의 인권선언’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의사를 밝혔고, 안 후보도 2012년 대선후보 인권공약 검증 토론회, 2016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질의서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한 적이 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차별의 정의와 유형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최대한 차별금지법에 반영되도록 하고, 차별 정도를 고려해 해당 분야에 대한 개별 입법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의료적 지원을 포함하고, 강도 높은 차별 예방을 위한 공공기관 인권교육 의무화, ‘혐오범죄’ 가중처벌 등 구체적인 제정 방안도 제시했다.
 
김 후보도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 구제 수단을 도입하고 차별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시급하다”라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운동을 벌이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차별금지법 제정에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대선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왕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후보들은 모두 사회 통합을 말한다. 그러려면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 차별금지법 제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며 “유력 후보일수록 차별금지법에 대해 말을 흐린다.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사회 통합이란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말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자캐오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는 “지지율 높은 후보들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안 된다고 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일부 종교계 요구에 따라 차별받아도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소수자들을 구분해서 차별하는 비겁한 행동은 멈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캐오 신부는 “사회적 합의, 기독교의 반대를 운운하는 정치인들은 기독교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처럼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사람도 많으니 더 용기를 가지기 바란다.”라며 “사회적 합의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찬영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도 “성소수자는 삶의 도처에서 차별받고 혐오 받으며 형식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답변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라며 “국제사회는 한국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속해서 요구했고, 한국 사회도 성소수자 인식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사회와 국민의 인식이 앞서가는데 정치인들은 최소한 이에 뒤처지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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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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