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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복지공약 검증] 복지확대 말하면서 재원 방안은 어디에?
심상정 '사회복지세 신설', 유승민 '국민 합의 바탕으로 증세 추진'
문재인·안철수, 박근혜식 '증세 없는 복지'와 다르지 않아
등록일 [ 2017년04월28일 20시18분 ]

19대 대선을 맞아 각 대선 후보들이 앞 다투어 복지 공약을 제시하며, 사회 불평등을 비롯한 여러 과제를 해소할 적임자가 자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이 이러한 공약들을 정말 실현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워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공약을 축소, 폐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 마련 방안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증세를 통해 복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예산 확보 방안이 불확실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아예 증세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비마이너는 19대 대선 후보가 공약집, 한국 매니페스토에 제출한 전반적인 공약 소요 예산과 재정 확보 방안을 근거로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대선 후보가 약속한 증세 규모. (단위 : 조 원) 문재인 6.3, 홍준표 0, 안철수 23.7, 유승민 72.4, 심상정 90.3.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경우 비과세 철폐 포함)

복지 실현 의지, 증세로 뒷받침하는 심상정, '국민적 합의' 단서 단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다섯 후보 중에서 공약 실현을 위해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 고용·청년 공약 19조 9000억 원, 보건의료 18조 원, 사회복지 16조 4000억 원 등 공약 전반을 수행하는 예산으로 연 평균 110조 원을 잡았다.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70조 원을 세제 개편을 통한 증세로 확보한다. 사회보험 인상분 20조 3000억 원도 사실상 증세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나머지 19조 7000억 원은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확대, 재정 개혁 등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심 후보는 증세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세인 사회복지세를 도입해 21조 8000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인상해 10조 6000억 원, 소득세, 부동산세, 상속증여세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총 31조 5000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심 후보의 경우 세금 부담이 높아지는 고소득층과 재벌의 조세 저항이나 보수 측의 ‘세금 폭탄’ 공세 등 일각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고 돌파하느냐가 숙제다. 심 후보는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세금 낸 만큼 복지로 돌려받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유승민 후보는 ‘중부담-중복지’와 같은 적극적인 재정 계획을 내세우며 새로운 보수 이미지를 강화했다. 유 후보는 공약 실행을 위해 노인, 장애인 등 복지에 24조 9905억 원, 보육 공약에 10조 659억 원, 노동 공약에 5조 6785억 원 등 연 평균 41조 6557억 원을 추가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중부담-중복지를 실현하는 재원으로는 법인세 최고 세율 25%까지 인상, 소득세 인상 등 연 평균 72조 4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중 재정의 자연 증가분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으로 증세 분 중 복지에 사용하는 예산은 연 평균 40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기금에서 1조 원, 세출 예산 절감으로 5조 60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증세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국민들의 합의가 있을 경우'이다. 유 후보가 수년간 증세와 복지 확대 입장을 소신껏 밝혀온 것은 사실이지만, 차기 정부 집권 후 증세에 대한 합의 도달에 얼마나 노력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 절감으로 예산 마련하겠다는 문재인, 박근혜 정부와 무슨 차이?

앞선 후보들과 달리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후보는 증세보다는 상대적으로 재정 절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일자리 81만 개 4조 2000억 원, 복지 지원 18조 7000만 원 등 연 평균 35조 6000억 원을 투입해 공약을 실현하겠고 밝혔다. 추가 재정은 대부분 재정 절감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선심성 예산 등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억제해 18조 4000억 원, 탈루 세금 과세로 5조 9000억 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인세 인상 등 증세로 확보하는 세금은 6조 3000억 원 수준이었다.

문 후보는 공약에 대한 재정 소요를 너무 적게 잡고 있어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 공약인 공공일자리 분야만 하더라도 공무원 17만 명을 제외한 사회복지분야 공공일자리 64만 개의 소요 재정이 5년간 4조 원, 일자리 수로 나누면 640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 25일 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문 후보 측에 이 공약의 재정 확보 방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자, 문 후보는 공공기관과 사회보험 등으로 일자리 비용을 충당하므로 정부 소요 재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공공기관과 사회보험 등이 담당할 재정 부담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만약 공공기관과 사회보험이 집행해야 할 예산을 끌어다 복지 공약 이행에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27일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문 후보가 전반적인 사회복지 공약에서 사회보험의 예산 추계를 빠뜨리는 등 재정 마련 방안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복지 사업의 회계가 예산이든 사회보험기금이든 국민의 입장에선 복지 급여가 확대되는 것이고, 세금이든 사회보험료든 재원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후보가 사회보험 급여 확대를 공약했으면 당연히 필요 재정이 얼마고 보험료를 어떻게 할지를 밝히는 건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를 비롯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증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안철수 후보의 경우 증세로 확보하는 재원 수준이 문 후보보다는 높다. 안철수 후보는 복지 12조 2000억 원, 교육 4조 5000억 원 등 연 평균 40조 9000억 원 규모의 공약을 내세웠다.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 소득세 등 세법을 개정해 12조 6000억 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소득층에 집중된 비과세 제도를 축소해 11조 1000억 원을 마련하는 것도 사실상 증세 효과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외에 내놓은 세입 초과 징수분 7조 3000억 원은 유 후보와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재원이다. 또한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정부의 재량지출 7% 축소로 9조 9000억 원을 마련하는 것은 복지 축소 논란을 부른 박근혜 정부의 재량지출 10% 축소 방안과 유사하다.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재정 소요액, 재정 확보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홍 후보가 아무리 복지 공약을 내놓더라도 실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이들 후보처럼 불필요한 재정을 아껴 복지를 확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애초에 복지 예산이 2014년 기준으로 OECD 평균 21.1%의의 절반 아래인 9.7%,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 25.1%의 2/3 수준인 17.1%인 상황에서, 재정 절감을 통한 재원 확보는 곧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문 후보처럼 예산을 과소 추계하면 나중에 재정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차기 정부의 선택지는 공약을 포기하거나 기존 국가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일 수밖에 없다.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고 복지 공약을 파기하거나 예산을 축소했던 박근혜 정부와 차이가 없는 셈이다. 문 후보가 선언한대로 박근혜 정부와 결별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복지 공약에 대한 현실적인 예산 확보 방안은 꼭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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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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