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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설 특수학교 제안에, 학부모 ‘기대’ 사립 특수학교 교장 ‘불만’
학부모․특수학교 교장 대상 간담회서 다양한 의견 나와
경기교육청 “예산 절약 위해 제안하는 것 아니다. 교육 질 향상이 우선 목표”
등록일 [ 2017년05월12일 16시13분 ]

경기도교육청이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병설 특수학교 설립’ 방안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11일 오전 10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장애학생 부모와 특수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28일 부천에서 열린 간담회에 이은 두 번째 자리다.


현재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12개 지역에 특수학교가 설치되지 못해 일부 지역 학생들은 등하교 시간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도교육청에 따르면 특수학교 배치 희망자 중 일반학교에 배치된 학생이 19.5%(2454명)로, 학교적응 및 교육지원 등에 있어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기존 대규모 특수학교와는 별도로 일반 초·중·고등학교에 병설로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도교육청은 특수학교에 배치받기를 희망하나 인근에 특수학교가 없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된 장애학생의 특수학교 배치를 위해 병설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원거리 특수학교 통학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고, 학교형태의 다양성 및 전문성 확대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일반학교 유휴공간이나 신설학교 설립 시 병설 특수학교를 설립한다면 시설 및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행·재정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도교육청은 현재 특수학교 미설립 지역과 전국 특수학교 평균수용률(29%) 미만 지역(시흥 광명, 안산, 구리, 남양주, 포천 등)에 우선적으로 병설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규모는 6학급 이상 12학급 이내로, 특수학교 배치를 희망하는 중도중복장애학생, 순회학급 학생, 직업교육 등 특성화교육 요구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배치인력 또한 병설 특수학교를 관리하는 별도의 교감을 두고, 교사(학급당 초 1.5명, 중 2.1명, 고 2.2명), 행정직원, 행정실무사, 보조인력, 운전원 등을 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5조에 따르면 병설은 초·중·고등학교 간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병설 특수학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지난 3월 23일 ‘병설 특수학교 설립 근거 마련을 위한「초·중등교육법」개정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여 국회에 법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한 '병설 특수학교 설립' 방안에 대한 간담회가 11일 오전 10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사일륙홀에서 열렸다.


-학부모들 ‘기대 반 걱정 반’...“성급한 학교 증설보다 교육의 질 확보” 주장도


이날 간담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학부모들은 대체로 병설 특수학교 방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였다.


송윤재 한국장애인부모회 오산지부 부회장은 “특수학교에 가야 하지만 여건상 못가는 아이들이 많고, 일반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도전행동에 대처 능력이 부족해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한다”면서, 병설의 형태로라도 특수학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송 부회장은 “(일반학교 내 병설을 두는 것이) 또 다른 분리교육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한번 해 보자. 병설을 통해서 새로운 방식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제는 대형 특수학교가 아닌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실속형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박미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명지회 부회장은 본인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상황을 지적하며 병설형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박 부회장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두 명의 교사가 있는데, 한 명은 이제 막 발령받은 새내기 교사이고 한 명은 타 지역에서 전출 온 경력 2년차 교사”라며 “이 두 명이 수업부터 학교의 행정 업무 처리까지 모두 다 하고 있다. 이들을 이끌어 줄 선배교사도 관리자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부회장은 “병설 특수학교가 세워져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감이 이들을 이끌어 준다면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플로어 토론에서는 기대보다는 걱정을 드러내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자폐성장애 2급의 자녀를 키운다고 밝힌 한 학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수원의 모 병설 유치원에 다녔다. 그는 “(장애-비장애) 통합 유치원이었지만 교장 선생님은 특수교육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매일 한 시간씩 통합교육을 한다고 해서 들어갔지만 그조차 일반학급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진행하지 않기도 했다”며 “병설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내용을 채워야 한다. 병설 유치원도 이런 식으로 하는데 병설 특수학교는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화성시 동탄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특수학급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특수교사 중 정교사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 특수교사가 기간제 교사인데, 정교사를 확충하지 않고 병설 특수학교부터 만들면 여기는 전부 다 기간제 교사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은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경기도 광주의 새롬학교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도 “병설 특수학교에 학급수만 확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의 특수학급, 특수학교의 질을 개선하지 못한 채 학급 수의 양만 늘리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런 학부모들의 의문에 대해 한규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관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한 장학관은 기존 특수교육의 어려움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기존 특수학교의 어려움 해소가 당연히 일차적인 과제다. 그러나 1순위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2순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위해 병설 특수학교가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정교사 우선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한 장학관은 “경기도에 기간제 교사가 많은 것은 교육부가 경기도에 내려준 정교사 정원보다 더 많은 수의 학급 신설을 위해 경기도가 투자했기 때문이다. 기간제에 따르는 비용은 경기도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교사 수급에 대해서는 경기도도 교육부에 일관되게 (정교사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교사 정원을 늘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기간제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줄인다고 그 자리를 정교사로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한 '병설 특수학교 설립' 방안에 대한 간담회가 11일 오전 10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사일륙홀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60여 명의 학부모, 교장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사립 특수학교 교장 “별도 특수학교 설립은 줄어들 것” 우려


한편, 사립 특수학교 교장들은 설립 과정이 쉽고 예산도 적게 드는 병설 특수학교가 가능해지면 별도의 특수학교 설립 계획과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양평의 창인학교 김종명 교장은 “병설 특수학교가 생기면 예산 차원에서도 공립 특수학교는 생기지 않을 것이고 사립 특수학교에는 학생들이 오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신설이 쉬운 병설형으로만 몰릴 것”이라며 “사립 특수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주 한사랑학교의 엄범순 교감도 병설 특수학교로 인해 기존 사립 특수학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만약에 법을 개정한다면 병설 신설 기준에 정확히 단서를 달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규일 장학관은 “우리가 병설을 모든 지역에 설치하려는 것도 아니고 지역 상황에 맞춰 필요한 지역에 설치하자는 것”이라며 “병설을 무조건 설립해서 기존 특수학교를 일부러 고사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학관은 또 예산 절감을 이유로 병설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작년에 개교한 특수학교들을 보면 3~400억 정도 드는데, 병설의 경우 수십억 수준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분명히 예산은 더 적게 든다”면서도 “그러나 예산 때문에, 지역 주민 반대 때문에 병설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좀 더 가까운 곳에 더 좋은 교육서비스를 할 수 있는 형태를 늘리겠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송윤재 한국장애인부모회 오산지부 부회장 또한 “우리 학교에 타격이 온다는 이유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등하교에만 몇 시간씩 걸리는 아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특수학교에 가고 싶어도 이미 포화상태여서 갈 수 없는 아이들의 문제를 생각하자”라고 의견을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22일 간담회를 한 차례 더 갖고 학부모와 특수교사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22일 간담회는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3층 천보실에서 열리며, 오전 10시(학부모 및 특수학교 관리자 대상)와 오후 3시 반(특수교사 대상)에 두 차례 나눠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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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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