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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진정 없으니 동성애 차별 없다’? 국민일보의 완벽한 무리수
[언론비평]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드러내는 자료로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국민일보
등록일 [ 2017년05월15일 19시51분 ]

국민일보가 15일 보도한 '동성애자 과도한 차별 주장 사실 아니었다' 기사.

국민일보가 15일 ‘동성애자 과도한 차별 주장 사실 아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국민일보는 그 뒷받침 자료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된 사건 중 '성적 지향' 관련 건수가 적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차별금지법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일보의 주장은 완벽하게 무리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2016년 12월말 기준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01년 11월부터 인권위가 받은 차별 진정 사건 2만 3407건 중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진정은 81건으로 0.3%에 불과했다. 진정 사건 중 44건이 각하, 18건이 기각됐고, 차별 시정 권고가 나온 사건은 11건이었다.
 

국민일보는 이를 “15년간 동성애자와 관련한 차별행위는 연간 1건 미만이었던 셈”이라고 해석하며 “동성애자들이 한국사회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차별행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일보는 인권위가 권고를 내린 11건에 대해서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명확한 차별행위가 발생했을 때 내놓는 수사의뢰, 조정, 고발 및 징계 권고 결정이 1건도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인권위에 접수된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사례가 적다는 것을 근거로 성소수자 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약이다. 예를 들어 인권위가 2014년 발간한 용역보고서인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재화·용역·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성적지향, 성정체성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이는 948명 중 47.5%인 450명이었다. 이중 실제로 차별에 대응한 적이 있는 이는 109명에 지나지 않는다.
 

차별에 대응한 이 중에서도 79명(74.5%)이 부당한 대응을 한 개인에게 항의했다. 반면 인권위나 관련 부처에 민원을 제기한 경우는 고작 6명(5.7%)에 그쳤다. 그 외에 기관이나 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는 24명(22.6%), 사법적 대응을 한 경우는 5명(4.7%)으로 성소수자들이 공적 체계보다 개인적인 방식으로 차별을 해결하고 있는 점이 드러났다. 대응 결과에 대해서는 거의 개선된 점이 없다는 응답이 50.0%, 피해가 더 심해졌다는 응답이 10.4%였으며, 개선되었다는 응답은 고작 11.3%였다. 인권위에 진정 등을 제기한 6명은 모두 개선된 점이 없거나 피해가 심해졌다고 답했다.

부당한 대우에 대응하지 않은 성소수자의 경우 응답자 중 62.0%가 정체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고, 항의나 신고로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한 경우가 35.4%, 항의나 신고로도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경우가 32.3%에 이르렀다.(복수 응답)
 

즉 인권위에 성소수자 차별 진정이 저조한 이유는 인권위를 비롯한 공적인 차별구제 기관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소수자들이 신고를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두려워할 만큼 성소수자를 대하는 사회적인 인식이 부정적임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국민일보는 이를 두고 성소수자 차별이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재화·용역·시설 이용 과정에서 차별을 겪은 피해자가 차별에 대응한 방식. 인권위 등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한 인원은 106명(무응답 제외) 중 6명에 불과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일보가 이러한 무리수를 둔 것은 최근 시민사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국민일보는 보수 기독교계 인사인 고영일 법무법인 가을햇살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동성 간 성행위자들이) 엄청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정부 지원금 등 더 많은 혜택을 받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그런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비판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고 변호사는 기독교 변호인 모임인 자유와인권연구소 회원으로, 2006년에는 기독자유당의 비례대표 후보로도 출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일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기 위해 사용한 자료가 오히려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 또한 차별이 없으니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고 변호사의 발언은 차별을 겪고도 제대로 호소하지도 못하는 성소수자의 실태를 고려하면 전제부터가 틀렸다.
 

결과적으로 국민일보는 동성애 반대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자료를 편파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의무를 저버렸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는 자료를 인용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면서 기사 내부의 논리도 엉망진창이 됐다. 국민일보는 ‘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부터 다시 학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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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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