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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된 뉴질랜드 피플퍼스트 운동에서 배우는 당사자운동의 핵심은?
뉴질랜드 피플퍼스트 초청 강연회 대구에서 열려
“대변자 없이 당사자의 목소리 직접 내는 것이 가장 중요”
등록일 [ 2017년05월15일 22시47분 ]
발달장애인의 당사자운동인 '피플퍼스트'가 한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한국피플퍼스트 서울 사무소 개소식도 열렸다. 그러나 여전히 발달장애인 운동에서 당사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 피플퍼스트가 해외 사례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15일 대구 MH컨벤션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 옹호 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에는 피플퍼스트 뉴질랜드 회원과 조력자가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을 한국피플퍼스트 관계자들과 공유했다.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옹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강연회 참가자들이 뉴질랜드 피플퍼스트 관계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피플퍼스트 뉴질랜드(People First New Zealand, 아래 PFNZ)는 1984년 IHC 산하 기구로 출범했다. IHC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탄생 19년만인 2003년, PFNZ는 IHC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 단체로 자리 잡게 되었다.
 
PFNZ 자문위원인 조디 터너(Jodie Turner)는 "PFNZ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그리고 발달장애인에 의해 운영되는 전국적 자기 옹호 단체"라고 소개했다. 뉴질랜드 전역 여섯 개 지방에서 30개 자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회원은 700명이 넘는다. 여섯 개 지방 대표들이 모여 '전국위원회'를 구성한다.
 
조디 터너는 미들랜드 지방 대표이자 전국위원회 부위원장이다. PFNZ의 모든 주요 계획과 연간 예산이 전국위원회에서 결정된다. PFNZ에 자문위원 두 명과 비장애인 조력자(assistant)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투표권이 없다. 즉, 중요한 결정은 모두 당사자들만 모인 전국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에는 PFNZ 사무국이 있다. 직원은 총 다섯 명이다. 각 지방마다 '코디네이터'가 한 명씩 있고 이들이 지역 피플퍼스트 모임을 지원한다. 모임마다 1, 2명씩 조력자도 있다. 조력자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비장애인이다. 조력자 중 유일한 발달장애인은 로버트 마틴 PFNZ 평생 회원으로, 그는 얼마 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사상 최초의 발달장애인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조력자를 포함해 PFNZ 직원은 총 22명인데, 이 중 2명만 상근자이다. 나머지 조력자들은 한 달에 5시간만 일한다. PFNZ의 기금조성 매니저인 자넷 도티(Jannet Doughty)는 "이것이 PFNZ에서 당사자의 역할을 최대화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재정 조달이 수월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PFNZ의 30개 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고, 3개월에 한 번씩은 각 지역에서 모임 대표들이 모이는 '지역 모임'과 전국위원회 모임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회 인식 재고 캠페인도 진행한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안정적인 재원을 조달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늘 재정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지는 않는다. 도티 매니저는 "뉴질랜드에서도 발달장애인은 취업 자체가 어렵거나 최저임금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는 데 방해가 없어야 하므로 우리는 회비를 받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티 매니저는 "발달장애인 정책 방향에 관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목소리가 가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t us)'라는 장애 운동의 기본 가치가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피플퍼스트 활동을 통해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니, 정부도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정당한 가치를 지급하는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읽기 쉬운 형태'로 정부 문서를 '번역'하는 일 역시 PFNZ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이다. 보건부와 계약을 맺어 수행하는 이 번역 작업은 '쉽게 만들기(Make it Easy)' 사업으로 불린다. PFNZ에서 '번역'한 '읽기 쉬운 형태'의 문서는 정부 공식 문서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PFNZ는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당사자의 리더쉽이 증진되고, 이것이 결국 당사자의 목소리가 사회에서 더욱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고 있다. PFNZ는 7년째 리더쉽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터너 부위원장은 "리더쉽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야유받을 걱정 없이 우리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라며 "우리 모두에게는 고유의 리더쉽이 있다. PFNZ 리더쉽 프로그램은 나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훈련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리더쉽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도티 매니저는 '셰인'의 사례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리더쉽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셰인은 피플퍼스트 회원으로, 보건부 실무 그룹에 PFNZ 대표자로 참여한다. 이 실무 그룹은 장애인들이 장애인 지원 서비스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계획하는 고위급 그룹으로, 7명의 장애인 당사자가 소속되어 있다. 셰인이 이 그룹에서 다양한 장애인 단체 리더들 및 보건부 공무원들과 일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그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바로 PFNZ '조력자'들이다.
 
도티 매니저는 "조력자는 회원들이 어떤 정보를 이해하도록 돕거나 답변을 돕기 위해 질문을 할 뿐, 절대 누군가를 대신해 말하지 않는다"라며 "조력자가 자신의 역할 경계를 인지하고 그 안에 머무르는 것이 피플퍼스트의 본질을 지키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도티 매니저는 "조력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라며 "조력자는 늘 당사자에게 자신이 필요 없게 되는 것을 목표로 일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어떤 일을 할 때 조력자가 필요 없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는 것이 바로 조력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조디 터너(왼쪽) 부위원장과 자넷 도티(오른쪽) 기금조성 매니저  
이날 강연회에는 약 150여 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조력자들이 참석했다.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활동가는 "한국에서는 많은 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부모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라며 "이번 강연이 한국의 발달장애인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PFNZ 관계자들은 같은 내용으로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연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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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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