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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 버스킹 :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한다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다
"우리로 인해 세상은 이상해질 것, 이 용기로 혐오에 맞설 수 있다!"
등록일 [ 2017년05월17일 23시44분 ]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공동행동이 17일, 오후 5시 서울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 버스킹 – 새로운 대통령에게 말한다’를 진행했다. 시민버스킹에 참여한 시민들이 "성소수자 인권 삭제하는 성교육 표준안 폐지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서울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 무지개 깃발이 펄럭였다. 사람들은 계단을 객석 삼아 앉았다. 계단 앞 인도는 무대가 됐다. 무대 바닥엔 ‘새로운 나라에 성소수자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라는 현수막이, 배경엔 ‘새로운 대통령에게 말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 무대에 교복 치마를 입은 사람이 섰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짧은 숏커트를 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FTM(Female-To-Male, 남성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람들은 치마 입은 외형을 보고는 자신을 ‘여학생’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하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야만인이라고. 저는 순간 화가 나서 ‘왜 야만인이냐’라고 반박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진지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맞아야 할 호르몬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수술을 생각하니 ‘나는 야만인인가’하는 생각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나…. 나는 이곳에 있고 존재합니다. 퀴어는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트렌스젠더의 호르몬주사와 수술비용을 보험처리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무엇보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성별은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는 새 정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희망을 말하며 발언을 마쳤다. 17일, 오후 5시 서울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 버스킹 – 새로운 대통령에게 말한다’에선 그러한 숱한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시민버스킹 무대 한쪽에 성소수자의 존엄한 권리를 촉구하는 피켓들이 세워져 있다.
HIV/AIDS 감염인,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장애여성, 결혼한 이성애자 남성 등이 잇따라 마이크를 잡았다.
 

5월 17일은 1990년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이다. 이를 기념해 국제 성소수자 운동은 동성애를 정신병이나 전염병으로 보는 동성애 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2004년부터 5월 17일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Biphobia, IDAHOT)로 기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30여 개국이 ‘아이다호’에 함께한다. 이날 시민버스킹도 아이다호를 맞이해 준비된 자리였다.
 

이날 버스킹은 3시간 가량 진행됐다. 해가 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 목소리는 그만큼 우렁차지고 단단해졌다. 지류에서 흐르던 강물이 본류로 합쳐지듯, 여러 갈래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하나의 요구로 수렴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이것이 현재의 ‘버티는 삶’에서 ‘존엄한 삶’으로 삶의 형질을 견인할 것이라 믿으며. 이날 버스킹에서 나온 몇 가지 목소리를 추려서 소개한다.


- 윤가브리엘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
“성소수자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로 감염인들이 이를 드러내지 못해 치료를, 마침내 삶을 포기하는 게 얼마나 더 심각한 문제인지를 그들이 알아야 합니다. 악의에 찬 폭언과 혐오는 살인행위입니다. 질병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할 게 아니라, 환자니깐 치료를 제대로 받게 해야 합니다. HIV/AIDS 인권운동을 13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어느 정권도 이 문제에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이 정부 역시 얼마나 문제 인식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곧 이 새로운 정부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성소수자들과 이성애자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질병 등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싸우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즈는 질병일 뿐이다, 혐오와 차별을 중단하라!”


라라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 라라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트렌스젠더를 자녀로 둔 엄마입니다. 내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4년 전, 아이의 성정체성을 알았을 때 트렌스젠더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동안 홀로 겪었을 아이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기에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들에서 딸로 받아들이고 호르몬과 수술을 위한 마음의 준비도 했습니다. 호칭을 딸과 언니로 바꿔 부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행복해했습니다. 아직은 수술하지 않겠다고 해서 수술하지 않은 상태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술 없는 성별정정을 요구합니다. 주민등록도 성 구분 없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트렌스젠더는 사춘기 때 2차 성징을 맞이하며 성별위화감이 더욱 심해지는데 그에 따라 자기 신체 혐오감도 심해집니다. 그래서 청소년 트렌스젠더의 자살시도율은 50%가 넘고 80%가 우울증을 겪는다고 합니다.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유추해볼 수 있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춘기 시절에 적절한 억제 치료와 호르몬 치료가 이런 위화감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초중고 교육제도 안에서 젠더 다양성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행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지하고 인권과 성평등 관점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해주십시오.”
 

- 김형남 군인권센터 간사
“A대위에게 징역 2년이 구형됐습니다. A대위는 ‘선처를 바란다’며 재판 내내 많이 울었습니다. 가끔 상담 진행하다 보면 나는 성소수자 군인인데 혹시 나에게도 수사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섭습니다. 나는 성소수자 아들을 둔 부모인데 혹시나 내 아들이 수사받으면 어떡해야 합니까, 군대 가기 너무 무섭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 시원하게 대답해줄 수가 없습니다. A대위는 동성군인과 자기 집에서 합의된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업무상 아무 관계가 없는 다른 부대 사람이었습니다. 동영상 같은 건 유포한 적도 없습니다. A대위는 성실하게 군대에 임했습니다. 동료들의 칭찬이 자자하고 병사들 평판도 좋습니다. A대위 직속 상관이 탄원서에 쓴 내용입니다.
동성애자인 거 잘 숨기고 살면 군인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이고, 숨기지 못하면 군인으로서 자격을 잃는 것입니까. 동성애자면 잠재적인 성범죄자라도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동성애자들 군 면제시키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어디 가서 무얼 하든 신경 쓰지 마십시오.”


최근 발생한 A대위 사건과 관련해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촉구하는 사람들.
이유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 이유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새 대통령이 취임 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서 ‘나중에’라고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 나중이 지금입니다. ‘아직’이라는 말로 인권을 뒤로 미루지 말아 주십시오. 인권에 나중이란 없습니다. 이번 정부는 통합, 개혁, 소통 이 세 가지를 키워드로 야심 차게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소수자 배제 없는 사회‘통합’을, 소수자를 위한 사회‘개혁’을, 소수자와의 ‘소통’을. 새 정부는 응답해주십시오.”


-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님’은 아주 아름답고 상식적인 이성애 가부장 가족 모델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문재인 시대는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제외할 수 있는, 어떤 상식과 질서·정상성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누군가를 분리하고 아예 그 차별조차 보이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또는 그 상식과 질서에 어긋나는 누군가는 배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총파업을 준비하는 민주노총이, 또 감히 우리 ‘이니’ 앞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섰던 성소수자가 그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 자기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게 드러내고 떠드는 여성들은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전에도 그 이후에도, 수많은 여성이 이런 혐오와 린치를 당해왔습니다.
저는 이제 남들 듣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만하려고 합니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우리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고 예쁜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름답고 정상적인 존재여야 권리를 획득할 자격이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질병과 장애, 범죄, 마약 등 사회가 나쁘다고 하는 것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로 인해 세상은 이상해질 것입니다. 지금의 정상성이 흔들리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혐오와 맞서는 과정은 이 이상한 세상을 만드는 용기로 완성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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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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