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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까지 ‘휠체어 탄 장애인’은 고속버스 못 탄다?
장애인 시외이동권 항소심, 최종 공판 앞두고 있어
국토부, 2021년까지 ‘연구’ 계획만 있고 ‘실용화’ 계획은 없어
등록일 [ 2017년05월25일 19시48분 ]

2014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고속버스를 점거한 모습.

장애인 시외이동권 항소심이 최종 공판을 앞두고 있다.
 

앞서 1심에서 법원은 국가와 지자체(서울시, 경기도)의 책임은 지우고, 그 책임을 온전히 버스사업자(금호고속, 명성운수)에게만 떠밀었다. 버스사업자가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반면,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가 교통행정기관으로 이동편의시설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하나, 적극적 구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을 명시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법적 책임은 묻지 않는, 실로 이상한 판결이었다.
 

이에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했다. 장애계는 다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묻고자 했고, 버스사업자는 정부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버스사업자에게만 강요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한 대형버스, 이미 판매 및 운행되고 있어
 

장애계 측은 이미 현행법에도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이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교통약자들에게 동등한 수준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교통약자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이미 국내엔 대형버스에 휠체어 승강장비 개조를 해주는 업체가 있으며,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관광버스도 운행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는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한 ‘유니버스 럭셔리’라는 모델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이 버스 가격은 1억 8759만 원(휠체어 고정 장치 1개 있는 경우)이며, 같은 모델 중 휠체어 승강설비가 없는 버스는 1억 6393만 원이다.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에 대략 2400만 원이 추가되는 것이다. 
 

휠체어 리프트 개조를 하는 복지 차량 전문기업인 창림모아츠 관계자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차량 개조를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차라도 좌석 규격 등 기본적인 차량 안전장치는 일반 차와 동일하다. (버스사업자들이 주장하듯 ‘휠체어 승강설비’를 적시한) 그런 기준은 없으나 차량 개조 계획을 담은 기술검토를 교통안전공단에 신청한 뒤 승인받아 그에 따라 차량 개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통안전공단은 현재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9조(차대 및 차체), 제23조(승차장치), 제29조(승강구) 등의 기준을 적용해 튜닝승인 및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창림모아츠 홈페이지에 있는 이미지로 대형버스에 휠체어 승강장치를 장착한 모습.

- 국토부, 2021년까지 ‘연구’ 계획만 있고 ‘실용화’ 계획은 없어

국토교통부는 올해 4월 27일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개조차량 표준모델 및 운영기술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휠체어 승강장치 및 가변식 승객 좌석 등 기술의 국산화 개발 △현재 운행되고 있는 고속·시외버스 차종별 상이한 구조에 범용 가능한 휠체어 승강장치의 표준화 △개조버스의 안전성 확보 △터미널 승강장 등 인프라의 구조·설비에 관한 표준화 및 운영 △개발 기술의 보급 및 활성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9월 30일까지 연구를 완료한 뒤 제3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아래 3차 계획)에 이를 포함할 계획이다. 하지만 포함한다고 해도 즉시 이행 계획이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계획을 수립하면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도 이 내용을 담아야 실행력이 높아진다”면서 사실상 3차 계획에서 실용화까지 논의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시사했다.
 

올해 초 국토부가 확정한 3차 계획엔 ‘연구’ 계획만 있을 뿐 ‘실용화’에 대한 내용은 없어 장애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들의 시외이동권 투쟁으로 국가 예산에 상정된 시범사업비 16억조차 없다고 외면했던 정부가 (3차 계획에서) 연구비만 무려 80억을 지원하겠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라면서 “실상 그 연구는 몇 해 전에도 많은 예산을 투여하여 진행됐으며 정부 의지가 없어 지금까지 시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연구를 핑계 삼아 되풀이한다는 것은 장애인들을 기만하는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목소리에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는 2020년 4월까지였는데 2019년 9월로 6개월 앞당겨진 것”이라면서 “일반인들도 버스 급정거나 충돌로 부상당할 수 있는데 휠체어는 바퀴가 달렸기에 안전장치 마련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저상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릴 만큼 속도가 안 나와 기존 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장치를 설치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라며 정확히는 저상버스가 아닌 ‘휠체어 승강설비가 장착된 고속버스’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시중엔 이미 시외간 이동하는 관광버스 등이 운행 중이다. 고속버스와 관광버스는 용도의 차이에 따라 구분되는 것으로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즉, 휠체어 탑승설비가 설치된 대형버스가 이미 운행 중임을 고려하면 개발과 안전성 검증은 일정 정도 마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함에도 연구개발에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워 보인다.
 

- “장애인 시외이동권 문제 시급해… 인권 강조하는 새 정부, 전향적으로 풀길”
 

국토부의 입장에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지난 3년간 시외이동권 투쟁을 할 때마다 국토부의 답변은 예산과 안전 문제였다”면서 “과거에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고, 경기도의 경우 광역버스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정말 연구가 필요하다면 연구와 함께 시범운행을 하면 된다. 시범운행을 해야지 어떤 게 문제고 무엇이 안전하지 않은지 연구에 넣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시외이동권 소송에서 원고 측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또한 “경기도도 2층 저상버스를 도입하여 광역 간 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기관인 국토부가 미온적 태도를 취한 채 의지조차 없으니 안타깝다”면서 “장애인 시외이동권 문제는 시급한 문제다. 인권과 소수자 문제를 강조하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장애인 시외이동권 문제도 전향적으로 풀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정부가 자기 몫을 하지 않는 사이,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하는 노력이 국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담은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엔 장거리 노선버스에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시내버스 운송사업자가 차 수명이 다해 대폐차할 경우 저상버스를 우선 도입하도록 했으며, 전세버스 운송사업자가 휠체어 탑승설비 등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재정 지원 하도록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그러나 개정안은 아직 논의 한 번 되지 못한 채 계속 소관 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명절 때면, 휠체어 탄 장애인들은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가 외쳤다. 그들은 손수 돈 주고 산 버스 티켓을 손에 쥐고서, 나도 티켓을 샀는데 나는 왜 버스에 탈 수 없느냐고 항의했다. 고속버스를 타고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 이 평범한 일상이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지연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2021년까지로 설정된 ‘제3차 계획’에 장애인 시외이동권 실용화 계획은 없다. 2심에서마저 패소하면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휠체어 탄 장애인은 여전히 고속버스도, 시외버스도 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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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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