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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센터 설치, 서울시는 여전히 '반대'
김진철 서울시의원 발의 조례안,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 설치 포함
서울시, "기존 보조공학서비스센터 이용이 더 효율적" 입장 고수
등록일 [ 2017년05월30일 18시32분 ]

최근 정부가 뇌병변, 발달장애인 등 언어장애인들에게 보완·대체의사소통(AAC) 기기를 일부 보급하고 있으나, 정작 언어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서 AAC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장애인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기관,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7일 김진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도 ‘서울특별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아래 한뇌협)는 30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토론회를 열고, 기존 보조기기를 보급하는 정책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철 서울시의원, 한뇌협 등이 3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연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토론회.

김 시의원의 조례안에 따르면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는 의사소통 상담, 개인별 맞춤 서비스 제공, 의사소통 전문 인력 양성, 네트워크 구축, 의사소통 교육과 체험, AAC 인식 제고 등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시 장애인복지과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보조공학서비스센터를 통해 AAC 기기를 보급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조례안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김 시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조공학서비스센터가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를 증진하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서울시에는 3개의 보조공학서비스센터와 15명의 지원 인력이 있다. 인력 자체도 지역 언어장애인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부족할뿐 아니라, 모든 장애유형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는 보조공학서비스센터의 특성 상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전문적인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시의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 보조공학서비스센터의 지원 실적을 보면 기기 대여 분야 중 의사소통 지원에 관한 실적이 전체 6100건 중 2%인 131건에 그쳤고, 제작 및 개조 분야에서는 의사소통 지원 실적이 전무했다.
 

이에 김주현 한뇌협 서울지부 회장은 보조공학서비스센터 중심의 기기 보급 정책에는 한계가 많다며 “당사자에게 의사소통이 권리임을 일깨워주고 제공된 기기와 중재 서비스를 활용해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각종 활동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기능하는”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의 운영 방안으로 먼저 의사소통지원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관련기관과 전문가와의 상시적인 네트워크를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언어장애인에게 상담을 통해 의사소통 정보를 제공하고 능력을 진단한 후에, 개인에게 맞는 AAC 기기를 제공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해 김 회장은 △AAC 활용과 관련한 자기주도그룹, 자조모임 구성 △AAC를 활용한 직업탐색, 문화예술 등 다양한 활동 지원 △언어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공공기관, 일상 시설에 대한 인증 등 의사소통 권리 홍보 및 인식개선 활동 △지역 서비스 기관에 대한 의사소통 권리 및 일상생활 적용교육, 의사소통 사업 컨설팅 시행 등을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의 사업으로 제시했다.
 

'서울특별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한 김진철 서울시의원.

토론자들은 언어장애인의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전원 동의했으나,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를 통해서만 이를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했다.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장애 유형 간 서비스 지원이 공평해야 한다며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필요성에 공감했다. 윤 소장은 “6만 7000여 명의 척수장애인들은 전국적으로 척수재활센터를 운영하는데, 지체장애인 다음으로 수가 많은 30만 여 명의 뇌병변장애인은 뇌성마비 복지관을 제외하고는 특화된 시설이 없다”라며 “서울시가 뇌성마비인을 포함한 뇌병변장애인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가장 초보적인 지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경양 부산장신대학교 특수교육과 조교수는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에서 AAC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각각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을 통합하여 서비스를 진행하도록 부처 간에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사소통권리 지원 센터 설치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백일헌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과장도 “의사소통의 중요함은 인식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하겠다는 생각은 있다”라면서도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나 조례안 통과 대신 기존 보조공학서비스센터에 의사소통 관련 지원 체계를 확대하는 것이 이용자의 접근성이나 편리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백 과장은 “여러분들의 기대 수준과 요구사항에 비해 (서울시의 계획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 항변하기보다는 관계 당사자와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례안 내용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최현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조례안은 전반적으로 사업의 내용이 추상적이라 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실무적인 내용을 규칙으로 정리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사업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최 변호사는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의 지원 대상이 서울 주민으로 협소한 점, 서울시가 센터를 직영할 때 예산 규정이 없는 점, 보조공학서비스센터와 역할 분담이 없는 점 등을 조례안의 개선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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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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