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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털기와 공포 조성, ‘반인권적’인 HIV 감염인 언론 보도
개인 감염 정보 유출, 의료법·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
‘성매매 여성’ 추측 보도로 감염 확산 공포 조장
등록일 [ 2017년06월13일 16시53분 ]

HIV 감염인이 의료기관의 감염 정보 누출에 항의하는 모습 ⓒ인권오름

최근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양성 진단을 받은 감염인을 보도한 일부 언론들의 반인권적인 행태가 HIV 감염인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경남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5월 30일경 창원보건소의 발표를 인용해 한 여성이 5월 26일 HIV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이 감염인이 확진 판정 이후 잠적했으며, 최근까지 창원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창원보건소 측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를 두고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아래 레드리본) 등 HIV/AIDS 감염인 단체, 인권단체들은 13일 성명을 통해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감염인 보도 원칙을 어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먼저 정보를 제공한 창원보건소와 이를 받아쓴 언론은 감염인의 HIV 감염 확진 과정과 개인정보들을 외부로 누설했다. 이는 감염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개인 의료정보의 누설을 금지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7조, 의료법 19조 위반이므로 애초에 이러한 기사를 작성해선 안 됐다는 것이 레드리본 등의 주장이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 길라잡이’는 ‘감염경로 부각’, ‘HIV 감염인의 신상명세를 취재, 보도’, ‘공포감 조성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단어 사용’, ‘헤드라인을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내용으로 보도’하는 것을 삼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은 기사 내용에서 감염인 여성이 행방이 묘연하고 성매매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HIV 감염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조성했다.
 

게다가 이들 언론이 제기하는 감염인 연락 두절, 성매매 여성 등의 내용은 사건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추측성 보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인터넷 언론 위키트리와 쿠키뉴스의 경우 ‘성매매 여성이 아닌 평범한 일반 여성이다. 연락이 두절된 적도 없다.’라는 감염인 당사자의 입장을 전했다. 위키트리에 따르면 창원보건소 또한 “환자 측이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연락 두절이나 행방 묘연을 의미하진 않는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레드리본 등은 “성매매 여성이라고 추정하여 언론과 행정기관에서는 이 여성을 당장 찾지 않으면 감염이 확산될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이는 성매매 여성이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진원지’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HIV 감염인을 격리시켜 비감염인을 보호하겠다는 이른바 배제, 격리의 반인권적인 보건행정의 연속선상”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레드리본 등은 이들 언론의 보도가 보도 대상이 된 HIV 감염인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에이즈(UN AIDS)의 ‘HIV 검사와 상담에 관한 정책강령’은 의료 당국의 의무로 자발적 익명검사, 비밀보장,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토대가 된 HIV 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레드리본 등은 “잠적한 범죄자를 쫓는 뉘앙스의 기사를 보고 (감염인이) 보건소를 찾아 상담을 받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을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라며 규탄했다.
 

레드리본 등은 이번 사건을 보도한 언론에 기사 삭제와 사과문 게재를, 언론에 정보를 누설한 의료 관계자와 기관에는 행정 처분을 촉구했다.
 

한편 경남일보의 경우 문제가 된 기사를 블라인드 처리했으나, 다른 언론사는 여전히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 게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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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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