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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되지 않은 색’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그린, 리단을 만나다
트위터 통해 ‘여성 정병러 자조모임’ 끌어온 리단
‘정병러 만화’ 가지고 돌아왔다
등록일 [ 2017년06월14일 14시15분 ]
'리단'은 양극성정동장애, 흔히 조울증이라 불리는 병을 가지고 있다. 그는 동성애자이고, 여성이고, 20대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정체성, 즉 정신질환에 관한 정보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의 글은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2017년 5월, 리단은 만화를 내놓았다. 잉크를 섞어 색을 만드는 기계인 '조색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판할 예정이다. 여성/정신질환자/동성애자가 자신의 병과 삶에 관해 직접 쓰고 그린 만화는 어떨까. 기대하시라, 정말 재밌고 독특하니까

리단이 쓰고 그린 만화 '조색기' 표지. ©리단

  '조색기'의 부록 만화인 '자해 장려 안 하는 만화' 중. ©리단
리단은 꽤 두툼한 원고와 부록 만화, 그리고 본편의 '프리퀄'까지 안고 나타났다. 원고는 판형이 꽤 컸다. A4용지 사이즈이고, 양면이 아니라 단면에만 만화가 있었다. 본편만 300매 가량이다.
 
"이 판형대로 인쇄할 거예요. 수정 없이. 만화책 치고 꽤 길죠. 이렇게 길게 그릴 계획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됐어요."
 
'계획'이 아니었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계획'은 만화의 시작에도, 그려지는 과정에도 없었다. 
 
"누군가 만나는 사이에 시간이 좀 비었어요. 그 때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서 의식의 흐름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냥 '다음에 이렇게 이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쫓아서...그렇게 그리다 보니 에피소드 하나가 완성되었어요."
 
작업도 이런 식이었다. 밑그림을 그리거나 콘티를 짜는 것 없이, 그는 볼펜을 들고 머리에 떠오르는 스토리라인과 이미지를 낚아 채어 종이 위에 옮겼다. 스토리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소재는 무궁했다. 조울증을 가진 리단에게, 우울증은 소재를 제공했고 조증은 만화를 그리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조증은 만화를 그리는 내내 오히려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만화를 그리는 데 조증의 힘을 빌렸죠, 확실히. 조증일 때에는 '무언가 해야 한다'라는 고양감에 휩쓸려 그리는데, 문제는 초조함이 생긴다는 거예요. 머릿속 스토리는 이미 저만큼 가있는데, 그림 그리는데 시간이 걸려 못 따라가니까요. 조증일때에는 성과의 기준이 엄청 높아지니까, 그만큼 못 채우면 '너는 아직도 충분치 않아'하는 생각과 싸워야 했어요. 조증으로 인해 만화를 그리고, 계속 이어가야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지만, 만화를 그리는 과정까지 함께 해주지는 않았어요."
 
그의 만화는 독특하고 새로웠다. 밑그림도 콘티도 없이 만화를 그려나갔다고 하니, 그의 조울증이 축복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자폐성장애인의 '천재적인' 재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전시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천재성 발굴'의 덫에 빠졌나. 리단 역시 그 부분을 강조했다.
 
"만화는 우연한 결과물이지 조울증의 필연적 결과물이 아니예요. 우울증과 조증간의 균형이 이번에는 잘 맞았고, 주변에 저를 지원해주는 친구들도 많았죠. 특히 동거인이 많은 지원을 해줬는데, 하루에 일곱장씩 꾸준히 그릴 수 있게 도와줬어요. 제 원고를 읽어봐주고, 감수도 해주고, 독려도 해주고. 이런 많은 사람들의 감정적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한 사람의 병증의 추동만으로는 결코 가능할 수 없었던 작업이예요."
 
"우리는 잉크를 자신이 통제하고자 했던 만큼 떨어뜨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조색기' 크라우드펀딩 페이지 소개글에 나와있는 문장이다. 
 
"누구나 자신의 정신적 측면을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 부분의 '실패자'라는 걸 깨닫게 된 거예요.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조색기'는 떨어진 잉크를 통제하지 못해 나온 색, 즉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거나 '병적으로' 사랑스러웠던 시기를 지나 그 색 자체를 볼 수 있게 되고, '이 색이어도 괜찮아' 하는 수용의 과정을 담았어요."

리단 ©리단

리단은 지난해부터 '여성 정병러 자조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잉크를 통제하지 못한 사람들'과 모이고 있다. '정병러'는 정신병을 줄인 '정병'에 '~을 하는 사람'이라는 영어 접미사 '~er'를 붙인 단어로, 트위터 등 SNS에서 사용된다. 쉽게 말해, '정병러'는 SNS를 사용하는 젊은 정신장애인들이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인 셈이다. 리단은 여성 '정병러'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그의 만화처럼. 극심한 우울증에서 막 벗어나 '뭔가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충만할 때였고, 트위터에 풀어놓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냥 흘려보내고싶지 않았고, 주최자인 자신이 여성이니 여성에 한정해 모이자고 생각했을 따름이다.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 트라우마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을텐데, 여성의 경우 남성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많잖아요. 그걸 남자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냥 여자들끼리 모여서 최대한 편하게 이야기해보자, 하는 취지로 꾸린거예요."
 
리단 역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담에서 오가는 대화가 너무 협소하다고 느꼈고, 그런 곳에서 진행되는 자조모임도 그랬다.
 
"사람마다 조울증의 양상이 다 다양한데, 여기서는 그냥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라는 말만 반복하니까 마음이 전혀 안 편하더라구요. '동성애자'는 저의 아주 큰 정체성 중 하나인데, 상담자가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니 이야기가 깊어지지 못하고요. 자조모임도 마찬가지예요. 20대 여성의 술 중독과 50대 남성의 술 중독은 결이 아주 많이 다를텐데, 그냥 막 섞여서 앉아있죠."
 
리단이 모임을 열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조모임 1회 제한 인원인 10명은 트위터로만 신청을 받는데도 금방 찼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모이고, 일단 모이면 트위터 닉네임도 말하지 않는다. 철저한 익명의 공간에서, 그러나 여기 모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편안함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곳이다.
 
"많은 분들이 이 자조모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음성화된 언어로 자기 이야기 길게 해본 경험이 다들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봐요. 여긴 그냥 열린 공간이예요. 언제든 자기 이야기를 하고싶을 때 올 수 있는.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이건 내가 심각했구나' 깨닫는 경우도 있어요. 다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까 역설적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거죠. 증상에 비해 약을 덜 먹고 있었다거나 어떤 증상을 그냥 방치해두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더라구요. 자조모임의 역할은 딱 이만큼이지, 모임을 통해 누군가의 증상이 '호전되는'건 기대하지 않아요."
 
'조색기'의 두 번째 에피소드 '나와 탄산리튬과 아빌리파이' 중. ©리단
'나와 탄산리튬과 아빌리파이'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그러나 나한테는 내 죽음만 중요하다는 걸'이라는 부분을 좋아해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의 자살사고(suicidal thoughts)도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쓴 글이거든요. 누군가에게 나의 자살사고를 설명하려면, 죽고싶은 감정을 정제화해서 가장 잘 맞는 표현을 골라 언어화하는 작업이 필요할텐데, 그게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냥 각자의 자살사고는 공유되지 못한 채 혼자만 안고 가는거예요. 그 외로움을 잘 담았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좋아합니다.
 
'조색기' 세 번째 에피소드 '도주마' 중. ©리단
조증범죄만화 '도주마'도 좋아해요. 경마를 한 번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말이 뛰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경마 용어 중에 '도주마'라는 것이 있는데, 가장 먼저, 누구보다 빨리 뛰어 나갔다가 자기 그림자에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는 말을 그렇게 불러요. 저는 이 도주마가 조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도주마가 쓸모 없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뭐 이런 내용이고요. 다른걸 떠나서 말을 그릴 때 무척 즐거웠습니다. 
 
'조색기'를 비롯해 리단의 만화는 전반적으로 행간의 여백이 많았다. 그 여백을 어떻게 채워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완성되는 재미가 있었다. 두고두고 곱씹어 읽을 수 있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만화. 그리고 이 만화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사람만 받아볼 수 있다. 퀴어퍼레이드에서도 부스를 열고 판매할 예정이다. 이 특별하고, 무겁고, 재미있는 만화를 소장하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6월 22일에 마감되니까. 
 
*리단 트위터 계정https://twitter.com/seroqel
*작가 블로그http://blog.naver.com/aururu
*텀블벅 페이지https://www.tumblbug.com/josek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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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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