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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린이의 ‘놀 권리’ 충족위한 새로운 안전기준 모색 시작해야
‘자유로운 놀이 공간을 규제하는 안전기준’ 토론회 개최
“놀이터, 어린이가 부담없이 도전하고 모험할 수 있는 공간 되어야“
등록일 [ 2017년06월14일 17시05분 ]
'놀이터'는 1차 이용자인 어린이와 2차 이용자인 부모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공간이다. 어린이는 재미를 추구하고, 부모는 안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안전기준'은 다양한 놀이기구 개발과 설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놀이터는 장애 어린이들에게 생소한 공간이기도 하다. 비장애 어린이의 신체와 속도를 기준으로 '안전'을 구성한 놀이터는 장애 어린이에게 여전히 위험한 공간이거나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공간이다. 이에 장애 어린이의 놀 권리가 대두되며 '통합놀이터' 구축이 논의되었다. 지난해 1월에는 최초의 통합놀이터가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안전기준'이 발목을 잡았다.
 
14일, 장애/비장애 어린이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가 주관한 '자유로운 놀이 공간을 규제하는 안전기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어린이의 '놀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그러면서도 안전한 놀이 공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점들을 살펴보았다.

토론회에서 '장애어린이의 놀이터 경험과 안전'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김남진 무장애연대 실장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놀이'에 있어서 도전과 모험은 놓쳐서는 안 될 가치라고 강조했다. 김명순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놀이 환경 제공자로서 성인은 "어린이가 놀이에 대한 통제, 주도성,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놀이는 아이의 개성과 잠재력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라는 점, 특히 놀이에서 적절한 도전과 위험감수 행동이 필요하다는 믿음과 지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놀이는 단순히 즐기는 것, 부담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그저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여야 한다"라며 '안전하게 놀아야 한다'라는 강박이 어린이들의 '놀이'를 가로막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긍정적인 위험감수 행동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주 제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장애 어린이에게 있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아래 무장애연대) 실장은 "비장애 어린이에게도 그렇지만, 장애 어린이에게는 더더욱 '모험할 권리', '다칠 권리'를 실현할 기회가 적다"고 전했다.
 
장애 어린이에게 '놀이'는 곧잘 치료나 재활과 연결된다. 김 실장은 "장애어린이의 놀이는 공개된 공간이 아니라 복지관, 학교, 병원 등에서 이뤄지며 또래 친구들보다는 부모, 교사, 의사와 함께 이뤄진다"라며 "접근할 수 있는 놀이터가 거의 없거니와, 부모 손에 이끌려 각종 활동에 참여하느라 놀 시간 자체가 없기도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다양한 장애에 맞는 놀이기구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발달장애 어린이에게는 높낮이 차이를 줄이고 다양한 신체 크기를 고려하여 디자인된 놀이기구가, 시각장애 어린이에게는 넘어져도 안전한 바닥재, 소리나 촉감 또는 빛을 이용한 놀이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놀이기구 개발은 '안전기준'으로 인해 막혀있는 실정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에 개장한 통합놀이터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 장애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는 미끄럼틀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안전기준에 맞지 않으면 다 허물어야 할 수도 있다'라는 제조사 측 의견으로 인해 결국 기존 미끄럼틀이 설치되었다"라며 "결국 휠체어를 탄 아이를 어른이 들고 내려 앉히고, 또 휠체어를 밑으로 가져가 태우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력이 필요한 놀이기구,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다 보니 장애 아동들은 결국 놀이를 빨리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발제하고 있는 김명순 교수(왼쪽)와 제충만 팀장(오른쪽)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은 "안전기준 강화는 놀이터의 물리적 숫자 자체를 줄이고 있다"라며 안전기준에 대한 제고를 촉구했다. 2015년 1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안전점검을 통과하지 못한 놀이터 1740개가 하루아침에 이용 금지되었다. 제 팀장은 "이는 정부가 어린이의 '놀 권리'를 얼마나 도외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제 팀장은 "지난 10년간 놀이를 어린이의 '권리'로 접근하지 않은 채 놀이터의 안전에만 기준을 맞춘 놀이터를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놀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나 새로운 시도가 설 자리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악가 조수미 씨가 기증한 '휠체어 그네'가 놀이기구 인증을 받지 못해 모두 철거된 사례를 들었다. '어린이제품법' 상의 놀이기구 안전인증 기준에는 장애 아동을 위한 놀이기구 안전기준이 없어 장애 어린이에게 맞춰 설계된 놀이기구는 심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제 팀장은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 놀이터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놀이기구는 없고, 기존 놀이기구를 크기와 소재만 달리한 천편일률적 모습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 팀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5일 후보 시절 당시 5개 아동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 중 첫 번째가 어린이의 '쉴 권리, 놀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였다"라며 "기존의 안전에만 초점을 둔 법령이 어린이의 놀이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수립되고, 예산도 지원되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놀이기구들, 특히 장애 어린이도 비장애 어린이도 함께 재밌게 놀 수 있는 기구들을 개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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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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