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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제 속 요원한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자기결정권 보장해야
대인관계 어려움 30.8%, 일자리 배제 24.6%...정신장애인 자격 제한하는 국가
등록일 [ 2017년06월16일 19시54분 ]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요건을 일부 완화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증진법)이 지난 5월 30일 시행되면서 정신병원에 있던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해온 차별적인 제도와 관습이 유지된다면 이들의 자립생활은 요원하다.
 

이에 사람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금천센터)는 1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욕구조사 기반 자립지원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정신장애인의 자립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사람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16일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정신장애인 욕구조사 기반 자립지원방안 토론회'.

사회 관계망에서 배제되는 정신장애인, 정신장애인 배제 조장하는 국가
 

금천센터가 정신장애인 197명(미등록 포함)을 대상으로 진행한 욕구 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들은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 생활 자금 지원(39.9%), 일자리 지원(34.8%), 주거 지원 (10.6%) 등이 주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42.6%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7.3%가 가족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등 정신장애인들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소득 보장 욕구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상생활과 사회 활동에서 조사 대상 정신장애인들 중 30.8%가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4.6%는 일자리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답하는 등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소득을 얻고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신장애인들은 사회 복귀를 도와야 할 정신재활시설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러운 인식을 드러냈다. 응답자 중 27.8%는 사회복귀시설, 26.8%는 정신보건센터를 이용하고 있으나, 32.5%는 정신재활시설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다. 사회복귀시설, 정신보건센터 등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프로그램 참여 부담이 각각 30.9%와 34.6%, 증상과 약물 부작용을 우려해서가 29.3%, 25.0%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각종 법령에서도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내용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 조례의 경우 관람 금지 대상으로 정신이상자를 포함한 서울시 역사박물관 운영조례와 같이 주로 공공시설 입장 금지, 사용 금지 내용이 많았다. 지자체 고용 인원에 대해 심신 쇠약 등의 이유로 면직이나 위촉을 취소하는 등의 조례도 상당수 있었다. 반면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규정한 조례는 경기도 하남시, 광주시, 동두천시 등 3곳의 조례뿐이었다.
 

법률의 경우 아이돌보미, 경비원, 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정신장애인의 자격이나 면허를 허가하지 않는 내용이 많고, 심신상실 및 박약자에 대한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는 상법 732조 등 재화와 용역 이용에서도 차별하고 있다. 또한 금천센터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등을 성년후견인, 한정후견인으로 대체한 민법 개정 후에도 후견을 받는다는 이유로 선거권, 면허 취득, 영업 허가 등을 제한한 법률이 300여 건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락우 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자기결정권 보장해야
 

이러한 결과를 두고 토론자들은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에서 당사자의 결정권을 제약하는 사회적인 제도와 관습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김락우 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정신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추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수동화된 당사자 자신이다. 사람의 자발성을 거세시키는 치료 방식과 그것을 허용하는 정부 정책,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결정권을 계속 행사하는 가족들의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정신보건법이 당사자에게 해악적인 요소가 많은데, 당사자를 제외하고 정책을 결정해서 들이미는 식이 되어버리니 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이 없다.”라며 “정부는 법 개정으로 퇴원하는 무연고 정신장애인들에게 후견인을 세우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데, 왜 후견인 없이는 정신장애인을 사회로 내보내지 않는가.”라고 성토했다.
 

신권철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이 바뀌면서 지역사회로 나와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의료기관이나 시설 측의 입장이 아닌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예컨대 국가가 큰 호텔을 사서 방 한 칸씩 주고 서비스를 지원하는 외국의 사례가 있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언제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정신장애인이 여러 자격을 취득하려 할 때 장애를 이유로 못하게 하거나 피후견인이 되면 선거권이 없는데,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자격 조건 제한을 없애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지은 중랑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시설장은 “당사자들이 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을 들고 있다. 그동안 사회복귀시설이 정신장애인에게 불합리하거나 정신장애인으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는 데 중심을 두는 기존 제도에 무지해서 개인의 교정에 초점을 맞춰왔다.”라고 반성하며 사회복귀시설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시설장은 정신장애인 자립을 위해 서비스 전 과정에서 동료와 지원자의 파트너십 구축, 회복 과정에서 당사자의 자기 결정 보장, 정신장애인 당사자 리더 양성, 당사자 조직이 공동의 목소리를 표출하도록 지원하는 등 사회복귀시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시설 수용 역사를 보면 정신장애인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 노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계속 격리되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정신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소득향상을 위한 복지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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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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