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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이후 요구되는 지역사회 복지, 복지부·서울시 모두 계획 없어
서울시 정신건강 정책 토론회, “정신보건 전달체계 개편, 주거 지원 강화 필요”
예산안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서울시 계획...상황은 복지부도 마찬가지
등록일 [ 2017년06월27일 18시19분 ]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건강복지법 도입으로 비자의 입원 요건이 이전보다 조금 더 강화되었고,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국가 및 지자체에 부여되었다. 서울시는 27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토론회를 열고 새로운 법에 맞춘 정신건강정책 구축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서울시 정신건강 정책 토론회'가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
 
손지훈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보건법 개정은 이전에 탈원화 이후 지원에만 집중되었던 정책이 애초에 지역사회에서 장기입원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까지 확장된 데에 의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장기입원으로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례관리체계가 강화되어야 하고, 탈원화 이후 지역사회로의 안정적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활 서비스와 연계된 주거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손 센터장은 강조했다.
 
사례관리체계는 저강도 사례관리 모델과 집중 사례관리 모델로 나눌 수 있다. 현재 한국 정신보건 체계 내 사례관리는 저강도 모델이다. 손 센터장은 "연구 결과, 저강도 사례관리 모델은 환자 추적은 잘 되지만 증상 호전이 거의 없고, 입원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즉, 저강도 사례관리는 입원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수준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손 센터장은 집중사례관리 모델을 변형하여 도입함으로써 환자의 필요에 맞고 효율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센터장은 "현재 한국은 관리자 한 명이 평균 93명의 대상자에게 사례관리를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되어 입원이 까다로워져도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지원이 되지 않아 결국 입원으로 이어지거나 정신질환자의 타 수용시설로의 유입만 확대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 센터장은 사례관리자와 대상자 비율을 1:25, 고도 집중 사례관리가 필요한 경우는 1:10으로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성준 종로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집중사례관리 모델을 토대로 권역 집중사례 서비스센터와 지역 정신건강 복지센터가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관리 체계를 제안했다. 현재의 '입원'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권역 집중사례 서비스센터는 1:10 집중 사례관리를 수행하며 대상자가 주 2회 대면 상담을 할 수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근하여 정신의학적 개입도 가능한 모델이다. 조 센터장은 "이 모델은 입원 요건, 즉 자타해 위협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지만, 집중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하거나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이 다음으로 제안한 지역 정신건강 복지센터는 1:25 집중 사례관리를 제공하여 주 1회 면담을 진행한다. 집중 사례관리 외에도 중개 서비스를 통해 의학적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신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이나 집중사례에서 제외된 대상자를 지원한다.

조 센터장은 "정신의학적 개입과 사례관리 집중도를 달리하는 모델 도입을 통해 입원의 장기화를 막고 정신질환자의 필요에 적합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탈원 정신장애인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주거 지원책 마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손지훈 센터장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은 다른 장애 유형보다 자가 비율이 가장 낮고 월세에 거주하는 비율이 3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향후 정신건강복지정책에서 주거문제가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전했다.
 
손 센터장은 현재 서울시 주거 전달체계는 정신병적 장애 진단환자의 1%만이 이용 가능한 상황이며 독립 주거 지원 및 정착을 위한 자립생활 지원서비스가 부재한 한계를 안고 있다고 보았다. 손 센터장은 특히 독립 주거 지원을 강조하며 태화샘솟는집 '둥지'와 한울주거지원생활센터 두 개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 센터장은 빌라나 아파트 한 동 전체를 독립 주거로 임대하는 집산형과 기존 임대주택을 독립 주거로 임대하는 분산형 두 가지 형태를 제안했다. 두 모델 모두 '자립지원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립지원가는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거주인에 대한 사례 지원을 담당하는 인력이다.
 
그러나 서울시 정책안은 이러한 제안을 담을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정신건강 종합계획안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보건소 기능을 강화하고 정신건강시설 간 연계를 활성화하는 것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중증정신장애인을 위한 '집중사례관리' 확대 역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사업 내용은 인식개선이나 생애 주기별 정신건강사업 추진 등 기존 정책 방향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정신건강 지원 체계 종사자의 확충보다는 교육 강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한,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위한 물적, 인적 자원 투입 확장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네트워크를 '더욱 잘' 활용하겠다는 원론적 계획에 그쳤다.
 
이미룡 서울시 정신보건팀장은 토론회에서 발표한 서울시 정신건강 종합계획안이 기존에 존재하는 '서울정신건강 2020 계획' 및 복지부가 2016년에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에 근거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개정 정신건강보건법에 맞춘 계획안을 마련한 것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복지부에서도 아직 계획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당분간은 마련할 계획이 없다고 알려왔다"라며 "이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계획을 골자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부족함이 있다면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계획안이 "아직 예산안도 마련되지 않은 초안임을 고려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되는 많은 질문과 제안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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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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