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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감각축제 ‘페스티벌 나다’를 가다
청각장애인도 함께하는 콘서트, 페스티벌 나다
등록일 [ 2017년06월28일 12시57분 ]

[편집자 주] 청각장애인이 라이브공연을 즐기고 비장애인이 장애인 아티스트의 꿈을 함께 공유한다는 취지로 열린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NADA Art & Music Festival)가 6월 22(목)~24일(토)까지 3일간 마포구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에서 열렸다. 이 공연을 직접 보고 온 청각장애인 설혜임 씨가 공연 후기를 보내왔다.

 

Festival NADA의 숨겨진 감각놀이는 감각의 전이와 변환을 주제로 하는 장애공감 프로젝트다. 예술을 바탕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함께 즐기며, 장애를 향한 편견의 벽을 허무는 예술축제.


청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예술축제로 무척 좋은 취지인 것 같다. 아는 지인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숨겨진 감각축제를 알게 됐다. 별 기대 없이 편한 마음으로 갔는데 공연 분위기를 직접 보니 뭔가 특별하고 신기했다. 공연 자체를 처음 가봐서 그런지 뭐가 뭔지 감이 안 잡혔다.


청각장애 : 청력손상으로 인해서 보청기를 사용하여도 청력을 통해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전혀 들리지 않는 상태.


축제 홍보 내용에 이렇게 나와 있다. 하지만 이건 범위가 너무 넓은 설명이다. 농인(청각장애인)마다 들리는 소리 깊이가 다르며 발음이나 소리를 구별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그러므로 각자 느끼는 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나 같은 경우는 보청기를 끼면 들리긴 하지만 그 리듬, 느낌 정도까지는 느낄 수 있고 발음 구별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리고 평소에는 보청기를 안 끼고 다닌다. 그래서 이번 후기는 눈으로만 바라보는 세상 시선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페스티벌 나다 공연 현장. 청각장애인을 위해 실시간으로 자막 서비스가 제공된다. ⓒ설혜임


첫 공연이 시작됐을 때, 수화통역사를 보고 또 모바일로 실시간 전송되는 자막 서비스 때문에 스마트글래스도 보려면 온통 집중이 안 될 것 같아 그냥 자막 서비스만 봤다. 그 과정에서 작은 스마트폰에 나오는 자막만을 바라보려니 자연스레 눈의 시선 범위가 거기밖에 안 됐다. 분위기에 맞추기 어려웠고 대충 중간마다 수화통역사를 보고 자막을 보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집중력이 올라가기 힘들었다. 분위기에 빠지기도 애매했다. 맨 왼쪽에 전동의자가 있는 쪽으로 앉아서 모든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오른쪽에 청인들이 다 서있었는데 그때 미디어아트를 봤다. 라이브 공연 속 모든 소리의 시각화라는데 차리리 미디어아트에 노래 가사를 넣어서 공연을 하는 사람 뒤에 비쳤다면 보기가 편하지 않았을까? 집중도 더 잘 될 테고 거기서 그만의 영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나의 시선으로 설명하자면 맨 왼쪽에 수화통역사가 서있고 가운데에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있고 맨 오른쪽에는 미디어아트가 있다. 그리고 내 손에 자막서비스를 지원해주는 스마트폰이 있다. 위치가 각자 너무 멀어서 눈이 왔다 갔다 하면 피곤해지기 쉬우며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처음부터 단점만을 이야기한 것 같지만 장점도 있다. 진동의자 덕분에 몸이나 심장이 리듬에 따라 쿵쾅쿵쾅 뛰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그 리듬감이 어느 정도 와 닿았다. 수화통역사도 노래 리듬에 따라 열심히 표현을 해주셔서 서서 같이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암전공연을 여러 방식으로 느껴봤다. 첫 공연은 모든 빛이 꺼진 순간, 농맹인(시각+청각장애인)이 된 것 같았다. 오직 진동의자로만 느꼈고 거기서 느껴지는 리듬감과 진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으나 몇 분간 계속 이어지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진동만을 계속 느낀다는 게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 암전공연이 시작됐을 때 수화통역사가 직접 오셔서 손짓으로만 노래 가사를 느끼니 두 배로 더 와 닿았다. 농맹인이 됐을 때 그렇게 의사소통을 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아예 안 보이는 암흑 속에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세상에서 그 손짓이 전해주는 노래 가사와 진동의자에만 전념하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아무도 느낄 수 없는 그 묘한 감각을 본 것 같았다.

ⓒ페스티벌 나다

ⓒ페스티벌 나다

농인 몇 명은 노래하는 사람을 볼 때 분위기에 맞추는 게 있는 것 같다고 그랬다. 예를 들면 소리를 들어보면 크고 신나는 소리 같아서 흥을 돋우며 열광을 하려고 했는데 청인들이 생각보다 가만히 있었고 반면엔 소리가 적은 것 같을 땐 사람들이 열광을 하는 거였다. 소리를 제대로 못 느끼는 건지 아니면 가수가 중간마다 예고 없이 호응을 주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화통역사가 이런 것도 틈틈이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그러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확률이 조금 더 좋아질 것 같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걸 수고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덕분에 그런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 후기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점을 보충해서 모든 경험 그 이상의 영감을 줄 수 있는 축제로 비장애인과 같은 마음으로 함께 그리고 전보다 더 가깝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나 같은 농인은 예술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예술축제를 다양하게 느껴봄으로 인해 예술에 대한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으며 거기서 받은 영감도 인생에서 특별한 기억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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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혜임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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