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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주민 아닌 장애인 부모는 빠져라” 특수학교 주민 토론회, 결국 파행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에 관한 주민 토론회 열려
시작과 동시에 아수라장… 반대측 주민대표 “강서구 주민만 말할 수 있어”
등록일 [ 2017년07월07일 06시03분 ]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주민 토론회가 열렸으나 시작조차 못 하고 파행에 이르렀다. 토론회장 내부에 걸린 현수막.
토론회를 시작하려는 찰나, 한 중년 남성이 뛰쳐나와 단상 위에 주저앉으며 “여긴 강서구 주민들만 오는 곳”이라고 외쳤다.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주민 토론회가 열렸으나 시작조차 못하고 파행에 이르렀다.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장애인 학부모 대표가 ‘강서구 주민이 아니므로 토론 자격이 없다’며 토론회를 무산시켰다.
 

교육청은 6일 오후 7시 30분 탑산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공진초 폐교 부지에 신설될 특수학교에 관한 주민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장애인 학부모 대표, 지역주민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25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토론회장을 가득 메웠다. 예상보다 많은 주민들이 몰려 상당수는 뒤편에 서있어야 했다.


조희연 교육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 사는 세상, 분리교육 안 돼”


토론회장엔 초반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토론회장 입구에선 교육청 직원들이 ‘특수학교 신설 주민 설명회’라는 제목의 팸플릿을 비치해두고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본 반대 측 주민들이 “우린 설명회 들으러 온 게 아니다. 토론회 하러 왔다”면서 팸플릿을 나눠주지 못하게 하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 주민은 팸플릿 뭉치를 내려치며 “우리가 공부하러 왔냐”면서 팸플릿들을 상자에 넣기도 했다. 교육청 직원들은 결국 챙겨온 팸플릿을 상자에 담아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두었다.
 

토론회장 입구엔 ‘물병, 피켓, 음료, 플래카드 등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 측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은 대형 플래카드 2개를 토론회장 내 벽면에 걸었다. 교육청 직원들은 ‘예민한’ 상황임을 고려해 특별히 제지하진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오후 7시 30분 탑산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공진초 폐교 부지에 신설될 특수학교에 관한 주민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논의 대상이 된 강서구 특수학교는 공진초가 마곡지구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이적지 일부를 이용해 설립되는 것으로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현재 준비 중이다. 부지 5000㎡를 활용해 지어지는 학교엔 106명(16학급)의 지적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과정과 전공과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30일엔 설립 예산안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
 

공진초 이적지에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안은 과거 2013년 한차례 행정예고된 적 있으나 당시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공진초 이적지에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안을 발표하면서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공진초 인근 주민들은 주변에 장애인 관련 시설이 5개 있다는 점과 해당 지역을 한방의학특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하며 조희연 교육감은 “강서구에 교남학교가 있으나 여전히 특수학교가 부족해 강서구 장애학생은 구로구 정진학교까지 통학하고 있다”면서 “마곡지구 설립 용지 확보를 위해 1년 이상 돌아다녔으나 결국 무산되면서 공진초 이적지에 설립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95년도에 강남 밀알학교 설립 시, 주민 반대가 굉장히 심했고 소송까지 갔다. 그러나 지금은 주민들의 사랑방, 주민 문화의 중심공간이 됐다”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과 결합해 들어가면 접점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 살고,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따로 살고, 강북과 강남이 따로 사는 사회는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아니다. 분리교육은 안 된다”라며 자신의 교육 철학을 내비쳤다.
 

조 교육감 발언이 10분이 넘어가자 객석에서 반대 측 주민들은 “도덕 선생님이냐. 그만해라”면서 조 교육감의 말을 막았다. 이에 조 교육감이 “제가 오만하게 이야기했다면 용서해달라”면서 발언을 마치자 반대로 장애인 학부모들이 환호와 박수로 지지를 표했다.
 

이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의원은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이 무산될 위기를 의식한 듯 “제 역량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뗐다. 그러자 “맞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곧 “김성태! 김성태!”라고 외치는 환호가 그 목소리를 덮었다. 김 의원은 “오늘 지역주민들의 숙원인 한방병원이 설립될 수 있는 계기와 특수학교 문제가 함께 해결될 수 있는 그런 좋은 토론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한방병원 설립 타당성 용역조사 결과가 올해 2월 발표됐는데 가장 적합한 부지가 공진초였다”라고 강조했다.
 

반대 측 주민들, 고성 지르며 단상 위로 뛰어올라 항의
 

하지만 김 의원 발언 후, 더는 토론회를 이어갈 수 없었다. 사회자가 토론자들을 설명하려고 하자 객석에 앉아있던 반대 측 주민들이 “타 지역 주민들을 여기서 색출하고 시작하는 게 맞지 않냐”라면서 격렬히 항의한 것이다.
 

급기야 한 중년 남성이 뛰쳐나와 단상 위에 주저앉으며 “여긴 강서구 주민들만 오는 곳”이라고 외쳤다. 교육청 직원들이 자리로 돌아갈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그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며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 객석 여기저기서 잇따라 야유와 고성이 터져 나왔고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단상 위에 올라 항의하려는 주민을 교육청 직원들이 막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이 주민들을 설득하는 가운데 한 남성이 항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토론자로 나온 반대 측 주민대표는 “교육청에 토론회 신청한 지 열 달 만에 이 자리가 마련됐다. 토론자 선정 시 강서지역 사람만이 토론자 자격이 있다고 말했는데 ‘강서지역 주민이 아닌 분’이 이 자리 토론자로 나왔다.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면서 맞은편에 앉은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회(아래 부모회) 대표를 지목했다. 이날 장애인 학부모 대표로는 김남연 대표와 이은자 부모회 부대표, 두 사람이 참석했다. 이 부대표는 강서구 지역주민이니 ‘토론 자격’이 있으나 김 대표는 강서구 주민이 아니니 단상에서 내려가라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지자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 앉아는 있되 발언은 하지 않기로 하겠다”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반대 측 주민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더욱 거칠어졌다. 급기야 반대 측 주민 몇몇이 욕설을 하며 단상 위로 뛰어 올라왔다. 주민들은 김 대표가 있는 자리를 향해 삿대질하고 달려들며 “안 나가? 좋은 말할 때 나가. 지역 주민이야?”라고 소리쳤다. 교육청 직원들이 몸으로 막았으나 격양된 주민들은 직원들을 밀치며 김 대표 자리로 재차 달려들었다. 다른 주민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을 지르며 “끌어내! 끌어내!”라고 외쳤다.
 

지역 주민들은 주민들 분노를 달래려는 조 교육감을 에워싼 채 “이건 강서구 현안 문제다. 교육감님 집안일에 다른 사람이 참견하면 기분 좋겠냐?”면서 항의했다. 한 주민은 더는 이 자리를 이어갈 수 없다는 듯이 단상 위에 붙어 있던 플래카드를 거칠게 낚아채 떼어냈다.
반대 측 주민대표는 “토론자 중에 강서구 지역 주민이 아닌 사람이 있다면 토론 안 하겠다. 대화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교육청은 협조 부탁드린다”라며 교육청을 압박했으나, 조 교육감은 “제가 주민들 말씀 듣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자리를 정돈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시간은 이미 한 시간 이상 지나갔고 단상 아래 곳곳에서 반대 측 주민과 장애인 학부모 개인 간에 말싸움이 벌어져, 토론회장은 더 이상 수습이 불가능했다. 마침내 반대 측 주민대표가 “이 자리를 끝내야 할까요?”라고 객석을 향해 묻자 주민들은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네!”라고 답했다. 파행이 선포되자 조 교육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토론회장을 떠났다.

토론회 무산 선포에 박수치는 주민들

장애인 학부모 끝내 울음 터져… 주민들 “쇼하고 있다” 야유
 

조 교육감이 떠난 그곳에서 김 대표를 향한 반대 측 주민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윽고 김 대표와 이은자 부대표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서로를 껴안고 울자 이들을 에워싼 주민들은 “참 보통이 아니다. 무슨 낯짝인지 용서가 안 된다. 쇼하고 있다”며 야유를 퍼부었다.

장애인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이은자 부대표와 김남연 대표가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단상 앞쪽에선 반대 측 주민대표가 “교육청 직원들 못 나가게 막아라”면서 “조 교육감이 직접 나와서 다음 토론회 약속을 잡아라”고 요구했다. 30여 분 후 다시 토론회장에 나타난 조 교육감은 “9월 5일에 주민들을 뵙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의 등장에 주민들은 “오늘 토론회가 파토난 건 교육청 책임이다. 토론자에서 외부자 빼달라고 했는데 교육감이 안 빼줬다. 주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조 교육감은 주민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9월 5일엔 열심히 주민 말씀을 듣겠다”고 답했다.
 

이날 자리에 대해 이은자 부대표는 “예상은 했지만 착잡하다. 장애인 싫다는 말, 막상 들으면 잘 의연해지지가 않는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야 하는데…”라면서 터지는 울음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부대표는 “아무리 욕해도 우리는 포기할 수가 없다. 더 심한 모욕을 주셔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견딜 것이다”라고 말했다.
 

“왜 우냐”는 주변 장애인 학부모의 말에 이 부대표는 “우리 애들이 싫다잖아, 장애인들 싫다잖아…”라고 말하며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저녁 7시 30분에 시작된 토론회 자리는 밤 9시가 한참 넘어서야 겨우 정리됐다. 그러나 정작 양측 목소리를 듣는 것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고성과 욕설만이 난무한 자리였다.

주민들 앞에 허리를 숙이는 조희연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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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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