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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장애인 성소수자 커뮤니티 '리가드'를 만나다
89년 창립 이래 장애인 성소수자 권익 신장 위해 활동해온 영국의 REGARD
복지서비스에 장애인 성소수자 요구 반영 위해 다양한 활동
등록일 [ 2017년07월14일 14시13분 ]
2017 퀴어퍼레이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날로 거세지는 성소수자 혐오를 겪고 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장애인도 있음을 우리는 종종 간과하곤 한다. 장애인 성소수자는 사회에서는 물론 장애인 커뮤니티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이중의 소수자성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장애인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장애인이자 성소수자인 자신들의 존재를 사회에 알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비마이너는 영국의 장애인 성소수자 단체 "REGARD(아래 리가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 성소수자가 당면한 현실과 더불어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열려있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REGARD의 공식 로고. ©REGARD

Q. ‘리가드(Regard)’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처음에 성소수자 장애인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지요? 리가드 이전에 다른 모임이 있었나요?
 
A. 리가드는 1989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장애인이라고 여기는 레즈비언, 게이, 그리고 바이섹슈얼이 모였지요. 그러다가 1989년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했어요. 1999년에는 복권기금을 받아서 장애인 접근이 가능한 성소수자 모임 장소(나이트클럽, LGBT 클럽, 프라이드 행진, 콘서트 등)를 조사했습니다. 기금 지원이 갱신되지 않아서 범위를 줄이게 되었지만, 조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단체가 만들어진 이래로 계속해서 커져 와서 이제는 트랜스젠더 회원들도 있습니다.
 
Q. 리가드 회원은 몇 명인가요?

 
A. 상시회원은 70명가량이고 페이스북 그룹에는 222명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당사자는 아니지만 연대 회원들도 있습니다.
 
Q. 리가드에는 어떤 유형의 장애인들이 있습니까?

A. 리가드 회원들은 신체, 감각, 정신, 그리고 발달장애 등 모든 유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원 가입을 위해 자신의 손상이나 장애를 구체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의 정체성이 '장애인'이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개인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단체에서 회원의 '손상'에 주목을 하는데, 이것은 영국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의료적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료적 모델은 어떤 사람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묻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사람을 '고쳐서' '정상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리가드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따릅니다. 사회적 모델에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바로 '사회'로 장애인의 참여와 동등한 권리를 가로막는 벽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장벽에는 부적절한 복지 서비스, 충분치 않은 연금, 접근 불가능한 건물 및 대중교통, 그리고 장애인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이 있겠지요. 
 
Q. 리가드가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이슈나 캠페인은 무엇인가요?

A. 리가드에는 세 가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은 장애인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범죄를 없애는 것이고,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과 성소수자 모임 장소나 행사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복지 서비스가 부족해서 활동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장애인 성소수자 남성이 친구들을 만나서 지역 게이바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처럼 세 캠페인은 서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장애인 성소수자들은 이중의 소수자성을 가지고 산다는 것에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까?

A.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많은 성소수자단체와 성소수자 모임 장소들, 그리고 행사들이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는 런던 프라이드에서도 나타났는데요, 우리 단체가 보기에는 장애인 성소수자의 안전이나 필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또 한편으로 장애인 성소수자는 많은 장애인단체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리가드는 장애인 커뮤니티 안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리가드에서는 캠페인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하나요?

A. 사회적 장애 모델을 따르는 단체로써, 우리는 장애인 성소수자의 완전한 평등과 통합을 가로막는 벽을 허무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장애인 성소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체 활동 및 계획을 계속 회원들에게 알리면서 함께 긴밀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자원활동 분야의 90% 이상이 그렇듯, 리가드는 정기 재원도 없고, 상근 활동가도 없습니다. 대신, 회원들이 자조적으로 모여 일을 하고 있고, 대부분이 장애인 성소수자 당사자입니다. 수익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필요한 곳에 장애인 성소수자를 '프리랜서'로 고용합니다.
 
리가드는 다음과 같이 일합니다.
  • 집행위원회는 발달장애인, 트랜스젠더 장애인 등 커뮤니티나 일터 등 특정 영역을 대표하는 회원들로 구성됩니다. 대표자들은 각 그룹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집행위원회 위원들은 복지품질관리위원회(Care Quality Commission)나 SCIE(Social Care Institue for Excellence, 영국의 사회복지 연구기관)와 같은 공공영역뿐만 아니라 프라이드 축제 및 성소수자/장애인 관련 캠페인과 행사에서 장애인 성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 집행위원회 회원들의 업무를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한 토론과 합의를 위해 매일 이메일을 주고받아 회신합니다.

  • 회원들에게 매일 이메일 뉴스를 전달합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도 소통하고 있으며 웹사이트에 계속해서 소식을 업데이트합니다.
     
  • 복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장애인이 성소수자일 수 있다는 점이나 성소수자만의 특별한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해 부적절한 복지 서비스가 제공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는 1) 성소수자 혐오가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2) HIV의 장기적 영향 3) 가족 지원으로부터 탈락할 광범위한 가능성 등으로 인해 복지서비스 이용자 중에 성소수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현재 브리스톨대학, 스톤월(영국 성소수자 단체), SCIE 등과 함께 장애인 성소수자의 자택 복지 서비스 사용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성소수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연극 'Vis-a-visibility(보인다는 것에 관하여)'를 공연중인 '리가드' 회원들. ©REGARD
 
Q. 영국 사회에서 장애인 성소수자가 커밍아웃하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봅니까?

A.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수용은 높아지고 있지만, 장애인 성소수자가 커밍아웃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개인이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가족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서비스 지원자들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가족이나 서비스 지원인력이 없이는 자립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입니다. 또한, 많은 장애인 성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되어있기 때문에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해 지지를 받는 것이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Q. 한국에서는 7월 15일 '퀴어 퍼레이드'가 열립니다. 장애인 접근이 가능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요?

A. 성소수자 축제에서의 장애인 접근성에 관해서, 저희 단체는 지난 2011년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프라이드(성소수자 축제) 접근성 가이드라인

  • '홍보(publicity)'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장애인이 프라이드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매우 세심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몇 주, 심지어 몇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미리 홍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글씨로 확대한 것이나 웹 텍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홍보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 휠체어를 갖추고 이를 밀어줄 자원활동가 단위를 구성합니다. 평소에는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으나 도로 사정과 인파로 인해 걷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자기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행진 코스 내내 혼자 휠체어를 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대여할 수도 있습니다. 전동보조기기 사용자를 위해 충전소 설치도 필요합니다.

  •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인파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도록 스태프들이 '안전공간'을 만들고, 이 안전공간을 퍼레이드의 앞쪽에 배치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속도로 행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휠체어에 앉은 사람도 무대를 볼 수 있도록 별도의 휠체어 석이나 단상을 마련해야 합니다.

  • 수어 통역과 속기 역시 무대 행사에서 제공되어야 합니다.

  • 프라이드 축제가 열리는 주말에는 대부분의 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받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 두십시오. 단순히 축제에 오는 것 만으로도 어떤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많은 희생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 장애인 접근 가능한 화장실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휠체어 접근성, 시각장애인 접근성 등을 모두 고려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 시각장애인 보조견, 청각장애인 보조견 등 다양한 보조견들의 출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보조견들이 안전하게 물을 마시거나 용변을 보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 가장 좋은 것은 축제 준비위원회에 다양한 장애인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장애인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직접 필요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 장애인, 노인 성소수자가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요청'하거나 '감사히 여기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프라이드 축제가 '완전한 통합'의 장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필수적/본질적인 사항입니다.

  • 마지막으로, 접근성 기기나 시설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전에 신청하라'라는 요구를 하지 마십시오. 비장애인은 당일에 참여만 하면 되는 날, 자신은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가 느낄 부당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누구도 '아웃팅'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성소수자 축제 참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다양한 집단의 '완전한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한국의 장애인 성소수자들께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A. 물론이죠! 장애인 성소수자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러분께 최고의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들의 활동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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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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