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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으로 사지 못 써… “활동보조 24시간이 필요해요”
사지 꼼짝 못 하는데 활동보조 시간은 하루 15시간, 밤 10시부턴 ‘무방비 상태’
최중증장애인 서울시 내에만 800여 명… 서울시 “복지부가 막고 있어 더는 지원 어려워”
등록일 [ 2017년07월18일 18시28분 ]

우용식 씨(55)는 2010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점 파괴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작년 10월부턴 보행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병이 악화됐다. 식사도 목으로 넘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위에 튜브를 뚫어 공급하는 경관식이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폐렴 증세가 심해져 숨 쉬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밤엔 호흡기를 착용하고 잠든다. 밤의 시간, 그는 늘 혼자다. 만약 호흡기가 꺼지거나 호흡기관이 비틀어져 호흡곤란이 와도 그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야간순회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방문은 새벽 2시와 5시, 단 두 번뿐이고 순회돌보미가 머무르는 시간도 20~30분으로 짧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우 씨는 이를 위해 밤에 집 문을 열어놓고 잔다. 절박함에 이용하긴 하지만, 새벽에 누가 온다는 사실에 정작 깊은 잠을 못 청한다. 피로는 낮으로 이어진다.
 

지체장애1급으로 등록된 우 씨가 현재 받는 활동지원시간은 한 달에 총 621시간. 복지부(391), 서울시(200), 강남구(30) 지원을 모두 합한 시간이다. 그러나 야간할증과 휴일할증 등으로 이 시간도 모두 다 이용하지 못한다. 그는 주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이용하지만, 매번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침 7시까지 올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뿐더러 최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를 하려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인 입장에선 같은 금액이라면 중증보다 경증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늘 집에만 있던 우 씨가 18일,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서울시에 장애인활동지원 하루 24시간을 지원해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우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긴급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우용식 씨(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우 씨는 루게릭병으로 지체장애1급 진단을 받았다.
 

“밤 10시부터는 무방비 상태예요.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발생한 사고로) 많은 분들이 희생당했는데 저 역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자력으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 너무 절박한 상황인데….”
 

기자회견에서 우 씨는 근육 약화로 간신히 나오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루게릭병을 겪기 전까지 그는 IT컨설팅 쪽에서 일했다. 하지만 병을 얻은 이후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는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끔찍하고 더 끔찍한 건 이 하루가 매일 반복된다는 것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은 “아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아 어떤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할 미래”라고 말했다.

2012년 10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홀로 있던 사이 발생한 화재로 김주영 씨가 사망하면서 장애계에선 활동보조 하루 24시간 지원 요구가 강하게 대두됐다. 이어 2014년에도 송국현·오지석 씨가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발생한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이에 장애계는 정부와 지자체에 독거·취약가구(가구원이 18세 이하, 65세 이상, 1~3급 장애인인 경우)인 사지마비 최중증장애인에게 하루 24시간 활동보조를 지원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 결과, 서울시는 2015년부터 서울시 내 최중증장애인 100명을 선정해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보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지자체 유사·중복사업 정비 방안에 막혀 지지부진하면서 대상자는 더는 늘지 않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대신 예산이 적게 드는 응급안전서비스와 야간순회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이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들은 “활동지원 24시간을 지원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긴급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준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서울시가 지원하는 활동지원 24시간 대상자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응급안전서비스가 정말 ‘응급’하게 지원되고 있나? 응급안전서비스가 아니라 불타 죽고 나서 시신수습하기 위한 시신수습서비스는 아닌가?”라면서 “야간순회서비스 또한 최중증장애인에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폐렴 걸려서 기침 못 하고 있는데 돌보미가 올 때까지 기침을 두 시간 동안 참아야 한다. 이걸로는 우리가 원하는 자립생활을 할 수가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 또한 “복지부는 잠자는 시간엔 활보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잘 때 인형처럼 누워서 자나? 수백 번을 뒤척이고 체위를 바꾸며, 물 마시고 싶을 땐 잠깐 일어나 물을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은 이걸 할 수 없다.”면서 “활동보조는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김 대표는 우 씨처럼 “그 사람이 가진 몸의 조건에 따라 활동보조가 2명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지원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만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과 우 씨는 서울시와 면담을 진행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 24시간 활동보조 지원 대상자는 이사 등으로 감소하여 현재 98명이다. 한자협 등은 남은 2명의 자리 중 한 명을 우 씨에게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고, 서울시는 우 씨가 활동보조 24시간 지원 대상자엔 해당하나 실제 지원 가능 여부는 검토 후 24일까지 응답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2015년 당시 서울시가 파악한 서울시 내 24시간 지원 대상자는 807명인데 이 중 선정위원회를 열어 100명만 우선 지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 씨와 같은 사람이 707명이나 더 있는 것이다.
 

지원자 확장 계획에 대한 물음에 서울시 담당자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인데 복지부에서 하지 말라고 권고 내렸기에 현재로선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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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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