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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혼밥은 자폐’ 발언, ‘소수자 혐오’의 종합세트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 ‘혼밥人은 자폐’ 발언 꼼꼼히 보니
1인 가구, 노숙인, 장애인을 혐오하는 모든 시선이 다 담겨 있어
등록일 [ 2017년07월25일 20시46분 ]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혼밥’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석달 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나왔는데, 그는 여기서 ‘혼밥’하는 사람들을 자폐에 비유한 것이다. 디스패치라는 언론이 24일 이 사실을 다시 꺼내들자 황교익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디스패치는 <“혼밥人은 자폐아”...황교익, 위험한 발언>이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자신은 ‘자폐아’라는 말을 쓴 적이 없고, ‘사회적 자폐’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방송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사람으로서 팩트를 말하자면, ‘자폐’라는 단어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를 단 것은 황교익이 아니라 그의 발언에 맞장구를 치던 진행자 김어준이었다. 진행자와 자신이 이심전심이어서 자기도 그런 뜻으로 한 말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이해한다고 해서 황교익이 비난받을 포인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자폐’ 언급이 나오기 전에 그가 서두에 한 발언이 사실 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아래에 발언의 일부를 옮겨본다.


“여러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쾌락으로 만들었어요. 입안에 음식물을 넣고 맛을 즐기는 이런 동물이죠. 다른 동물들은 이런거 없습니다. (…) 머릿속에는 혼자서 이 음식물을 먹어서 이건 맛있는것이야 하고 몸으로 이렇게 만들어내진 못해요. 이건 먹지 못할 이상야릇할 음식을 먹어내는 건 본능이 아니라 문명이거든요. 문명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 하면 혼자서 그 음식을 쾌락으로 만드는게 힘드니까, 다른 사람의 쾌락을 머릿속에 복사하는 그런 능력을 만들었어요. 인간은 머릿속에 거울신경이라는 게 굉장히 크게 발달해있어요. 이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고도의 문명을 만들어내는 인간이 된 거죠. (…)”


김어준 : 인간 공동체를 무너트린다 이거죠?


“혼자서 밥을 먹는 이것은 인간의 유구한 칠백만년 육백만년 동안의 인간 전통에서 벗어나는 일이죠.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일단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한 '혼밥하는 사람은 자폐'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노숙자는 인간과 소통하는 방법 몰라...뇌에 큰 고장이 발생한 것"?

 

밥 먹는 일에 거창하게 인류문명, 진화, 유구한 인간 전통까지 끌어들이니 뭔가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사실 결론은 간단하다. ‘혼자 밥 먹는 것은 인류 문명의 기본적인 능력을 학습하지 못한 열등한 행위다.’ 이처럼 황교익은 혼밥하는 사람들을 출처도 없는 온갖 지적 허세로 깎아내리며 손쉽게 ‘비정상’으로 분류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언에 한껏 힘을 주기 위해 또 다른 비유를 끌어온다. 바로 ‘노숙자’다. 그는 노숙자들과 함께 한 무료급식 체험담을 꺼내들며 이렇게 말한다.


“밥을 받고 난 다음에 우리는 같이 밥을 먹었으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둥글둥글 앉아서 밥을 먹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죠. 그런데 식판들을 들고 그분들은 일제히 벽쪽이나 화단쪽을 향해요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오직 밥만 먹습니다. 옆에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인간들 간의 소통하는 방법을 완전히 잃으신거죠. 뇌에 큰 고장이 발생한거죠. 노숙자라는 분들이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그런것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 굉장히 큰 거죠. 다른 사람들하고 소통하지 않겠다라는 그런 적극적인거 때문에.”


아무래도 그는 매우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본인은 잘 모르는 사람들하고도 둥글둥글 앉아서 밥을 먹는 게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매우 불편해 한다. 구청의 구내식당이라도 들어가 보라. 잘 모르는 사람 앞에 앉아서 이러쿵저러쿵 말 붙이면 상대방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식판 들고 자리를 옮길 것이다. 또한, 무료급식 하는 곳은 정말 밥만 먹고 가는 곳이다. 하루 종일 공사판에서 같이 일하다가 새참 먹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끼리 앉아서 무슨 할 얘기가 있을까? 게다가 행색도 전혀 다른 사람 하나가 나타나서 억지로 말을 붙이려 하는데, 노숙자라고 해서 그의 말장난에 일일이 대꾸해줘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만약 황교익이 자기 같은 ‘유명 맛 칼럼니스트’가 말을 걸어오는데 대꾸하지 않는 노숙자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착각과 오지랖은 좀 넣어두시라고 말하고 싶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가 길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료급식은 한 데 잠을 자는 사람에게 공짜로 밥을 준다는 이유로 부끄러움을 강요하는 공간이다. 큰 국그릇에 밥만 대충 말아서 테이블도 의자도 없는 곳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하듯 쳐다볼 것이며, 그들처럼 길에서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처지에 안도할 것이다. 그렇게 모욕이 강요되는 공간에서, 하하호호 웃고 담소 나누며 밥을 먹을 수 있을까? 화단, 벽 쪽이 아니면 대체 어디서 밥을 먹으란 말인가?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도로 한 가운데로 나와서 먹을까? 그렇게 그는 고작 몇 분간 노숙인을 관찰하고는 ‘뇌에 큰 고장이 났다’고 돌팔이 진단을 내려버린다.


그는 이 발언을 해명한다고 페이스북에 또 글을 올렸다. 자신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경제적 자립이나 신체적 질병, 알코올 중독 등 노숙의 원인이라 생각하는 개별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여 재활이 성공하는 예가 의외로 많지 않다”면서 그렇게 고장난 뇌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숙인의 정신적 붕괴의 증거로 <한겨레21>에 실렸던 노숙체험기를 예로 들었다.


그가 오래되어 찾을 수 없다고 하기에 친절하게(!) 찾아드린다. <한겨레21> 2010년 9월 첫째주 발행된 제827호, “나는 노숙인을 보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경희대 지리학과 석사과정 학생인 김준호 씨가 70여 일 동안 서울역 노숙인들과 섞여 노숙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거리 노숙인이 생산하는 차이의 공간에 대한 연구’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고,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발췌한 기사다.(해당 기사 보기) 그런데 이 기사의 결론은 노숙인이 뇌에 고장이 나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황교익 씨의 주장과는 완전 판이하다. 거리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공공 공간’은 일반 시민이 경험하는 공공 공간과는 전혀 다른 것이며, 노숙인들은 그 공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생존 전략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김 씨의 결론이다. 또한, 노숙인의 ‘취식의 공간’ 또한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유대 형성과 정보 교환의 공간으로 동시에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노숙인이 타인과 소통하지 않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는다는 황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반박할 만한 자료인 것이다.

 

'혼밥'은 점점 안으로 숨어드는 것? 그 문이 바깥에서 닫은 것이라면?


‘사회적 자폐’라는 말은 황 씨가 이 모든 현상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끌어온 단어이다. 혼밥 먹는 사람들은 “나 혼자 밥먹고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만의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은 싫고 나 혼자만의 말을 할거야”라는 태도로 “점점 안으로 숨어드는” 사람들로, “그것이 바로 자폐”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 같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폐’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자폐(自閉), 즉 “스스로 (마음을) 닫다”라는 뜻이다. 사전적 정의로만 보자면, 자폐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에 장애가 있는 증상이다. 의학적으로는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못했고 그저 ‘유아의 비정상 발달’이라고만 표현한다. 현상적으로는 특정한 분야 또는 사물과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 특성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다양한 현상을 손쉽게 “스스로 마음을 닫았다”고 정리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자폐성 장애인의 마음의 문이 어느 쪽에서 닫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주위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는 자폐성장애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이를 비정상으로 손쉽게 규정짓는 사람들에 의해 문이 ‘바깥쪽에서 닫힌’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자폐’가 아니라 ‘타폐’라고 해야 할 것이다. 황교익 씨가 잘 모를까봐 말해두자면, 이런 방식으로 장애를 정의하는 것이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를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를 오로지 개인의 병적 질환으로 인식하고 그 개인을 문제화한다. 그렇게 상징화된 '장애(disability)'는 부정적인 것으로 낙인찍힌 대상 어느 곳이든 달라붙어 비유로 활용된다. 요즘엔 이런 비유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2년 진보논객 진중권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게 된 통합진보당 일부 인사들을 향해 ‘발달장애’라는 표현을 쓴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부터는 심리학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정신박약’이라고 사뭇 진지하게 떠들어댔다. 황교익은 이런 시도를 특정 개인을 향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토론거리에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밥을 같이 먹어서 좋은 사람도 있고, 혼자 먹어서 좋은 사람도 있고, 또 혼자 먹는데는 다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1인가구가 늘어나고 혼밥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황교익은 ‘자폐’ 발언을 통해 혼밥 현상을 ‘다른 사람과 함께 밥도 못 먹는 비정상적 현상’으로 고정화해 버렸다.


황교익 자신은 아마도 노발대발하겠지만, 이런 발언은 결혼하지 않는 1인 가구 젊은이들을 무능하고 문제적 집단으로 보는 ‘꼰대적 시선’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이런 시선이 “혼밥하시는 분 옆에 계시면 불러내서 같이 먹어라”라고 동정적인 몇 마디 던진다고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혐오/비하와 동정은 사실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그의 발언에는 1인 가구, 노숙인,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아주 알차게 모아져있다. 황교익 씨가 인문학자를 자청한다면, 이런 현상을 병적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좀 더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깊이 숙고하며 말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은 혼밥 때문이 아니라, 이런 꼰대들의 맥락도 예의도 없는 훈계 탓이다. 노숙인이 벽에 붙어 밥 먹는 걸 비난할 시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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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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