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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 이름이나 바꾸고 있을 때인가라는 질문에 답합니다
[기고] ‘활동보조인 새 이름 짓기’ 운동, 단순히 이름 바꾸기 이상이다
등록일 [ 2017년07월28일 17시15분 ]

활동지원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도 벌써 10년, 활동보조인들 사이에서는 활동보조라는 이름을 바꾸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들이 있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최저임금에 따른 법정 수당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당면한 현실에,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을 한구석 뒤로 제쳐놓은 것도 사실이다. 이름을 바꾸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지금도 우리는 단지 이름을 바꾸는 것이 어떤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여러 질문에 휩싸여 있다. 노동조합에서 이름을 바꾸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역의 한 장애인 이용자는 노동조합에 항의 전화를 했다. 자신은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해 서비스조차 제공받기 힘들어하고 있는데 지금 이름이나 바꾸고 있을 때냐고 따졌다.


노동조합은 물론 이름 바꾸기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다.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활동지원제도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대답은 “이름이나 바꾸고 있을 때냐”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니다. 그 질문은 차라리 이름 바꾸기 위해서 들일 노력을 오로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에 들이라는 주문일 것이다.

 

2016년 10월 20일, 국회 앞에서 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장애인 활동지원 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우리는 본격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기 이전에 어떤 직업명이 새로운 이름으로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언가? 새로이 바꿀 이름은 장애인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가? 등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집담회를 가졌다. 왜 장애인활동보조인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는지 장애인 인권운동 활동가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으며, 보조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광화문 광장에서 무작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활동보조인 당사자는 보조인이라고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 왜 위축될까? 왜 직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어야만 할까? 그 대답은 무작위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보조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인터뷰대상자들은 직업명을 생소해 했다. 그들은 ‘보조인’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에 이렇게 답했다. “어떤 직업이 있으면 그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 “업무들을 도와주는, 보조해 주는 직업 같습니다.” “주된 업무가 아닌 잡다한 일들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존재 자체가 보조적인 존재라는 느낌?” 우리는 스스로를 장애인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된 업무를 하는 ‘보조인’으로 정체화할 수 있겠으나 활동보조인이라는 이름은 그러한 설명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주된 일이 아니라 부차적으로 보조한다는 느낌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자존감은 물론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적극성을 떨어뜨린다. 장애인이용자의 주된 활동과 그를 보조하기만 해야 한다는 업무영역의 한계지음은 간혹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증장애인은 종종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마사지나 운동 보조가 필요할 경우가 있지만, 마사지가 어떻게 활동에 대한 보조냐며 거부하여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이용자가 주도하는 활동을 보조하는 것으로 한계 지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립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을 담아내기에 ‘보조인’이라는 이름으로는 자긍심을 담아낼 수 없다. 실제로 활동보조인은 그저 보조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적인 지원들을 수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조력자로서, 긴급할 경우 넬라톤 등의 의료행위에 이르기까지 이쯤이면 전문가로서 존중받을 이름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활동보조인들은 자긍심을 갖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활동보조인’이라는 이름을 바꾸자는 수근거림들. 이제는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정된 ‘활동지원사’라는 새로운 직업 이름에 이르기까지, 이름 변경을 바라는 이들의 마음은 활동지원서비스가 엄연한 노동으로 정당하게 평가받고 존중받기를 바랄 것이다. 부수적이며 아무렇게나 부려도 되는 존재로 취급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이름이나 바꾸고 있을 때인가? 어쩌면 언제라도 이름을 바꿀 때일지도 모른다.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해당 노동에 대한 저평가된 사회적 인식이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세상이 곧바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활동에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자 하지만, 그 의미가 온전히 전달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든지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구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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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규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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