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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주민에게 묻다 - 특수학교 설립,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진초 맞은편 강서한강자이 아파트,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 한가득
인근 임대아파트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반대 목소리 불편해’
등록일 [ 2017년08월02일 16시40분 ]
# 신축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

강서구 특수학교가 들어설 공진초 폐교부지 맞은편, 강서한강자이 아파트 정문. 

“서울시 교육청이 국립한방병원을 빼앗아 가려 합니다. 보건복지부 타당성 조사결과 공진초 이적지 1위”

강서한강자이 아파트 정문에서부터 허준박물관이 있는 공진초·중교 교차로까지 200m가량 되는 아파트 둘레길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서늘하게 걸려있다. 시간의 풍화를 받은 듯 현수막들은 조금 색이 바랬고 때가 탔다.

“김성태 의원은 국립한방병원 설립 공약, 즉시 이행하라!”
“국립한방병원 건립하여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
“양천구에서 반대하는 특수학교 강서구 유치 웬 말이냐? 강서구청장은 특수학교 앞장서서 막아내라!!”
“조희연 교육감은 지적 장애 특수학교 설립, 즉각 중단하라!”
 
강서한강자이는 총 10동으로 790세대가 입주해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임대아파트인 것과 달리 강서한강자이는 2013년에 만들어진 신축 단지다. 강서한강자이를 나타내는 정문의 커다란 파란 심벌마크는 이 아파트의 ‘남다른 품격’을 알려준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선 볼 수 없는 존재의 드러냄이다.

 

강서구 특수학교가 들어설 공진초 폐교부지 맞은편 강서한강자이 아파트 정문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7월 26일 오후 4시가 되기 20분 전, 단지 내 어린이집 주변엔 아이들을 데리러 온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60대 여성 두 사람이 손자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 다가가 기자임을 밝히고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A : 안 좋죠, 생기면. 장애인이 너무 많아, 이 동네에. 너무 많아요.
B : 전 모르고 이사 왔는데 장애인이 이렇게 많은 동네 첨 봤어. 아니, 장애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 동네에 그만큼 많다는 거예요. 우리 선입견 있잖아. 장애인도, 휠체어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 아니라 약간 정신적으로 이상한 장애인이 많더라구요. 우리 애랑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하나는 소리소리 지르고, 남자랑 여자 둘은 대화하는데 가슴 치면서 소리 지르지. 놀래서 네 살짜리 손녀가 매미처럼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라. 그래서 이사를 잘 못 왔나, 어떡하냐, 이랬다니깐. 학교까지 생겨 봐. 여기 뒤에 장애인복지관 있거든요.

어린이집 앞 놀이터 벤치에 젊은 여성(30세)이 홀로 앉아있다. 그도 아이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특수학교가 부족하면 양천구가 더 부족하지 않겠어요? 양천구엔 없고 강서구엔 이미 하나 있는데 왜 굳이 없는 데는 책정을 안 하시고 여기다가 하는지. 양천구는 비싼 동네라 안 만드나? 솔직히 반감 들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없는 것도 아니고 이미 하나 있는데, 굳이 왜 또 하나를 더 만들어서 돈 낭비하고 자리 낭비하고 그러는지.”
- 일반학교의 경우 두세 개도 있잖아요. 학교 없어진 곳에 학교 생기는 건데. 
“좋고 나쁘고가 아니고, 솔직히 김성태 의원이 한방병원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같은 입주민으로 뽑아준 것도 있는데 인제 와서 나 몰라라 하고. 여기 사는 엄마들 입장에선 안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기자님 사는 동네에 한방병원이랑 특수학교 중에. 한방병원이죠.” 

강서한강자이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진초 이적지에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안은 과거 2013년 한차례 행정예고된 적 있으나 당시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던 중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공진초 이적지에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갈등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추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이들은 주변에 장애인 관련 시설이 5개 있다는 점과 해당 지역을 한방의학특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필로티(아파트 1층에 기둥만 있는 비어있는 공간)를 지나가던 남성(61세)에게 물었다. 약간 살집 있는 체격의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는 강서구에 "허준박물관이 있기 때문에 한방병원과 컨셉이 맞는다"며 주민들이 싫다는 특수학교는 "절대 반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지난 7월 6일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주민토론회에 강서구 주민이 아닌 장애인부모가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아주 나쁜 짓”이라고 말했다. 당시 토론회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장애인 학부모 대표가 ‘강서구 주민이 아니므로 토론 자격이 없다’며 토론회를 무산시킨 것이다.

“이건 강서구 문제지. 그런데 서울장애인협회(토론자로 참석한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장을 의미)가 왜 와. 사기 치는 거야. 아주 나쁜 짓이야.”
- 서울시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그렇지. 서울시 문제니깐 양천구에다 넣어라 이거지. 양천구엔 없어. 원래 들어갈 자리가 양천구야.” 
- 양천구엔 교육청 부지가 아직 없데요.
“그럼 마곡지구에 땅 잡아서 해. 마곡지구 만들 때 토지 분할했잖아. 그때 왜 땅 안 잡았어. 공진초 (폐교되고) 마곡지구로 갔지. 거기다 하기 싫으면 조희연 교육감은 지 임기 내에 하지 마. 정 하고 싶으면 서울시교육청 1층에 만들라고. 싫다는데 왜 해.”
- 여기에 먼저 짓고 다음에 양천구에 짓는 건.
“아이구, 지네가 먼저 하라고. 이 자리는 한방병원 자리지 특수학교 자리가 아냐.”

그는 신경질적인 어조로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이라고 강조하며 “한방병원이 들어와야만 여기 다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기는 거야”라고 말했다.

“병원 생기면 주민들 가서 일하지. 청소하고 식당 생기고 다 하잖아. 일자리가 창출되는 거야. 강서구가 양천구보다 못 살아. 나는 그런대로 사는 사람이지만 주민 전체가 못살아. 임대아파트가 많아. 옷차림도 요 아파트만 빼고, 나가보면 그렇게 생활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아냐. 강서구가 못 사는 동네니깐 그런 거 해주는 게 맞아. 양천구 안 한다고 강서구에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나쁜 놈의 새끼.”

직업을 묻는 말에 그는 ‘40년간 비행기를 타고 있고 지금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과 인근 부동산 말에 의하면 현재 강서한강자이 터엔 과거 제일제당 미원공장이 있었다. 아파트 뒤쪽으로는 여전히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와 공장이 있다. 부동산 직원은 “현재 인근이 다 주택지여서 더는 공장으로 쓰기엔 그렇다. CJ공장터를 밀고 아파트, 쇼핑몰 등을 짓겠다는 이야기가 있다. 특수학교가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다 무시하고 개발호재가 있어 투자가치가 있는 땅”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에 따르면 강서한강자이의 가장 작은 평수인 28평대 매매가는 최소 6억 원이며, 48평대의 경우 10억 원이 넘는다.

 

강서한강자이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들.

 

# 특수학교 설립 무산되면 국립한방의료원 설립? 복지부는 “계획 없다”

주민들이 말하는 ‘특수학교가 원래 양천구에 들어설 것이었는데 못 사는 강서구에 억지로 밀어넣으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민 결집을 위한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2013년 공진초 이적지에 처음 행정예고할 당시에도) 주민들이 강서엔 교남학교가 있는데 양천구엔 특수학교가 없다면서 양천구에 지으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양천구에 교육청 부지 있는지 문의했으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마곡지구 특수학교 설립 용지 마련의 어려움에 대해선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일정 세대 규모 이상의 개발계획 시 학교 용지를 포함하도록 하나 여기에 특수학교는 제외되어 있다”라면서 교육부에 법 개정을 계속 건의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답했다.

만약 특수학교 설립이 무산되면 주민 바람대로 국립한방의료원이 설립될까. 복지부가 2억 원가량을 들여 국립한방의료원 건립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11월 공진초 부지가 경제적·정책적으로 가장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복지부 담당자는 “타당성에 대한 전문가적인 분석이 필요해서 한 것일 뿐, 복지부에서 한방의료원 짓기로 결정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공진초는 교육청 부지이기에) 부지를 매입해야 하나 부지 선정은 또 다른 절차이기에 연구용역에선 부지 매입의 실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 뭐가 들어오든 상관은 없지만 ‘장애인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불편해요

공진초는 임대아파트인 가양4단지 아파트와 바로 붙어있다. 단지 내엔 주로 70~80대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다.

“아이구, 뭐가 들어오든 난 괜찮아요. (운동장에 무릎까지 올라온 풀을 가리키며) 풀 잔뜩한 것보다는 낫지.”
- 반대하는 현수막 볼 땐 어떠세요?
“크게 좋진 않아. 사람이 살다 보면 장애인이 안 된다고는 못하는 거니깐.” (ㄱ 씨, 83세, 20년 거주)

장애인 당사자 ㅈ 씨(59세, 지체 3급, 전동스쿠터 사용, 10년 거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애인이니깐 장애인편 들어줘야 하는데 한방병원 들어오면 좋겠어요. 여기 장애인, 노인 많이 살잖아요. 병원 가까우면 많이 이용할 것 같아요. 저도 장애인이라 보기 싫어서 반대하는 건 아니구요.”
- 주민이고 장애인당사자로서 현수막 볼 땐 어떠세요?
“(단호한 목소리로) 안 좋죠. 사실 (김성태) 의원님이 선거 전에 한방병원 확정됐다고 문자 날리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안 된 거야. 표심만 얻고. 이용당했지, 뭐. 여기(공진초) 방치해놔서 흉물스러워요.”

ㅇ 씨(28세, 4년 거주)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로 동네가 시끄러운 것에 대해 “창피하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부끄러운 현수막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달아놓았는데 저 사람들과 같은 강서구 주민인 게 수치스럽다”면서 “전에 동대문구에서 난리 났다고 해서 거기가 특이한 동네인 줄 알았는데 여기도 똑같다”고 말했다.

2015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일중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성일중학교 내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이용해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커리어월드)를 설립하려 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공사는 몇 차례 연기됐고 2016년 12월에야 힘들게 개관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일 열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 토론회에서 항의하는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 학교 자리에 학교 들어오는 건데… 가까운 데서 학교 다니고 싶어요

 

실제 강서구는 서울시 내에서도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이 밀집해있는 지역이다. 공진초 반경 300m 안팎으로 장애인복지관 2개와 장애인 직업재활센터가 있다. 즉, 그만큼 장애인들이 많이 살고 또 이용하는 곳인데 노골적으로 장애인을 혐오하는 목소리와 행위들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어떨까. 인근 직업재활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ㅂ 씨(36세, 지적장애 3급)는 특수학교 설립 여부를 묻자마자 “찬성이요”라고 바로 답했다. ㅂ 씨는 “장애인도 인권이 있고 평등해야 한다. 장애인도 학교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직업재활센터에서 일하는 발달장애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도 만날 수 있었다. 임 씨(57세)의 아들은 올해 28살로 발달장애 1급이다. 아들은 직업재활센터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한 달에 10만 원을 받는다. 하는 일은 주로 봉지에 행주 넣기, 봉투 붙이기 등 단순 작업이다. 아들은 집 근처에 특수학교가 없어 중·고등학교와 전공과 1년까지 포함해 7년간 구로구 정진학교까지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통학했다.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꼴로 경기(驚氣)를 했어요. 학교 가는 게 자기 체력에 너무 힘이 드는 거예요. 졸업하니 경기를 안 해요. 저흰 졸업했지만 밑에 친구들 많잖아요. 안 그래도 불편하고 힘든 애들 그 먼 데까지 학교 보내기가 가슴 아프죠.”
- 반대 현수막 보면 어떠세요?
“(잠시 침묵. 힘없는 목소리로) 가슴 아프죠. 하하하. 그 심정은 당사자 가족이 아니면 이해 못 할 거예요. 몸이 불편하다고 괄시받는다고 할까, 그런 게 쫌 서글퍼. 사회에서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장애라고 따돌림받잖아요. 학교 자리에 학교 들어오는 건데. 가까운 데서 학교 다녔으면 좋겠어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 그 기저엔 무엇보다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은 또다시 그 차별의 시선을 버티어내고 돌파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9월 5일, 지난번 무산된 교육청과 지역주민, 장애인단체 간의 토론회가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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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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