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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대출 받으려면 후견인 데려오라’는 농협
후견인제도, 정신적 제약으로 특정 사무 처리능력 없을 때만 적용...시각장애와 무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공익소송 제기
등록일 [ 2017년08월11일 14시31분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농협의 시각장애인 대출거부에 대한 공익소송을 제기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 14일, 1급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A씨는 햇살론 대출을 받기 위해 안양 평촌에 소재한 농협에 활동보조인과 함께 방문했다. 그런데 농협 측은 A씨가 ‘자필서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출신청을 거부했다. 농협 측은 ‘향후 A씨가 약관 내용에 대해 몰랐다고 하는 등 문제발생의 소지가 있다’면서 A씨에게 후견인 동행을 요구했다.


이후 확인 결과, 농협중앙회에서는 ‘대필거래는 가능하나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는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어 시각장애인 A씨가 후견인과 동행하여 대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후견인제도는 민법상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제약으로 특정 사무에 관한 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심판을 통해 후견을 개시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즉, 시각장애만 있을 뿐 정신적 제약이 없는 A씨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A씨는 이를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아래 연구소)와 함께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소송 제기에 앞서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 측의 장애인 차별 행위를 강하게 규탄했다.


소송을 담당한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의 김재왕 변호사는 이번 농협의 행태가 무엇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7조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와 20조 ‘정보접근에서의 차별금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경우 대출서류의 내용은 비전자정보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활동보조인의 대필을 받으려고 했음에도 농협이 이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유형의 차별행위는 자필작성이 어려운 여러 유형의 장애인에게 모두 해당될 수 있는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원고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정신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라는 모욕을 받았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남영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정책실장은 이번 소송에 지지입장을 밝히며 “은행 창구 담당자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자체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후견인제도는 모든 성인은 자기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발달 및 정신장애인, 그리고 치매 환자의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 것”이라며 시각장애인에게 후견인 동행을 요구한 것이 후견인 제도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실장은 또 “모든 일상 업무에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에 후견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또한 이 제도를 불편해야 하고 있다”면서 “금융권 전반이 후견인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후견인 제도 취지에 맞는 정확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소는 지난 7월 18일 이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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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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