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09월26일tue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뷰 펼침
HOME 뉴스홈 > 기고ㆍ칼럼 > 마이너의 서재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낙인을 팝니다’,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불편한 이유
끔찍한 범죄 저지르는 용의자들이 정신질환자로 그려지는 ‘크리미널 마인드’
프로파일링 수사 현실과도 동떨어져...언제까지 수익 위해 낙인을 팔 것인가
등록일 [ 2017년08월24일 10시45분 ]

미국의 인기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은 tvN의 새 수목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방영되고 있다. 7월 26일부터 방영되어 24일 현재까지 총 9회가 방영되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 무척 불편하다.


불편함은 원작과 비교해 질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이유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크리미널 마인드’가 애초에 차용하고 재생산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크리미널 마인드' 원작과 한국판 모두 기본적 스토리라인은 '범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심리를 꿰뚫는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프로파일링이란 행동 과학적 관점에 따라 행위자의 인격적 특성을 나타내는 행동을 분석해 용의자 집단을 파악하는 수사법을 일컫는다. 프로파일링은 모든 인간의 행동은 마치 지문과 같이 개인별로 특징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는 바로 이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수사를 지원하는 FBI의 BAU(Behavioral Analysis Unit, 행동분석팀)나 국가범죄정보국 범죄행동분석팀(NCI)의 수사를 그린다.

 

CBS에서 방영한 미국판 '크리미널 마인드' 관련 이미지. 현재 시즌 12까지 제작되며 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Criminal Minds'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파일링은 분명 사람의 행동특성을 분석해 용의자의 경제, 사회, 직업적 특성 등 '집단'을 좁혀나가기 위한 수사법인데, 희한하게도 크리미널 마인드에 나오는 모든 범죄자는 '정신질환자'로 그려진다. 미국판은 매 에피소드마다 범인이 '조현병', '강박증', '해리성 장애' 등을 가지고 있다. 요원들은 범죄자 행동의 '이상성'에 집중한다. 많은 캐릭터 중에서 몇 가지 예만 들어 보자면, 한 범인은 ‘크로스 드레서'인데, 이러한 특성은 ‘변태성욕 기질을 가진 위험한 인물'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범인은 발달장애인으로,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졌으나 성인의 몸을 가져서' 어린이와 놀고 싶어 하지만 이것이 저지당하자 그 부모를 무자비하게 내리쳐서 죽인다.


문제는 범인을 그리는 방식뿐만이 아니다. BAU팀 요원 중 한 명인 스펜서 리드 박사는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어린 나이에 '박사' 타이틀을 땄지만, 엄마의 조현병이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자신에게도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리드 박사는 18세가 되자 자신의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고 '두려움 때문에' 면회조차 가지 못하는 '사연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조현병 유전설'은, 물론 학계의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지적 능력이 뛰어나 모르는 것이 없는(거의 컴퓨터 수준이다, 정말로) 리드 박사라는 캐릭터가 이를 신봉하는 것으로 그려지는 이상, 이는 더 이상 극적 장치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한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묘사로 인해 미국에서 크리미널 마인드는 정신질환에 낙인을 찍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불리고 있다. 크리미널 마인드 구글 검색어 자동완성어에 'criminal minds mental illness stigma(크리미널 마인드 정신질환 낙인)'이 올라있을 정도다.


미국 세인트 존 피셔 대학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더 리뷰(The Review)’ 16호에는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정신질환 낙인(Mental Illness Stigma in the Media)’이라는 내용의 소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정신질환을 가진 127명의 드라마 캐릭터 중 33.9%가 폭력적으로 그려진 반면 다른 캐릭터들은 3.4%만이 폭력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는 과거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신질환자 중 1.7%에서 3.4%에 불과한 비율이 폭력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통계 수치를 들며 논문은 “CSI(미국 과학수사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나 크리미널 마인드와 같이 현실 세계에서 주제를 끌어오는 범죄 수사물은 실제로 현실을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사람들은 이러한 컨셉으로 인해 드라마를 통해 얻는 정보를 신뢰하게 되므로 (이러한 드라마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한다.


또한, ‘mental myths(정신에 관한 미신)’ 블로그 운영자인 Sarah C는 크리미널 마인드를 비판한 포스트에서 “(BAU 요원들은) 범죄자를 프로파일링하고, 그들이 어떤 정신질환을 가졌는지 알아내고, 그들을 잡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학부 심리학 입문 수업에서 나오는 단어들만 던져대고 이러한 정신질환을 가능한 한 무시무시하게 그리는 데에만 열중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크리미널 마인드는 분명 이런 일(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찍는 일)을 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런 일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크리미널 마인드 종영을 촉구했다.


“이러한 드라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두려움을 고조시키고 범죄를 가능한 한 역겹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 이런 범죄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걸 두려워한 나머지 범죄자들은 정신질환자로 그려진다. “당연히 미친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지, 미쳤으니까”라는 식으로. 그리고 낙인은 점점 커져가고, 정신질환자들은 부끄러움과 나약함을 느끼게 된다. 정신질환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Sarah C, “ Criminal minds and other TV procedurals)”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국판 '크리미널 마인드' 포스터. 사진출처: '크리미널 마인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판 '크리미널 마인드'는 어떨까. 한국판은 '원작과 차별화된 줄거리가 흥미진진하다'라는 호평을 받고도 있지만, '원작에 못 미친다'라는 혹평도 동시에 받고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점만큼은 충실히 재현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판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도 치밀한 계획으로 경찰 조직의 뒤통수를 치며 '반전'을 선사하는 연쇄살인범들은 모두 강박증이 있거나, 과거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거나, 망상장애를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이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총을 쏘고, 과거에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 유사한 이들을 납치해 죽인다. 드라마 내용을 다루는 기사에서도 ‘미치광이 살인마와의 대결', ‘정신이상자의 폭주를 제압’ 등의 문구가 사용되거나 ‘美친 드라마', ‘진짜 미친 연기력' 등의 수식어가 제목에 사용되기도 한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이미 ‘미치광이 범죄자를 잡는 드라마'로 대중에게 각인된 듯하다.


편견이나 두려움을 강화하지 않고도 대중에게 매력적인 ‘수사물'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프로파일링이 콘텐츠에 융합되는 좋은 예를 알고 있다. SBS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장기 미제 사건이나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사건 등을 다룬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건이 얼마나 잔인한지, 얼마나 미스테리한지에 초점을 맞춰 소비하기보다는, 범행 현장이나 범행 수법 등을 ‘프로파일링'하여 용의자 집단을 좁혀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로파일링으로 좁혀지는 용의자의 특성에 정신질환이 포함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전문가들이 짚어내는 용의자의 특성은 피해자와 어떤 관계였을지, 분노에 의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한 것인지, 어떤 직업적 특성을 가졌을지, 거주 지역은 어디일지 등에 국한된다. 잔인한 수법과 동기가 없는 범행으로 인해 ‘사이코패스’로 소환되곤 했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용의자들에 관해 다룰 때도, 이들의 정신과적 문제보다는 두 사람 간의 관계나 그들이 속해있는 문화적 배경의 특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프로파일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잔인한 범죄가 특별히 ‘이상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를 비롯한 많은 범죄 수사물들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물론, ‘크리미널 마인드'와 같은 극 작품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디어가 사회 인식 구성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이 이미 여러 각도에서 오랫동안 증명되어온 만큼,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해당 콘텐츠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전할 것인가에 관한 철학이 요구된다. 이미 사회에 만연한 혐오나 편견을 강화하면서까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이 단순한 재미여도 문제고, 현실을 반영하여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함이라면 더더욱 문제다. 수익을 위해 낙인을 파는 행위에 관한 대대적 반성이 필요하다.

올려 0 내려 1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장애학, 장애를 다시 정의하는 혁명을 시작하자. (2017-04-05 15:51:17)
Disabled People News Leader 비마이너 정기 후원하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더보기
비마이너 기자의 포부, “사골국 끓여드릴게요”
비마이너는 높은 해상도의 렌즈로 세상을 정확히 보여주죠
비마이너는 현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언론이죠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아서 좋아요”
비마이너는 소수자의 시민권을 옹호하는 언론
우리 사회가 공유할 더 큰 가치를 위해, 비마이너를 읽고 후원합니다
기자에게 비마이너는, ‘나침판’이에요
“소수자를 차별하는 가장 무서운 방법은 그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 거예요”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
기고 칼럼 기자칼럼

기고 작은이미지
활동보조 등급심사...'전기 밥솥으로 밥을 할 수 있냐...
유난히 날씨가 맑던 지난 9월의 어느 날, 나는 막내동생과 함...

신선한 충격, 스웨덴의 지원고용과 주거...
박문희 님의 자랑스러운 삶과 투쟁, 모두...
도시, 악취가 아니라 '사람'을 내쫓다
포토그룹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