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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 방안, 어디까지 논의되고 있나?
시·청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영화, 1년 개봉작 중 8%밖에 안 돼
장애계, 문광부와 협의체 구성해 향후 5년간 계획 수립 중
등록일 [ 2017년09월18일 19시54분 ]

개봉 1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는 지난 8월 2일 개봉했으나 시·청각 장애인은 20여 일이 지난 23일부터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은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은 자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 문제로 현재 자막·화면해설 제작은 개봉 후에 이뤄지고 있는데 최소 제작 기간만 20일이 걸린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든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택시운전사 개봉관은 전국적으로 1446관(스크린)에 달했으나 시·청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영화 상영관은 38개관, 관람 횟수도 8월 23일~9월 8일까지 40회로 한정됐다. 이마저도 대형영화관 중심으로 지역이나 변두리 영화관은 제외된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청각 장애인에게 허락된 영화관람권은 결국 CGV 같은 영화상영업자들이 제공하는 ‘장애인 영화관람데이’에 지정된 영화관에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영화만 보는 것이다. 여전히 시혜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계는 2011년 영화 ‘도가니’를 청각장애인이 관람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장애인 영화관람권 운동을 벌여왔다. 이후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장애인영화협의체(아래 영화협의체)’를 구성하여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현재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중장기 정책 수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8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토론회’에선 현재 영화협의체에서 진행 중인 연구내용을 공유하고, 보다 다양한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토론회’가 18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최로 열렸다.
- 시·청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영화는 1년 개봉작 중 8%밖에 안 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는 장애인 관람용 영화를 제작·상영하고 있으나 연 25편에 불과하다. 이는 2016년 한해 상영한 한국영화 302편 중 8%에 불과한 수준이다. 외화에 대한 화면해설 제작은 없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한해 상영되는 외화(2016년 1217편)는 아예 볼 수 없다. 영화관에 접근하고 매표소와 상영관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자블록 등 유도·안내 시설도 열악하다.


휠체어 탄 장애인도 영화관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영화관 주출입구에 턱·계단 등이 있으면 영화관 입장 자체가 어렵다. 설령 영화관에 들어가더라도 휠체어 이용자가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장애인 관람석은 영화관 맨 앞이나 맨 뒷자리에 마련되어 있다. 2013년 ‘장애물 없는 환경시민연대’ 영화관 편의시설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관람석 설치 극장 890개 중 722개(81.1%)가 맨 앞줄에 장애인 관람석을 설치했으며, 장애인 관람석을 1% 이상 설치하지 않은 영화관도 전체 영화관의 29.5%에 달했다. 장애인용 화장실을 남·여 별도로 설치한 비율도 65.3%에 불과하며 화장실 내부가 기준에 미달한 곳도 많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장애인들은 영화 관람을 꺼릴 수밖에 없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4.8%만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지난 1년간 65.8%가 영화를 관람했다.

 

- 2018~2022년, 향후 5년간 영화 관람 정책 계획 수립 예정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영화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법에 영화사업자에 대한 규정은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 강제할 수 없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선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영화상영관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해석상의 논란이 있다.”면서 “정작 필요한 편의시설 종류는 규정에 누락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편의시설은 현실적으로 영화관에 맞지 않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영화협의체에서는 시·청각, 신체장애 유형별로 나눠 영화관람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수립 중에 있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5년간 127억 원 내외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2022년엔 장애인 관람 가능 영화가 2016년 302편 대비 11%인 60편 내외로 늘어나고, 더빙용 외화는 현재 0편에서 10편으로 늘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장애인 상시 영화관람 가능 스크린 수도 현재의 0개에서 2022년엔 280개로 2016년 스크린 기준 11%로 잡았다. 나아가 향후엔 현재의 협의체를 ‘장애인영화접근보장위원회’로 격상해서 정부, 장애계, 영화계가 참여하는 위원회 운영을 제안했다.


김 활동가는 “편의시설이 갖춰져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영화 관람을 할 수 있게 되면 연간 472억 원가량의 수입이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부분 농인은 한글 자막을 읽기 힘들어… 영화에 수화통역도 가능할까?”

 

장애인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해선 무엇보다 영화 산업의 세 주체인 영화제작자, 영화 배급자, 영화 상영업자 간의 역할 조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장애인 영화관람 제도에 관한 미국, 영국, 독일 현황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특수안경과 같은 보조기기나 스마트폰 앱과 같은 폐쇄형 방식(음성해설 및 자막을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제작사, 배급사, 상영업자에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모두에게 법적 의무는 부여하나 폐쇄형보다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개방형(음성해설 및 자막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상위 20위 내 모든 영화가 자막을 포함할 정도로 영국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독일은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진 않으나 영화진흥원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막·화면해설 제작의무를 부여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현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선 상영업자에 대해서만 일부 의무를 부과하고 제작자나 배급자에 대해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진호 한국농아인협회 미디어지원부장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현재는 개봉한 뒤에야 자막·화면해설 제작이 가능하다. 화면해설 제작에 10일, 한글자막 제막에 7일, 이 둘을 합치는데 3~4일이 소요돼서 빠르면 20일~25일 후에야 시·청각장애인은 볼 수 있다.”면서 공익적으로 사용할 경우엔 사전에 받아 제작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수정 베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는 “한국 영화 제작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개봉 2주 전에나 완성본이 나온다. 그래서 개봉 시기에 맞춰 최종적으로 자막·화면해설을 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체 영화 제작과정 안에 자막·화면해설 제작이 들어가 개봉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화 관람 개선이 ‘자막’ 중심으로 논의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농인 진흥식 씨는 “대부분 농인들이 한글 자막을 읽기 힘들다. 음성언어는 한국수어와 어순이 달라 자막을 보면 해독해야 한다.”면서 “스크린에 큰 비율로 수화통역 넣는 게 필요한데 이것이 가능한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철환 활동가는 “그래서 전용관 문제가 나왔으나 전용관 문제가 먼저 나오면 보편적 접근이 해결되지 않기에 우선은 미뤘다”면서 “과거 일반 TV에 수화통역을 넣었으나 일반 시청자의 시청권, 통역 크기 문제 등으로 현재는 폐쇄방식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관에서의 수화 지원도 특수안경이 맞춰진다면 별도의 전송시스템도 가능할 것으로 보며, 그럼에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별도 전용관도 고려할 수 있다. 예산은 추후 연구 시 추계해보겠다”고 답했다.


정진호 미디어지원부장도 “가장 완벽한 베리어프리 버전은 한국수어가 포함된 것”이라면서 “장기적 과제에선 한국수어 포함된 베리어프리가 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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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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