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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기자의 포부, “사골국 끓여드릴게요”
[기자 셀프 인터뷰] 최한별 기자
등록일 [ 2017년09월22일 15시22분 ]
당신이 생각하는 비마이너의 존재 가치는 무엇입니까? 비마이너는 어떤 언론입니까? 비마이너 독자분들께 물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3770원. 급등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비마이너가 대대적인 후원자 모집에 나섰다는 건 안 비밀. 이 곡진한 응답들로 더 많은 후원자를 유혹하려고 합니다. 비마이너의 존재 가치에 동의하는 이들이여, 지금 당장 유혹당합시다.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최한별 비마이너 기자

* 이번엔 특별하게 비마이너 기자이자, 비마이너 후원자이자 독자인 최한별 기자를 만났습니다 *

 

- 자기소개해주세요. (비마이너 기자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비마이너에 대한 첫인상은?)

 

안녕하세요. 비마이너 최한별 기자입니다. 늘 취재원 뒤에 숨어서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이름 걸고 글을 쓰려니 조금 어색하네요. '인권'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어쩐지 단어가 멋있어 보여 '인권단체'를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모든 곳에서 참 재미있게 잘 놀아서 인권은 이제 멋있는 데다 재밌기까지 한 단어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되게 참을성이 없고 에너지가 방방 뜨는 사람이라서, 이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일이 좀 손에 익으니까 딴짓거리 할 궁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비마이너 기자 모집 소식을 서류 마감일 하루 전에 알게 돼서 급하게 지원을 했습니다.

 

면접 보는 날, 청바지를 입었더니 직장 사람들이 '아무리 그래도 면접날인데 정장까지는 아니라도 격식은 갖춰야 하지 않겠냐'라고 부추겨서 면접 보러 오는 길에 바지를 사 입었습니다. 그 바지는 지금까지 제가 산 옷 중 세 번째로 비쌌습니다. 그 정도로 비마이너한테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면접관 세 명이 들어왔는데 한 명은 개량한복 저고리를, 한 명은 장애인 차별 철폐하라!는 문구가 박힌 단체 티셔츠를, 그리고 또 한 명은 코끼리가 수놓아진 작은 주머니를 둘러메고 들어오더라고요. 차례로 발행인, 편집장, 선배 기자였습니다. 세 번째로 비싼 바지가 좀 부끄러워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높낮이도 맞지 않은 책상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마이너를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왜’라고 명확한 언어로 말할 재간은 아직 없네요... 그냥 면접의 격식 따위 모두 파괴한 주제에 되게 진지하게 제 얘기에 귀 기울이고, 또 날카롭게 질문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좋았습니다. 면접 중에 오후 햇빛 사이로 먼지가 떠다니는 걸 멍하게 보고 있을 정도로 편안한 감각도 좋았습니다. 암튼, 뭐 비마이너도 제가 좋다고 하여 우리의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 비마이너는 언제부터 읽으셨나요? 어떻게 알게 됐어요?

 

2013년쯤 장애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인터넷 검색을 하다 클릭 실수(...)로 비마이너 창을 열게 되었는데요, 그때 '초보기자 박현진의 장애학 톺아보기' 코너에 실린 글을 접하고 완전 띠용 했습니다. 장애학은 제가 알던 '사회복지'와 너무 달랐습니다. 장애는 손상을 가진 개인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니! 너무 멋있지 않나요!

 

암튼 떨리는 손으로 장애학을 검색해서 다 읽어보고, 다른 기사들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장애학이 현실에서 팔딱이는 모습이 비마이너 기사에 담겨 있는 게 너무 재밌고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이 사회가 만든 장애를 거부하며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차를 가로막고, 기자회견 퍼포먼스로 라면도 끓여 먹고, 장관을 쫓아다니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쩜 이런 일들을 하나도 몰랐나 답답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기사로 접할 수 있다니 인터넷이 좋긴 좋구나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비마이너가 늘 북마크 바에 있었습니다.

 

- 비마이너에서 직접 기자로 활동하니 어떤가요?


비마이너는 정말 인상적인 단체입니다. 언론사이긴 하지만 마감에 쫓기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지 않습니까? (편집장님이 이걸 읽고 한숨을 쉬실 것 같긴 합니다…) 비마이너는 기자를 기다려줍니다. 고민이 영글고 그것이 더 깊이 있게 기사에 담길 수 있도록이요. 관심을 가진 주제에 관해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찾는 과정을 꽤 인내심 있게 기다려줍니다.

 

문제는 제가 이런 비마이너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성격이 엄청 급합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오래 사색하는 타입도 못 됩니다. 그래서 제 기사가 늦어지는 이유는 공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 탓보다는 순전히 저의 게으름 탓인 경우가 더 잦습니다. ‘멍때리고' 있다가 이제 정말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싶어지면 벼락치기로 후딱후딱 써버리니 제 글은 늘 인스턴트 같아요. ‘사골국' 같은 글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취재(기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업은 인터뷰예요.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하면서 만난 분들이 모두 기억에 남지만 가장 최근에 만났던 혜영, 혜정 자매가 가장 생생하네요. (기사: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하는 좌충우돌 일상,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분들이 기억에 남는 건, 사실 제 부끄러운 기억 때문이에요. 나름 탈시설 이슈를 취재 좀 해봤답시고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어도 여러 사정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데, 혜정은 의지와 여건이 되는 언니가 있어 다행인 것 같다'라는 말을 엄청 심각하게 했습니다. 문장으로 쓰고 보니 더 부끄럽네요. 이럴 때 제일 쉬운 반응은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고 욕하고 마는 것인데 혜영님은 제 말의 잘못된 지점들을 지적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본인의 감정이 어땠는지를 담은 긴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문자를 읽는 내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혜영씨와 혜정씨, 그리고 제가 감히 ‘더 불행한 사람들'로 만들어버린 많은 시설 거주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향한 죄송한 마음에 눌리고 또 눌렸습니다. 다행히 서로 이야기가 잘 풀려서 혜영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초대도 받고,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좋은 관계가 되었지만, 제 잘난 척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잊고, 함부로 '난 다 알아'라며 까불었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납니다. 대화의 주체로서, 그리고 ‘비마이너 기자'로서 경각심을 가지게 된 취재라 기억에 남습니다.

 

- 비마이너는 어떤 '언론'인가요? 비마이너와 같은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요?

 

‘촛불의 겨울'을 지나면서 많은 국민들이 언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언론에 ‘최순실의 태블릿PC'같은 ‘특종'은 좀처럼 없지요. 하지만 소수자 이야기가 다채롭게 드러나는 비마이너와 같은 언론이 없다면, 소수자의 존재는 자꾸자꾸 지워져 갈 것입니다. 그렇게 소수자 이야기가 사라진 곳에는 오직 ‘평범한 다수'로 명명되는 집단만 남게 될 것입니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키워갑니다. 더 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나의 ‘사회'도 점점 확장되고, 풍성해집니다. 똑같은 사안을 향한 다른 시각, ‘우연'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공간과 시간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까지, 소수자 언론은 이 모든 경험이 응축되어 있는 곳입니다.

 

- 비마이너에, 그리고 비마이너를 읽는 분들께 이 말만은 꼭 해야겠다, 하는 말씀 있으신가요?


비마이너도, 독자님들도 존재해주어 고맙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세요. 우리, 지지 말고 살아남아서 끈질기게 목소리를 남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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